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 하회탈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14

2020-02-04

14. 에필로그

– 가게를 열고 나서, 회사를 박차고 나와

게스트하우스에 전념하기까지

 

Writer 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점(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329-18
객실타입 : 소형 트윈룸, 소형 더블룸, 일반 트윈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낙산공원, 흥인지문, DDP,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동묘 벼룩시장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DDP점(지점)
주소 :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74
객실타입 : 더블룸, 패밀리룸(3인, 4인, 6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장충체육관, 남산, 광희문, 청계천 등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SNS
홈페이지 : http://seouldalbit.com
인스타그램 : @seoul_dalbit

Photo by Patrick Hendry on Unsplash

대망의 오픈일 이후 게스트하우스는 순조롭게 영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거취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필자는 회사원의 신분으로 투자자 포지션에서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에 몸 담았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 중에는 평일 저녁 퇴근 이후 회의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나누며 진행상황을 업데이트 받았고, 주말 중에서도 가능한 시간대만 어깨너머로 참여했다.

게스트하우스 영업 시작 전, 오픈을 준비하기까지는 나의 물리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함께 팀을 꾸렸던 동업자들 덕에 프로젝트를 단계 별로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사실 이전 글에서 서술된 프로젝트의 진행 중 나의 참여는 대부분 아이디어 제안이나 의견 개진에 속했다. 실질적인 시간을 투입한 것은 대부분 동업자 친구들이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2016년 1월 오픈 후 동업자 친구 중 2명이 취업하면서, 직장인이 우리 팀 4명 중 1명(본인)에서 3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되었고, 전업으로 참여하는 1명의 주도자(창업기 6편에 등장한 추진력만큼은 쩌는 친구) 또한 기존에 운영하던 에어비앤비 숙소 운영과 장기적인 개인 사정이 겹쳐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오픈을 준비하는 인원보다 막상 영업을 시작하고 나서 숙소를 운영/관리하는 인원이 더 적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경험하는 게스트하우스 영업인 데다 가맹점처럼 본사의 도움도 없었기 때문에 초기 1~2개월은 좌충우돌의 연속이기만 했다. 다행히 이 당시 함께 일하기 위해 선발한 직원들이 영리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기에, 초기 운영 시스템 확립에 큰 도움을 주었다. 청소 업무의 분배, 체크인 절차 확립, 시설 관리 매뉴얼 작성 등 현재 구성한 기본 원칙과 운영 시스템은 모두 초기 근무했던 직원들과 운영자들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게스트하우스 표준 근무 시간 후 늦게 오는 손님들을 위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셀프 체크인 안내문.

창업기 3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실제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고전적 비즈니스-장사를 하고 싶었는데 이를 직접 체감하는 것은 새로웠다. 당시 기술/해외 영업 지원 담당 회사원으로서 해외 거래처와 송장(invoice)을 주고받으며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했지만, 이는 모니터와 서류상의 숫자만이 오고 갈 뿐 실제로 내가 '영업'을 한다고는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사뭇 달랐다. 고객과의 거래 규모는 회사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작았지만 실제로 손님들이 우리 가게에 방문했고, 시설을 이용하고, 금액을 지불하고, 리뷰를 남겼다.


손님들이 남기는 좋은 리뷰는 큰 힘이 되었다.

우리의 마케팅 정책에 따라 손님들의 수요가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었고, 우리가 배치한 시설에 따라 고객의 이용 동선이나 반응이 달라졌다. 고객이 지불한 금액의 입금 일자는 우리 숙소가 판매되는 여행 에이전시 웹사이트와 카드사 정산 일정에 따라 제각각이었지만 정산 금액은 우리의 가게 통장에 따박따박 찍혔다.


그야말로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장사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나 나의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잠깐씩 가게를 들러 "이 게스트하우스 오픈에 투자한 OO이요 에헴" 하면서 잠깐씩 어깨에 힘을 줄 수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운영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숙소를 운영할수록 가게의 운영 시스템은 조금씩 기틀이 잡혀갔으나 하루하루 시설을 관리하는 일에는 역시 운영자의 시선과 케어가 필요했다. 저녁이나 주말에 가게에 들를 때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도, 내가 직접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트타임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실현의 책임을 지우기란 무리였다.

노동 수익만으로는 자산을 불리기는커녕 자기 한 몸 챙기기도 버거워진 요즘 같은 시대에 투잡을 영위하는 직장인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투잡으로 흔히 생각하는 업종은 무인 운영이 가능하며 별다른 제약사항이 없는 코인 노래방이나 인형뽑기방 등이고, 필자처럼 꽤 규모 있는 형태의 사업장을 여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특히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충분한 자본만 제공되면 기획부터 시공, 운영까지 많은 부분을 책임져 주니 말이다(물론 그 대가로 지불하는 로열티 덕에 수익이 쪼개지긴 하지만...).

창업하기도 전에 무턱대고 퇴사하며 직접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이렇게 회사에 다니는 중 투잡 형태로 사업을 시작해 리스크를 줄이고, 그 사업의 가능성/수익성을 테스트하는 것은 꽤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역시나 주의할 것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겸업이 금지되는지 여부.

[김과장&이대리] "월수입이 예전 연봉"...대기업 관두고 유튜버로 제2 인생

현행법상 개인이 복수 직업을 영위하는 것을 고용주가 아예 금지할 수는 없다. 노동자가 다른 사업을 겸직하는 것은 개인 능력에 따른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므로, 기업 질서나 노무 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례도 존재한다(행정법원 선고 일자 2001.07.24., 2001구 7465 판결). 그렇더라도 직장인이라면 회사 내 사규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겸업이 적발될 경우 심하게는 퇴직 조치가 될 수 있기 때문. 겸업이 금지되는 상황은 보통 다음과 같다.


그렇게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게스트하우스 투자자로서 어깨너머로 사업 현황을 업데이트 받는 생활을 계속했다. 직접 손님들과 상대하며 장사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점점 커졌고 우리가 기획한 사업에 고객이 반응하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나의 삶을 더욱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두 가지 일을 병행하지 않고, 게스트하우스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애초에 외부의 결정에 의해 내 삶이 좌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사업에 눈을 돌렸고,

나는 내 손으로 성공과 실패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주체적인 삶을 만들고 싶었고,

내가 사업에서 바라는 것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자존감이었다.


그렇게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수개월, 결정 후 실제로 퇴사를 결행하기까지 또 수개월이 걸렸다. 순간 욱해서 내리는 결정이 아니라 퇴사 시 꼭 해야만 할 고민과 걱정에 대해서는, 필자가 예전에 작성했던 글 "퇴사할 때에는 겁쟁이가 됩시다"를 참고하시길.

반년에 가까운 고민과 결정과 실행을 통해 나는 퇴사를 했다.


2017년 3월 퇴사를 결행한 지 만 3년,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두 곳과 캡슐 호텔 한 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주머니 사정은 그리 여유롭지 않은 자영업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나의 게스트하우스 창업의 과정을 다룬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하회탈=""></하찮은>이자 <게스트하우스 창업기=""></게스트하우스> 를 마친다. 하루하루 장사하며 글을 틈틈이 쓰다 보니, 15편의 글을 쓰는 데에 거의 1년 반이 꼬박 걸렸다. 자영업 창업을 꿈꾸는 모든 분들에게 나의 좌충우돌 창업기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 세상의 모든 고뇌하는 회사원들과 하루하루 고생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화이팅.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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