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점만 먼저
- 2026년 5월 한 달 사이에 구글·OpenAI·Anthropic·부킹·익스피디아·에어비앤비·틱톡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호텔 예약이 AI 안으로 들어간다.
- 손님이 호텔 이름을 알고 묻는 경우 AI는 97% 그 호텔을 답한다. 모르고 추천을 묻는 경우엔 10~15%만 답한다. 신규 손님은 거의 사라진다.
- 한국 여행자 36%는 이미 AI로 여행을 계획한다(미국 25%). 챗GPT 한국 이용자는 1년 새 거의 두 배. 네이버 'CLOVA X'는 4월 9일 일반 소비자 서비스를 종료했다.
- 고유한 컨셉·정형화된 정보·디테일 리뷰·지역 특화 콘텐츠를 가진 숙소는 기회를 잡는다. 정보 흩어짐·브랜드 의존·OTA 의존·한국어 한정 숙소는 잘린다.
- 살아남는 길은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정체성·구조화·리뷰 디자인·외부 인용·자체 발견 채널.
2026년 5월 19일, 미국 마운틴뷰에서 매년 열리는 IT 업계 큰 행사 중 하나인 구글 I/O 무대에서 구글 광고·커머스 부문 부사장 비드햐 스리니바산(Vidhya Srinivasan)이 한 문장을 던졌다.
"Universal Commerce Protocol을 더 많은 영역으로 확장한다. 가장 먼저 추가되는 영역은 호텔 예약과 로컬 음식 배달이다." (Google I/O 2026)
검색시장을 쥐고 있던 플레이어가, 이제 예약까지 가져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날 구글은 'Gemini Spark'를 공개했다. 노트북을 닫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어두어도 클라우드 위에서 24시간 일하는 AI 에이전트다. 즉 잠재적 예약고객이 자고 있는 동안에도 AI가 그를 대신해 호텔을 찾고, 비교하고, 예약한다. AI Mode는 출시 1년 만에 월간 사용자 10억 명을 넘었다.
그날 발표 한 줄에 호텔 산업이 흔들렸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어쩌면 이미 예정되어 있던 미래에 확인 도장이 찍힌 것일 뿐일 수도 있다. 같은 달 글로벌 여행산업 전문 매체 Skift는 다섯 편 이상의 분석 기사를 잇따라 냈다. 이 글의 글로벌 동향 분석은 상당 부분 Skift 보도에 기반한다. Skift는 2012년 창간된 여행산업 전문 미디어로, 항공·호텔·OTA·여행기술의 핵심 동향을 가장 빠르고 깊이 다루는 곳으로서 글로벌 호텔 그룹과 OTA의 CEO들이 가장 먼저 인용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스리니바산의 한 문장은 우연이 아니었다. 2026년 5월 한 달 사이에 호텔 산업에서 일어난 일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한 달이다. 한 달 사이에 빅테크 세 곳, 글로벌 OTA 네 곳, 영상 플랫폼 한 곳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호텔 예약이 AI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 이건 한 회사의 베팅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합의에 가깝다.
이 변화가 우리 숙소에 어떤 의미인지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분석이 있다. 2026년 5월 24일, 호텔 마케팅 분석가 Gil Chan이 발표한 Discovery Cliff 데이터다.
손님이 호텔 이름을 알고 챗GPT에 묻는 경우(예: "신라호텔 제주 어때?"), AI는 그 호텔을 답에 97% 포함한다. 하지만 손님이 호텔을 모르고 "제주에서 가족과 묵을 만한 곳 추천해줘"라고 묻는 경우, 특정 호텔이 답에 등장할 확률은 10~15%로 떨어진다. 나머지 답변에 무엇이 등장하는가.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모두 OTA다.
