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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관광객 2천만 시대. 우리 숙소는 외국인에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2026-07-13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2015년 여름이었다. 나의 두 번째 창업이었던 한인텔이라는 서비스를 옐로모바일에 매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가족(어머니와 여동생)과 해외여행을 위해 후쿠오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수년간 "사업하는 바쁜 아들"이라는 핑계로 오래 미뤄둔 효도 여행이자 나에게 주는 짧은 휴식이었다.

평소 여행을 즐기시지는 않지만 일식은 즐겨 드셨고, 관광보다는 휴양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취향을 고려해 일본의 료칸을 택했다. 멀미를 하시는 어머니를 배려한 짧은 비행 시간까지 감안해 목적지는 유후인의 한 료칸이었고,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아버지가 작고하신 이후 처음으로 하는 가족여행이자 효도여행이었기에 큰맘 먹고 한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했다.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 한국어로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가이드를 따라 탑승한 낡은 소형 버스는, 짐작되는 버스의 나이만큼이나 승차감이 좋지 않았다. 태백산맥 어딘가의 산장을 갈 때나 지나갈 법한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인적이 많지 않은 산자락에서 우리를 맞은 것은 다소 낡았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한 외관의 전통 료칸과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료칸 직원들이었다. 일본인 특유의 다소 과장스럽지만 친절한 환영을 받으며 제공해주는 녹차를 마시고 멀미를 하신 어머니를 챙기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다시 료칸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가 머물 객실로 따라가고 있었다.

요를 꺼내 펴야 잘 수 있는 다다미방. 아뿔싸.

나름 효도여행이라고 준비한 건데,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한 숙박업소에서 최고급 침대도 아닌 요가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침대가 아니면 잠을 잘 못 주무시는 어머니에게 효도 여행이라고 준비한 건데,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불편한 교통, 생각보다 허름한 시설, 거기다가 직접 요를 깔고 자야 하는 다다미방 시스템까지. 그때까지는 도대체 왜 이 정도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한 건 당시 그 료칸은 빈 객실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이 가격을 지불하고 료칸에 머문다는 뜻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이틀을 머무는 사이 조금씩 그 가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설 곳곳에는 외국인들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의 표지판과 설명이 붙어 있었고, 이용하는 동안 만나는 직원들은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의 완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카이세키(懐石, 코스로 나오는 일본 전통 정찬), 객실로 직접 요리를 서빙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나카이(仲居, 객실 담당 접객원)가 방으로 요리를 하나씩 들여오고, 우리가 먹는 사이 어느샌가 이불을 펴두고 나간 걸 발견한 이후, 멀미로 지쳐 있던 어머니의 안색이 환해 보였던 건 몇 대째 이어온 온천물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별것 아닌데 상품이 된다

유후인은 인구 3만 명의 작은 온천 마을이다. 그 마을이 속한 유후시(由布市)가 2024년 한 해에만 외국인 관광객 144만 명을 받았다. 조사 이래 최고 기록이고, 전년 대비 40% 증가한 숫자다(일본경제신문 2025년 보도). 시라카와고는 인구 500명 규모의 산속 마을인데, 2024년 방문객 208만 명 중 절반인 111만 명이 외국인이었다(기후현 시라카와촌 관광통계). 이 도시들이 특별한 자원을 가진 것은 아니다. 유후인의 온천은 우리 강원이나 충남의 온천보다 압도적이지 않고, 시라카와고의 초가집들은 하회마을이나 낙안읍성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상품이 된 이유가 있다. 왜 여기까지 와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를 외국인이 읽고 먹고 자며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와 편의가 곳곳에 깔려 있었다.

연 1억 명이 찾는 관광대국 프랑스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으리라. 우리는 2026년 사상 최대인 2,200만 명을 예상하고 있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프랑스는 이미 2024년에 1억 명(관광 수입 710억 유로)을 받았고, 스페인도 9,380만 명(전년 대비 10.1% 증가)을 기록했다. 우리보다 앞서 관광대국의 문턱을 넘은 나라들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넘게 이 이야기를 다듬어왔다.

