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국 숙박업소는 약 60,000개이고 그 중 51.5%가 모텔(로빈컴퍼니 '우리나라 숙박시장 2024' 기준 59,619개)이다.
시장의 절반이 넘는다.
그런데 이 거대한 시장의 주인공인 업주분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한다.
"예전엔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았어요."
18년간 이 업계에 있었다.
온다를 10년 운영하면서 수천 개의 숙박업소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모텔 사장님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수십억 투자해서 리모델링했는데 이자 낼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이제는 놀랍지 않다.
숫자의 크기와 현실의 고통이 정반대로 간다.
이것이 51.5%의 역설이다. 무엇이 이 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야놀자, 여기어때.
모텔 사장님이라면 이 두 이름 앞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 플랫폼 없이는 장사가 안 된다.
중소형 모텔 매출의 80% 이상이 여기서 나온다. 손님이 직접 찾아오는 워크인은 갈수록 줄고 있다.
문제는 그에 대한 대가이다.

2024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1,103곳을 대상으로 거래 실태조사를 실시했다(뉴스1, 2024).
숙박앱 부문의 결과는 이렇다.
5만원짜리 방을 팔면 최소 1만원이 플랫폼으로 간다.
거기에 월 100만원이 넘는 광고비가 매달 빠진다. 광고를 안 하면 아무도 못 찾는다.
경쟁 업체도 광고를 한다. 광고비 경쟁이 끝없이 올라간다.
이 현상은 플랫폼 경제학에서 예견된 구조적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플랫폼들은 정보의 비대칭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며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초기에는 공급자가 유리하다.
플랫폼에 올리기만 하면 손님이 오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첫 창업 아이템이었던 한인텔이 그랬고 야놀자나 여기어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한국은 인구 5천만의 닫힌 시장이다.
내국인 수요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공급이 충분해지는 순간, 플랫폼 안에서 다시 경쟁이 시작된다. 상위 노출을 위한 광고비 경쟁은 지대추구(rent-seeking) 와 같다.
한정된 파이를 놓고 비용만 올라간다. 파이 자체가 커지지는 않는다.
결국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오프라인 시절 네온사인을 키우고 전단지를 뿌리며 사용하던 비용이, 온라인에서 광고비를 태우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장이 바뀌었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2025년 8월, 야놀자와 여기어때에 과징금 15.4억원을 부과했다.
입점 업체에 판매한 쿠폰 광고상품에서 미사용 쿠폰을 환급 없이 소멸시킨 것이 이유였다.
여기어때의 경우 쿠폰 유효기간을 단 하루로 설정해, 당일 미사용분을 자동 소멸시켰다.
소멸된 쿠폰 규모만 359억원이다(법률신문, 2025.8.12).
이후 중소벤처기업부는 두 플랫폼에 대해 검찰 의무고발을 요청했고, 중소형호텔협회는 피해 업체 5,000~8,000곳을 대표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과징금이 부과되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래도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플랫폼 없이는 여전히 장사가 안 된다.
입점하지 않으면 망하고, 입점하면 남는 게 없다. 이것이 첫 번째 역설이다.
모텔 수익 구조의 핵심은 대실이다. 아니 적어도 예전에는 그랬었다.
오전 대실, 오후 대실, 그리고 숙박. 하루에 방을 2번, 3번 돌린다.
이 회전율이 모텔 비즈니스의 본질이었다.
숙박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
OCC(객실점유율)가 100%를 넘겨야, 그때야 가까스로 이익이 나는 구조. 대실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공식이었다.
10년 전, 모텔 사장님들은 분명하게 말했다. "커플만 잡으면 된다." 그때는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숫자가 말해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혼인건수는 2022년 19만 2천 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996년 43만 5천 건의 절반도 안 된다. 2024년 소폭 반등했지만 구조적 하락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1인가구는 2024년 804만 5천 가구, 전체의 36.1% 에 달한다(통계청, 2025). 10년 전 27.2%였다. 3가구 중 1가구 이상이 혼자 산다.
커플들은 더 이상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은밀한 공간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연애 자체도 줄었다.
2024년 피앰아이 조사에 따르면 20~30대 미혼 남녀의 75.8% 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
모태솔로 비율도 25.5%에 달한다. 그리고 굳이 나가지 않는다.
OTT 이용률은 2019년 41%에서 2024년 89.2% 로 5년 만에 두 배가 됐다.
배달앱 월간 이용자는 2,700만 명을 넘었다(와이즈앱, 2025).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고, 배달을 시키고, 나가지 않는다.
모텔 대실의 전제는 "커플의 외출"이었다.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모텔의 경쟁 상대는 옆집 모텔이 아니라, "안 나가는 것" 자체가 됐다.

아직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Z세대의 케이스를 살펴보자.
그들만의 공간을 찾아 외출을 하더라도 모텔보다 에어비앤비나 감성 숙소를 찾는다.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 돈을 쓴다.
줄어드는 수요를 붙잡으려면 결국 시설로 승부해야 한다.