이게 다가 아니다. 클라우드베드(Cloudbeds)가 180개국 9천만 건의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2026년 독립호텔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여행자 중 전통 검색 엔진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비율은 51%에서 36%로 1년 만에 떨어졌다. 같은 기간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비율은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Access Hospitality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미국 여행자 25%가 생성형 AI로 여행을 계획한다. 2022년의 세 배다. 여행 영감 단계에서 AI를 가장 유용하게 여긴다는 응답이 35%, 전통 검색을 꼽은 응답은 13.6%에 불과했다.
수치를 보고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이렇다.
여행객은 앞으로 AI에게 묻는다. 우리 숙소는 AI가 우리를 답변으로 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가?
이 변화는 검색엔진 시대와는 결이 다르다. 검색은 키워드를 매칭했고, AI는 사용자의 맥락과 의도까지 파악해 더 나은 답을 찾아낸다. 그래서 같은 변화가 어떤 숙소에게는 위기로, 어떤 숙소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먼저 이해한 숙소가 새 손님을 만난다. 그럼 우리는 준비가 되었는가?
준비를 먼저 시작한 곳에서는 이미 신호가 잡힌다. Hospitality Net의 5월 분석에 따르면, 자사 정보를 구조화해 AI 채널에 노출하기 시작한 한 호텔 그룹은 도입 60일 만에 직접 예약 매출이 2.1배로 늘었고, 두 달 안에 신규 예약의 17%가 AI 채널을 통해 들어왔다. 같은 변화가 어떤 숙소에게는 위기지만, 다른 숙소에게는 이미 손에 잡히는 매출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사장님들을 만나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래도 한국은 다르지 않을까요? 저희는 여전히 네이버로 검색하고 있는걸요"
누구도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는 하지만 우선 데이터들을 살펴보자.
아고다(Agoda)가 2025년 11월 한국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36%는 이미 AI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25%)보다 11%포인트 더 높다. 한국이 AI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보다도 빠르다는 뜻이다.
오픈서베이의 'AI Search Trend Report 2026'에 따르면, 2025년 3월부터 12월까지 단 9개월 동안 한국인의 챗GPT 정보 검색 이용률은 39.6%에서 54.5%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제미나이 이용률은 9.5%에서 28.9%로 약 세 배가 됐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6년 4월 한국의 챗GPT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345만 명, 제미나이 845만 명, 클로드 241만 명으로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클로드는 1년 새 12배 늘었다.
한 가지 더. 오픈서베이는 챗GPT 사용자에게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77.2%는 질문을 다시 만들어 챗GPT에 묻겠다고 답했다. 일반 검색으로 돌아가겠다는 응답은 32.4%에 그쳤다. LLM을 활용한 검색 패턴 변화가 일시적인 유행일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의외의 숫자일 것이다.
네이버는 검색 시장에서 기적을 해냈다. 구글이 전 세계 90% 이상을 가져간 시장에서 자국 검색 엔진이 60%대를 지킨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전략은 유효했다. 한국 로컬 데이터(블로그·지식인·뉴스·댓글)를 직접 모으고, 한국인의 검색 의도에 맞게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것. 한국어와 한국 맥락을 가장 잘 아는 자가 한국 시장을 가져갔다. 2025년에도 네이버는 'AI 브리핑' 기능으로 점유율을 오히려 끌어올렸다. 인터넷트렌드 기준 62.86%, 3년 만의 60%대 재탈환이다.
그러나 과연 AI 시대에도 그 전략이 유효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첫째, 언어 장벽이 무너졌다. 글로벌 LLM은 이미 언어와 무관하게 전 세계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 2026년 4월 7일, X(구 트위터)는 Grok 기반 자동 번역을 전 세계에 출시했다. 한국어로 쓰인 글이 전 세계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한국어이기 때문에 한국 정보가 한국 플랫폼에 유리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둘째, 네이버의 자체 LLM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아직" 입증되지 못했다. 한국어 데이터를 챗GPT보다 6,500배 더 학습했다는 하이퍼클로바X. 그 일반 소비자 서비스 'CLOVA X'는 2026년 4월 9일 조용히 종료됐다. X 자동번역 출시 이틀 뒤다. 네이버는 사우디 등 비영어권 국가의 소버린 AI B2B로 방향을 틀었다.