카이세키가 아닌 한식

한국은 지금 명실공히 문화 선진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K-pop과 K-Drama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이제 콘텐츠를 넘어 의식주의 축이라 할 패션과 음식, 그리고 한글과 한국어까지 확대되었다. 세계적으로 한국어 강의가 늘고 한식당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숫자만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식의 열풍은 가히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이 호기심은 방한객의 64%가 한식 체험을 방한 이유로 꼽을 만큼 크며, 한번 경험한 한식의 만족도는 94.2%이고 재취식 의향은 80.6%로 처음 80%를 넘었다(2025 한식 해외 소비자 조사, 해외 22개 도시 1만 1천 명 대상, 한식진흥원·농식품부). 한국 관광 부흥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관광에서 한식은 흩어진 개별 체험으로 있다. 편의점의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을지로 노포의 치맥, 청담동의 양념갈비가 각자의 자리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것들이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낚시배를 타고 우럭을 낚아 직접 떠주는 회를 맛보고, 양평 어느 방앗간에서 갓 뽑은 가래떡을 잘라, 그 자리에서 떡볶이를 요리해 먹는 경험이 된다면 어떨까. 그게 아니더라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두어 시간 달려 도착한 가평이나 김해국제공항에서 두어 시간 달려 도착한 남해 펜션에서, 카이세키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식을 하나의 콘텐츠로 제공할 수 있다면 그 경험은 하룻밤 수십만 원을 지불하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마치 유후인의 료칸이 팔았던 것이 방이 아니라 숙박과 식사, 그리고 온천이 어우러진 경험이자 스토리였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이것들을 더 가치 있는 스토리로 묶어 하나의 연결된 경험으로 제공하는 기획력이다. 그리고 이렇게 입힌 스토리를 더 이상 내국인만이 아닌 글로벌 관광객이 즐길 수 있도록 외국어 설명서를 붙이고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인의 친절함은 자랑거리가 되고 있고, 급격히 발전한 AI 기술로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 번 오고 마는 나라

한국은 2025년 한 해에 1,893만 명의 외국인을 받았다. 역대 최고다. 전년 대비 15.7% 늘어난 숫자다(한국관광공사, 2026). 같은 해 일본은 4,268만 명을 받았고 관광 지출은 9.5조 엔이었다. 하지만 그 격차보다 나의 관심을 이끄는 숫자는 재방문율이다. 방한 외국인 재방문율은 2019년 58.3%에서 2024년 54.7%로 떨어졌다(KCTI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 확정치). 사람은 더 많이 오는데 다시 오는 사람은 줄고 있다. 방한객의 77.3%는 여전히 서울에 머문다.

이유를 우리 모두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이, K-Pop이, K-Drama에서 나오는 배경과 음식이 궁금해서 찾아왔지만, 일본이나 프랑스만큼 관광 선진국으로서 성숙하지는 못했다. 육회를 Six times로 번역해두는 나라와 카이세키를 방으로 들여오는 나라 사이에서 어느 쪽이 두 번 오고 싶어질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바가지를 잡으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글을 썼다. 우리 관광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본다. 수천 수만 마일을 날아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다시는 안 볼 사람이라며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바가지 요금을 제시하는 문화가 남아 있는 한, 지금의 호기심은 머지않아 싸늘하게 식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오는 나라가 되려면

이제 시작이다. 언제까지 K-콘텐츠의 인기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콘텐츠에서 시작된 관심이 음식과 문화까지 확대되고 있는 지금의 추세로 보면 쉽사리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119개국의 한류 팬은 이미 2억 2,500만 명에 이르고, 방한객의 38.3%가 K-콘텐츠를 이유로 우리를 찾는다(외교부 2023 지구촌 한류현황·KCTI 2024 외래관광객조사). 인천에서 가평까지 한 시간, 양평까지 한 시간, 강릉까지 KTX로 두 시간이다. 땅덩이 넓은 미국 사람의 관점에서는 옆 동네에 가까운 거리에 우리의 문화를 녹여 하룻밤에 수십만 원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자.

그러려면 지방마다 왜 여기까지 와야 하는지 설명해줄 스토리가 필요하다. 안내와 메뉴, 앱과 지도가 최소 세 개 언어로 매끄러워야 한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손님이 바비큐 주문을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꼭 카이세키처럼 방 안으로 서빙을 하지는 않더라도, 숙소에서 굳이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아도 될 거리에서 한식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식당과 숙소가 서로의 상품이 되어야 하고, 조식과 석식이 방 값과 함께 패키지로 제공되어도 좋다. 우리에게는 세계 어디에서든 통하는 한식이 있다. 그것을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의 하룻밤에 얹을 수 있는 순간, 우리 숙박은 방을 파는 임대업에서 한식과 하루를 함께 파는 문화 상품으로 진화하고, 기꺼이 다시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준다. 료칸이 파는 것은 방과 온천이 아니라 하루의 여정이고 스토리고 체험이었다. 우리가 팔 펜션에서의 하룻밤 체험은 한식과 그 지방의 스토리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

관광객 41.7명이 정주인구 1명의 소비를 대체한다는 연구가 있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2). 2026년 재지정된 인구감소지역 89곳이 관광으로 살아날 여지가 여기에 있다(행정안전부, 2026 재지정). 나는 온다에서 우리 고객인 숙박업주들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예약을 채우실 수 있도록 홈페이지(부킹엔진)를 영문화하고 해외 결제 모듈을 붙이며, ChatGPT와 Gemini가 홈페이지를 잘 추천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다. 이미 발 빠른 사장님들은 우리를 재촉하며 외국인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하지만 영문 홈페이지만큼 펜션을 즐길 수 있는 재료가 충분히 준비되셨는지는 미지수이다. 지금 시작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연간 1,893만 명이라는 숫자는 최고점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 우리 지방이 살고, 우리를 찾아온 손님이 돌아오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일본을 이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시 오는 나라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숙박업주분들이 해주실 수 있다.

Kevin Oh
(주)온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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