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발표한 '영업신고 의무화' 정책을 보면서 "아, 이거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근데 전부 내려가면 관광객 받을 대안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에어비앤비의 단순한 준법 선언이라고 보기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연간 1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한 한국 공유숙박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파격적인 결정이었거든요.
먼저 상황을 정리해보면, 2023년 기준 한국에는 73,000개 이상의 에어비앤비 숙소가 등록되어 있고 연간 거래액은 1조 1천억 원을 돌파했어요. 문제는 이 중 적게는 70% 많게는 90% 이상이 정식 영업신고 없이 운영되는 '미신고 숙소'로 추정되는 점입니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에어비앤비 거래액이 1조 1,289억 원에 달했지만, 국세청에 신고된 부가가치세는 고작 217억 원에 불과했거든요.
해외 사례를 보면 현재 미신고된 숙소가 에어비앤비에서 영업이 정지되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요. 2018년 일본이 민박신법을 시행했을 때 숙소 수가 62,000개에서 13,800개로 80% 급감했고, 15만 건의 예약 중 합법 숙소는 고작 2,000건에 불과했습니다. 더 극단적인 사례는 2023년 뉴욕인데, 호스트 상주 의무 등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로 단기임대 숙소가 92% 감소하면서 호텔 가격이 7.4%나 급등했죠.
한국 상황에서 가장 큰 화두는 특히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 홍대, 종로 등 핵심 도심의 오피스텔 숙소들이 2025년 10월을 기점으로 에어비앤비에서 대거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는 법적 구조 때문에 불가피한 결과예요. 건축법상 오피스텔은 '업무시설'로 분류되는데, 숙박업 신고는 '숙박시설'에서만 가능하거든요. 즉, 오피스텔에서는 원천적으로 숙박업 신고가 불가능합니다. 이미 2016년 대법원에서도 "오피스텔 에어비앤비는 불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어요.
이에 따라 오피스텔 호스트들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무너지는 실존적 위기에 내몰렸어요.
대부분 소규모 자본으로 여러 개의 오피스텔을 임차하거나 매입하여 운영해 온 개인 사업자들인데, 이들은 장기 임대 시장으로의 전환이나 파티룸 같은 공간 대여업으로 업종 변경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는 고객층부터 마케팅 채널, 운영 방식까지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 쉽지 않은 전환이 될 거예요.
여행객 입장에서도 변화가 클 것 같아요. 일단 숙소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들고, 남은 숙소들의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저예산으로 도심에서 머물고 싶었던 여행객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 같습니다. 에어비앤비의 핵심 매력 중 하나였던 '합리적인 가격의 독특한 숙소'라는 선택지가 대폭 줄어들면서, 많은 여행객들이 기존 호텔이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될 테니까요.
이런 변화 속에서 가장 확실한 수혜자는 호텔업계, 특히 중저가 및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에어비앤비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합리적인 가격의 도심 속 개인 공간'이 사라지면서 비슷한 가격대의 대안을 찾는 여행객 수요가 호텔로 대거 유입될 거거든요. 뉴욕 사례에서 보듯이 공급 감소는 직접적으로 호텔 가격 상승과 점유율 증가로 이어져요.
생활형 숙박시설도 큰 수혜자입니다. 에어비앤비의 오피스텔 숙소와 거의 동일한 상품을 제공하면서도 건축법상 '숙박시설'로 분류되어 합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절대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도심 속 생활형 숙박시설은 이번 조치로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전례 없는 수요 급증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 OTA에게도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동안 호텔·모텔·펜션 예약 시장에서는 강점을 보였지만 에어비앤비가 독점해 온 '공유숙박' 영역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했거든요. 이제 에어비앤비에서 이탈한 수많은 게스트와 소수의 합법 호스트들을 흡수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에어비앤비라고 마냥 손해만 보는 건 아닙니다. 정부는 3,000만 외래 관광객 유치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선 양질의 숙소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죠. 지금 당장 에어비앤비가 전면적으로 숙소를 내려 버리면, 숙소 부족과 숙박비 급등으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불보듯 뻔해요.
색안경을 끼고 보면 에어비앤비 입장에서는 이번에 큰 난리가 날수록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거에요. 단기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합법화 논의 테이블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내국인 대상 공유숙박 합법화'나 '오피스텔의 합법적 에어비앤비 활용 방안' 같은 숙원 사업을 한국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도 있거든요.
전체 합법은 안 되더라도 해외의 '긍정적 규제' 사례들을 어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거에요. 일본은 2018년 민박법을 통해 공유숙박을 완전히 금지하는 대신 '연간 180일 영업일수 제한'을 두어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합법화했거든요. 이를 통해 주택이 완전한 상업용 숙소로 전환되는 것은 막으면서도, 부업 형태의 건전한 호스팅은 장려할 수 있었어요.
유럽의 여러 도시들도 비슷한 접근을 취하고 있어요. 파리는 주 거주지를 임대할 경우 연간 최대 120일(곧 90일로 축소 예정)로 제한하고 모든 숙소에 등록번호를 부여해 시 정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조건적 금지'가 아닌 '관리 가능한 합법화' 모델의 좋은 사례죠.
결국 '금지 vs 허용'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관광 활성화와 주거 안정, 세수 확보와 안전 관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일 것입니다.
IT 업계에서 봤던 수많은 패러다임 시프트처럼, 이번에도 변화를 미리 읽고 준비한 플레이어가 승자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국내 OTA들이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에어비앤비가 선점했던 국내 시장을 상당수 차지할 수 있을 거에요.
여러분은 이 변화를 어떻게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