Korea Herald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ChatGPT narrows Naver's grip on Korean search." (ChatGPT가 네이버의 한국 검색 장악을 좁히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에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본진을 지켜냈지만 AI 검색에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차라리 다른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게 맞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그 전략이 이번 라운드에도 통할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그 답이 무엇이든, 숙박업주가 네이버 하나에만 자기 노출을 맡겨두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의 잠재고객들은 이미 챗GPT와 제미나이에 답을 묻고 있다.
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개발자로 시작해 IT 업계에서만 평생을 보냈다. 2008년 미국에서 세계 최초의 해외 한인민박 예약 플랫폼을 만들었고 2016년 온다를 창업해 지금까지 10년째 기술로 숙박산업을 돕겠다는 사명으로 숙박 기술을 다뤄왔다.
그동안 경험한 것이 하나 있다면 세상의 변화는 늘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온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산업을 바꿀 때, 내가 이 기술이 세상을 바꾸겠구나를 먼저 피부로 느끼고 나서, 그게 내 모든 주변 실생활에 적용되기까지 빨라도 1년, 늦으면 3년 이상이 걸렸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과 모바일이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완전히 다르다. 나름 얼리아답터인 내가 변화를 체감하고나서는 불과 두어 달 안에 주변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다. 70이 넘으신 우리 어머니가 몇 달 전 "AI에게 물어봤다" 라는 표현을 쓰실 땐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느려진 게 아니라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까? 한국 여행자 36%는 이미 AI에게 묻고 있고, 챗GPT 한국 이용자는 한 해 사이 거의 두 배가 됐다. 우리만 아직 그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너무 자연스럽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빅테크와 OTA들이 지금 호텔을 두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먼저 보자.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아야, 우리가 어디에 줄을 설지 결정할 수 있다.
호텔 예약 시장의 판을 흔드는 세력은 기존 빅테크 전부가 아니라, LLM을 만드는 세 회사이다. 구글, OpenAI, 그리고 Anthropic. 흥미로운 점은 세 회사가 호텔 산업의 서로 다른 층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 곳에 줄을 섰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각자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구글의 전략은 명확하다. 검색시장을 쥐고 있던 플레이어가 이제 예약과 결제까지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5월 19일 발표한 Universal Commerce Protocol(UCP)의 호텔 확장이 그 신호다. UCP는 AI 에이전트가 구글 검색·챗 안에서 구매를 직접 마무리하는 프로토콜이고, 같은 날 공개된 Agent Payments Protocol은 사용자가 미리 정해둔 한도 안에서 AI가 결제를 처리하게 한다.
잠재 고객이 구글 AI Mode에 "이번 주말 강원도 가족 펜션"이라고 묻고, 결과를 본 뒤 "이걸로 예약해줘"라고 말하면 구글이 알아서 결제까지 처리한다는 이야기다. 검색·예약·결제의 경계가 사라진다.
구글이 우리 숙소를 어떻게 보여줄지를 사장님이 직접 정하기는 어렵다. 결국은 사용자의 첫 질문을 어느 플랫폼이 받아내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OpenAI는 5월 11일, 40억 달러 규모의 'OpenAI Deployment Company'를 새로 만들었다. TPG가 주도하고 Bain·Brookfield·Advent가 공동 파트너로 참여했다. McKinsey, Capgemini, Bain & Company 같은 컨설팅 회사들까지 합류했다. 단순한 자회사 설립이라고 보기엔 무겁다. AI를 기업의 운영 깊은 곳까지 들이는 일 자체를 본업으로 삼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 회사의 첫 카드는 Tomoro 인수였다. Tomoro는 버진애틀랜틱의 AI 컨시어지를 만든 150명 규모의 엔지니어 팀이다. OpenAI는 이들을 'Forward Deployed Engineers(FDE)'라는 이름으로 호텔·항공사 안에 직접 들여보내겠다고 밝혔다. 도구를 파는 게 아니라 호텔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짜겠다는 그림이다.