최신 인테리어로 장식한 신상 모텔, 갓 리노베이션한 모텔에 사람이 몰린다.
문제는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1~2년이면 "구식"이 된다. 다시 퇴물 취급을 받는다.
인기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2~3년 주기로 재투자를 해야 한다.
수억원씩 들여 리모델링하고, 또 수억원을 들여 다시 리모델링한다. 끝이 없는 투자 사이클이다.
대실의 또 다른 문제는 눈에 안 보이는 운영 비용이다.
손님이 나갈 때마다 청소하고, 린넨을 교체한다. 하루 3번 돌리면 3번 청소한다. 인건비, 세탁비, 소모품비가 그때마다 든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운영 비용도 따라 올라가지만 대실비용을 올리는 건 언감생심이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니 방값을 올리면 손님이 옆 경쟁모텔로 간다.
반대로 비용은 올라가기만 한다.
최저임금은 2015년 5,580원에서 2025년 10,030원으로, 10년 만에 80%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은 2022~2024년 사이 두 차례 인상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2년 0.5%에서 3.5%까지 치솟았다가 아직 3%대에 머물러 있다.
수억원 대출을 안고 있는 모텔 사장님에게 이자 부담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
매출은 그대로인데 비용만 올라가는 가위눌림(cost squeeze).
회전율은 높은데 남는 게 없는 구조. 대실이라는 오래된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여기까지는 많은 모텔 사장님이 이미 아는 이야기다.
플랫폼 수수료가 비싸다, 대실이 예전 같지 않다.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다른 쪽에서는 그 반대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 명이다(2026.1.30). 역대 최고치다.
2026년은 연간 2,0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K-팝, K-드라마, K-뷰티가 만든 팬덤이 실제 관광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
사실 이런 시절이 한 번 있었다.
지난 2016년에는 중국인 관광객만 899만 명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 호텔 방이 모자랐다.
그래서 당시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에서 관광버스로 단체 관광객을 태워 포천 같은 경기도 외곽 호텔에서 투숙시키고, 아침에 다시 명동으로 데려와 관광과 쇼핑을 시켰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차로 2시간은 먼 거리가 아니었다.
서울에 방이 없으니 수도권 외곽까지 수요가 넘쳐흘렀던 것이다.
지금,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오고 있다.
그것도 더 크고 강력하게.
공급은 줄고 있다.
2025년 10월, 에어비앤비가 영업신고 의무화를 전면 시행했다. 전국 약 7만 2천 개 등록 숙소 중 무허가로 운영되던 3만~3만 4천 개가 퇴출 대상이 됐다(에어비앤비 공식 발표, 2025.10.16).
AirDNA 분석에 따르면 서울 에어비앤비의 74%, 부산의 92%가 독채(전체 임대) 형태의 사실상 불법 운영이었다(디지털데일리, 2025.7.25). 수만 실의 공급이 시장에서 빠지고 있다.
새로운 공급도 막혀 있다.
아시아경제(2026.2.11) 보도에 따르면, 서울 관광호텔 객실은 2016~2019년 3년간 23.8% 증가했지만, 2019~2025년 6년간은 고작 3.7% 증가에 그쳤다. 호텔은 건축허가에서 준공까지 약 5년이 걸린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태와 공사비 급등으로 신규 인허가와 착공이 사실상 멈춘 지금, 2029년까지 호텔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요는 역대 최고. 에어비앤비 공급은 수만 실 감소. 호텔 신축은 멈춤.
공급 부족이 다시 온다.
그런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모텔은 이 거대한 기회 앞에 서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외국인은 야놀자와 여기어때로 숙소를 예약할 수 없다.
외국인이 쓰는 플랫폼은 소위 글로벌 OTA 라고 불리우는 부킹닷컴, 아고다,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이다.
인바운드 시장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OTA 수수료만 연간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수수료를 기준으로 거래액을 역산해보면 그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모텔은 이 글로벌 OTA에 올라가 있지 않다.
영어가 안 된다. 시스템이 복잡하다.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하나다.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2,000만 명의 외국인 앞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숙소.
이것이 51.5%의 진짜 역설이다.
모텔이 힘든 이유는 사장님들이 성실하지 않거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내수 시장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인구 5천만의 닫힌 시장.
그 안에서 플랫폼 광고비 경쟁이 끝없이 올라가고, 커플 수요는 구조적으로 줄고, 비용은 오르는데 방값은 올릴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증상이다.
내수만 바라보는 한, 이 구조 안에서는 답이 없다.
그러나 시야를 밖으로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0만 명이 한국에 온다.
에어비앤비 공급은 수만 실이 빠졌다.
호텔은 2029년까지 부족하다.
이 빈자리를,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모텔이 채울 수 있다. 지금 외국인을 받을 준비를 한 모텔이 먼저 움직이면 된다.
실제로, 변신에 성공한 모텔이 있다. 대실을 없애고, 글로벌 OTA 를 적극 활용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다음 편에서 다뤄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