이런 흐름을 두고 Hospitality Today는 이렇게 정리했다.
"AI adoption is increasingly becoming a long-term platform and ecosystem decision rather than a matter of selecting isolated software tools. Hospitality companies may need to evaluate AI providers as long-term infrastructure partners rather than short-term software vendors."
(AI 도입은 단발성 소프트웨어 도구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점점 장기 플랫폼과 생태계를 고르는 일이 되고 있다. 호텔은 AI 제공자를 단기 소프트웨어 벤더가 아니라 장기 인프라 파트너로 평가해야 할 수 있다.)
OpenAI를 한 번 깊이 끌어들인 호텔은 모델·배포·통합·운영지원 전체를 한 회사에 묶어두는 셈이 된다. 5년 뒤 그 호텔의 가격 정책과 고객 응대 흐름이 OpenAI의 로드맵 위에 얹혀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Anthropic은 모델 자체로 호텔을 직접 잡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표준을 깐다. 그 카드가 Model Context Protocol(MCP)이다. AI가 외부 시스템에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한 프로토콜인데, 빠르게 업계 표준의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이미 위덤(Wyndham)은 자사 호텔 데이터를 Claude에 MCP로 직접 연결했다. 같은 데이터가 Google·ChatGPT에도 동시에 연동된다. 위덤 입장에서는 빅테크 한 곳에 종속되지 않는 길을 택한 셈이다.
Skift가 2026년 3월에 낸 'The Claude Effect Is Coming for Travel' 분석은 흥미롭다. 정리하면 이렇다. Anthropic이 새 기능을 발표할 때마다 시장은 그 기능에 영향을 받을 산업의 주식을 즉시 던지기 시작했고, 다음 차례는 여행 산업의 중개층인 OTA, GDS, TMC다. AI가 여행 계획·예약·관리를 자동화할수록 중개자의 마진은 깎이고, 그 이득은 항공사나 호텔 같은 공급자 쪽으로 흘러간다는 시나리오다.
Anthropic의 자리는 분명하다. 모델 한 개를 더 파는 일이 아니라, 모델과 호텔·OTA가 어떻게 연결될지의 규칙을 먼저 만드는 자리다. 규칙을 정한 쪽이 결국 판을 가져간다.
OTA들이라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한국 숙박업주에게는 가장 직접적인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우리 매출의 적지 않은 부분이 그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부킹닷컴은 2025년 매출 269억 달러를 올렸다. 2023년 214억 달러에서 단 두 해 만에 55억 달러가 늘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머천트(merchant) 거래액 비중이다. 2022년 22%에서 2025년 70%까지 올라왔다.
머천트 모델은 부킹닷컴이 결제를 직접 받고, 환불과 고객지원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부킹닷컴은 더 이상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손님 접점을 직접 쥔 회사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AI 시대에 이 차이는 작지 않다. AI 에이전트가 부킹닷컴을 거쳐 예약을 마치면, 손님과의 접점과 데이터는 자연스럽게 OTA 쪽에 머무르기 쉽다.
Skift는 5월 12일자 분석에서 이렇게 평했다. "Booking Holdings is running ahead of its own strategy." (부킹홀딩스는 자기 전략보다 앞서가고 있다.) 말로 풀어내는 AI 전략보다, 실제로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지가 더 앞서간다는 지적이다. 부킹닷컴은 빠른 실행력을 통해 그들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익스피디아는 5월 21일 'B2B AI Toolkit'과 'Intelligent Experience Platform'을 공개했다. 핵심은 MCP 서버다. 파트너의 AI 에이전트가 익스피디아 인벤토리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만든다.
다음 행보가 더 의미심장하다. 5월 22일 Skift는 익스피디아가 'B2A(Business to Agent)' 마케팅 부서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사람 손님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향한 마케팅 부서다. 보도의 한 문장이 이 변화의 본질을 잘 짚는다.
"People use brand recognition or loyalty to streamline purchase decisions, but AI agents don't need shortcuts. They reason through every option. The competitive edge shifts from name familiarity to whether an agent can find and evaluate what makes a property, route, or package different."
(사람들은 브랜드 친숙도나 충성도로 구매 결정을 단축한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그런 단축이 필요 없다. 모든 옵션을 추론한다. 경쟁의 축은 이름값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발견하고 평가할 수 있는 '이 숙소가 무엇이 다른가'로 옮겨간다.)
브랜드의 의미가 근본부터 흔들린다는 이야기다. 브랜드의 가치를 그 어느 산업보다 높게 평가하던 호텔업계가 가볍게 흘려들을 메시지가 아니다.
아시아의 OTA들은 결이 조금 다르다. 4월 말 방콕에서 열린 Skift Asia Forum에서 Klook의 데이비드 리우(David Liu)는 단호하게 말했다.
"High touch used to come from a concierge or customer service agent. Today, it can stem from technology, so long as it gives the customer what they want at that moment when they need it."
(high-touch는 원래 컨시어지나 고객 서비스 담당자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기술에서도 나올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답을 원하는 순간에 줄 수만 있다면. 사람이든 기술이든 상관없다.)
청중에게 "high-touch에는 사람 컨시어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손을 들어달라"고 했을 때, 거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아시아의 OTA들은 예약 자체를 AI에 넘기는 데에는 여전히 신중하다. 아직 신뢰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운영, 고객응대, 번역, 추천 같은 영역에서 AI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마도 국내 OTA도 크게 다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다른 길을 가는 곳은 에어비앤비다. 브라이언 체스키는 5월 7일 실적 콜에서 분명히 했다.
"AI agents aren't the new Google. AI models aren't proprietary."
(AI 챗봇은 새로운 구글이 아니다. AI 모델은 독점적이지 않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가 계정 기반 신원 시스템(verified identity) 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호텔과 홈을 한 화면에 섞어 보여주는 방식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There are people that only want to book hotels. They should only see a hotel. There are people that only want to book a home. They should only see a home. Showing them mixed on one screen — that's pre-AI design."
(어떤 사람은 호텔만 예약하고 싶어한다. 그 사람에게는 호텔만 보여야 한다. 어떤 사람은 홈만 예약한다. 그 사람에게는 홈만 보여야 한다. 이걸 한 화면에 섞는 건 AI 이전의 디자인이다.)
에어비앤비의 입장은 분명하다. 자기 데이터를 빅테크에 그대로 내어주고 트래픽을 받기보다 독자적인 정보 구축을 통해 직접 트래픽을 유도한다. 이 맥락에서 구글이 UCP를 확장한다고 해서 에어비앤비가 자사 인벤토리를 구글 AI Mode에 열어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AI를 자기 앱 안으로 끌어들이되, 자기를 AI 바깥에 풀어놓지는 않겠다는 자세다.
이 네 갈래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네 갈래 길 옆에 새로 자라는 흐름이 하나 더 있다. AltexSoft가 5월에 분석한 'Intermediaries 3.0' 흐름이다. DirectBooker 같은 AI-네이티브 어그리게이터들이 등장해 호텔의 직접 예약 인벤토리를 한 번에 모은다. 기존 OTA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호텔이 'merchant of record'(예약과 결제의 주체)를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이다. 손님은 호텔의 손님으로 남고, 데이터도 호텔에 남는다. OTA를 거치지 않고 AI에 직접 닿는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같은 분석은 한 가지를 더 짚는다. 현재 여행자의 2~8%만이 AI 에이전트에게 자율 구매 권한을 주는 수준이다. 신뢰는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단계는 예약 단계가 아니라 발견 단계, 즉 AI가 우리 숙소를 답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정돈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어떻게 하면 이 변화에서 살아남고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컨셉이 명확한 숙소. AI는 모호한 숙소를 답으로 내놓지 않는다. "조용한 오션뷰 펜션", "반려견 동반 가능한 한옥", "와인 셀러를 갖춘 부티크 호텔", "모든 방에서 일출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이렇게 한 줄로 자기 정체성을 말할 수 있는 숙소가 AI 답변에 등장한다. "다 좋아요"라는 말은 AI 입장에서 "특별한 게 없다"와 다르지 않다.
디지털 정보가 정형화된 숙소. 정확한 위치, 어메니티 목록, 가격 정책, 객실 타입, 영문 설명. 이런 정보가 한 곳에 일관되게 모여 있어야 한다. AI는 인용할 수 있는 정보만 인용한다. 흩어져 있는 정보는 결국 인용되지 않는다. Gil Chan은 5월 24일 분석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Getting visibility requires the same fundamentals that have always driven search visibility: authoritative content, structured data, external citations." (가시성을 얻으려면 검색 시대를 만들었던 그 기본기가 그대로 필요하다. 권위 있는 콘텐츠, 구조화된 데이터, 외부 인용.)
디테일한 리뷰가 많은 숙소. AI는 "조식이 맛있었다"보다 "전복죽이 인상적이었고, 사장님이 직접 잡은 해산물이라고 들었다" 같은 구체적인 표현을 더 잘 인용한다. AI가 답할 때 근거로 삼는 게 바로 이런 디테일이다. 손님이 무엇을 좋게 봤는지를 손님 자신의 단어로 남기게 만드는 숙소가 유리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정보가 AI가 쉽게 접근 가능한 온라인상에 노출되어 있는 숙소. 로비 방명록에 깨알같이 적힌 리뷰나 아무 곳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웹사이트에 적힌 정보는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정보가 흩어져 있고 정형화되지 않은 숙소. 네이버 블로그에는 단편적인 후기만, 인스타그램에는 사진만 있고, 자체 홈페이지는 없으며, OTA 채널마다 서로 다른 정보가 들어가 있는 숙소. AI는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또 그 정보가 제각기 다르다. 그럴 때 AI는 신뢰하지 않는 정보라고 판단하고 인용하지 않는다.
브랜드 인지도에만 기대온 중간 규모 체인. 앞서 Skift가 분명히 했다. "AI agents don't need shortcuts." (AI 에이전트에게는 브랜드 친숙도라는 단축이 필요 없다.) 이름값으로 손님을 끌어왔던 중간 규모 브랜드가 가장 흔들린다. 최상위 럭셔리는 자기 컨셉이 워낙 강해서 살아남을 것이고, 작은 독립 숙소도 명확한 컨셉으로 무장하면 오히려 기회가 온다. 가장 위태로운 자리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브랜드일 것이다.
한두 개 OTA 의존도가 높은 숙소. 앞에서 나열했지만 글로벌 AI 회사들과 OTA들이 각자 다른 전략으로 숙박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아직 누가 승기를 잡을지 확언할 수가 없다. 한두 개 채널에 너무 높은 의존도를 갖는 것은 전 재산을 하나의 주식에 모두 베팅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채널을 다각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히 우리가 정보를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숙소 공식 웹사이트를 잘 운영하는게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온라인상에 내 숙소 정보가 관리되지 않는 숙소. LLM이 온라인의 정보를 학습할때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정확성" 이다. 하지만 내 숙소의 정보가 OTA나 채널마다 상이하게 제공되고 있다면? 당연히 그 정보를 부정확한 정보로 간주하고 인용하지 않는다. 가급적 하나의 데이터 소스로부터 멀티채널에 정보가 동기화되는(OSMU, One Source Multi Use) 채널 매니저 같은것을 활용하자.
실행은 어렵지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1. 우리 숙소의 정체성을 한 줄로 정리한다. AI가 인용할 한 줄은 우리가 먼저 만들어야 한다. "한적한 오션뷰 펜션, 반려견 동반 가능, 조식 포함" 같은 식이다. 모호하면 보이지 않는다. 사장님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우리 숙소의 강점을 종이에 적어본 다음, 가장 차별적인 한 가지를 골라 모든 채널에 같은 문장으로 새겨 넣자.
2. 정보를 한 곳에 구조화한다. 자체 홈페이지나 단일한 PMS, 혹은 숙소 정보(콘텐츠)까지 동기화되는 채널 매니저에 정확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OTA마다 다른 정보가 들어가 있으면 AI가 어느 쪽을 신뢰할지 알 수 없다. 위치, 객실 수, 어메니티, 가격 정책, 체크인·아웃 시간, 반려견·금연·주차 정책 등 어디서 봐도 같은 정보가 나와야 AI가 그 정보를 신뢰한다.
3. 손님의 구체적인 표현이 남는 경험을 디자인한다. "맛있었다"가 아니라 "전복죽이 좋았다"가 나오도록. 그 표현이 리뷰로, SNS로, 외부 콘텐츠로 흘러가게 두자. 성의 없는 리뷰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손님이 가장 기억할 한 가지 경험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두고, 그 경험이 디지털 세상에 새겨지도록 한다.
4. 외부에서 언급되도록 한다. AI가 이미 신뢰하고 있을만한 회사의 웹사이트, 지역 매체, 여행 블로거, 뉴스 등. AI는 외부 인용을 신뢰의 신호로 읽는다. 내가 내 숙소가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 다른 매체가 우리 숙소를 언급하는 것이 100배 강하다. 평소 관심없던 블로거나 유튜버, 매체 인터뷰에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보자. 작은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그들의 언급이 우리 숙소를 AI에게 가이드해줄 수도 있다.
5. 자체 채널(옴니 채널)을 키운다. OTA 매출은 매출대로 가져가되, 직판 경로와 자체 콘텐츠 채널을 함께 키워야 한다. AI는 우리가 수년간 꾸준히 쌓아온 콘텐츠와 웹사이트에 신뢰점수를 부여할 것이다. 아직 없으면 지금부터라도 키워라. 이제는 사람 눈에 보기 좋은 웹사이트보다 AI가 보기 좋은 웹사이트가 중요한 세상이다. AI가 좋아하는 웹사이트 만들기는 이미 있는 좋은 솔루션을 활용하자. 우리만의 디지털 자산이 필요하다.
이 다섯 가지는 결국 한 줄로 모인다. 사람이 아닌 AI에게 우리 숙소를 잘 보여주기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좋은 호텔 사장님이 늘 해온 일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 차별점을 만들고, 정보를 정확히 정리하고, 손님 경험을 디자인하고, 외부의 좋은 평가를 얻는 것. 다만 그 대상이 사람에서 AI로 옮겨가는 만큼 새로운 문법을 익히면 된다.
이 과정에서 채널 매니저와 AI 가시성 도구, 부킹엔진 같은 기술 인프라의 역할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 온다도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숙박업주의 디지털 노출과 채널 통합을 돕고 있다. 18년간 한결같이 봐온 방향이기도 하다.
5월의 한 달은 단순히 뉴스가 많이 쏟아진 달을 넘어서 18년 동안 봐온 산업 전환 중 가장 빠른 속도의 신호를 느꼈다. 빅테크 세 곳, OTA 네 곳, 영상 플랫폼 하나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 한 달이었다. 그리고 한국 여행자의 36% 이상이 이미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이런 시기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자" 다. 18년 동안 가장 자주 본 후회가 그것이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과 모바일이 그랬고 글로벌 OTA가 들어올 때도 그랬다. 지켜보는 사이에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그 여파는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이번에는 그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두어 달 뒤에 주변이 바뀌지 않을까라고 기대했지만, 데이터는 이미 와 있다고 이야기한다.
살아남는 길은 결국 두 가지로 모인다. 빅테크와 OTA가 만든 새 길 위에 우리 숙소를 잘 노출되게 만들거나, 그들과 별도로 우리 자신의 손님과 직접 만나는 통로를 키우거나.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답은 둘 다 하는 것이다.
손님은 이미 챗GPT 에게 묻고 있다. 챗GPT 가 우리 숙소를 답으로 제시하는가. 들어가 있지 않다면 왜 그런가.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