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4
Writer 단순한 진심 공간지기 류하윤 & 최현우
Editor ONDA 이채은 매니저
안녕하세요, 동해바다 앞에서 방 하나의 숙박 공간 ‘단순한 진심’을 운영하는 공간지기 하윤과 현우입니다. 이 글은 2년 전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글입니다. 단순한 진심을 준비하면서 가장 절실했던 글이기에, 우리의 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아서 싹 틔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연재 글에 관한 질문이나 의견, 혹은 단순한 진심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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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http://www.sincerity.kr/
<단순한 진심="">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객실 가격 책정이었습니다. 가격을 결정할 때에는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한>우리가 손님을 위해 하는 노동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가치를 스스로 책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손님이 오시기 전날 청소를 하고, 마당을 깨끗이 정리하며, 햇빛에 소독한 이불로 교체하는 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손님을 위해 따뜻한 식사를 준비하는 일, 그리고 깨끗하게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는 감가상각비입니다. 매트리스나 침구류를 비롯한 인테리어는 평생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교체 주기를 고려해서 비용을 차감해야 하는데, 이를 감가상각비라고 합니다.
이렇듯 노동에 대한 대가와 감가상각비를 고려하면서도, 가장 크게는 비슷한 유형인 다른 숙소들의 가격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다양한 숙소를 둘러보았는데, 가장 의문스러웠던 부분은 성수기와 비수기 요금의 차이, 그리고 평일과 주말 요금의 차이 였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진심="">을 지키는 공간 지기이기도 하면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 여행자이기도 합니다. 여행자로서 느끼기에 주말, 혹은 성수기라고 해서 더 나은 서비스, 더 큰 공간이 제공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성수기나 주말이 되면 많은 사람으로 인해 숙소를 온전히 누리기가 어려워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비수기, 오늘은 성수기로 설정해두고 객실 요금에 차이를 두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단순한>
물론 그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있습니다. 대부분 직장인의 휴가는 7~8월에 집중되어 있고, 이 시기가 되면 강원도의 많은 숙소는 숙박 금액을 올립니다. <단순한 진심="">이 위치한 동해시 같은 경우 ‘숙박 요금 연동제’라고 하여 숙박 금액을 비수기 요금의 최대 2배까지만 올릴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권장하는 바가 2배 정도이니 성수기 가격이 그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인기 있는 숙소는 한정되어 있고 같은 시기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숙박 요금이 오르더라도 객실의 예약은 쉽게 채워지는 편입니다. 아쉬운 것이 없는 숙소는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리겠지요.
반면 비수기 혹은 평일에는 손님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어서라도 손님을 유치하려고 합니다. 숙박 ‘상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비행기 좌석과 마찬가지로 당일에 팔지 못하면 가치가 0원이 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야놀자’와 같은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당일 땡처리 숙소가 올라오는 이유입니다. 물론 규모가 큰 숙소일수록 방을 하나라도 더 팔아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렇게 고무줄 가격이 되어버리면 숙소 가격에 대한 의문이 들기 마련입니다.
아래는 어떤 숙소의 9월 가격표인데, 같은 방, 같은 서비스에도 숙박 가격은 75,000원부터 100,000원까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무줄처럼 변하는 가격에 큰 의문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단순한 진심="">은 평일, 주말, 그리고 비수기와 성수기에 상관없이 동일한 객실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오직 다시 찾아와주시는 손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20%의 할인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언제 방문하더라도 숙소의 가격이 그 가격이면 어떨까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가격에 속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단순한>
물론, 숙소뿐만이 아니라 많은 브랜드가 할인 정책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좋아하는 가방 브랜드가 있을 때 품질과 디자인 모두 마음에 들지만, 세일을 너무 자주, 그리고 높은 할인율로 하다 보면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가 점차 떨어집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상품을 재고 처리하여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가방을 10만 원에 구매했는데, 이틀 후에 5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떨까요? 또다시 10만 원에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대부분은 ‘나도 세일을 기다려야지. 정가를 주고 사지는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가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정가에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사람이 몰릴 때는 가격을 올리고, 사람이 없을 때 가격을 내리는 이유는 남는 방을 최대한 많이 팔아서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어떻게 하면 방을 잘 팔 수 있을까’에 대한 답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시작점이 되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손님이 만족스럽게 잘 머물다 가면 그 손님은 다시 찾아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적어도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하거나 혹은 온라인에 후기를 남기게 되고, 이는 방이 더 잘 팔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지요. 방을 잘 팔기 위해 가격으로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재방문하는 손님들을 하나둘 늘리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몇 달 전 <단순한 진심="">은 평일, 주말, 비수기, 성수기 요금이 모두 동일한 정액제 요금에서 </단순한>자율 요금제로 바꾸었습니다. 이는 일종의 실험이며 요금의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형편에 맞게’, 두 번째는 ‘만족한 만큼’입니다.
자율 요금제로 바꾼 이유는 각자 벌이가 다르고, 각자마다 <단순한 진심="">에서 만족한 정도가 다를 텐데, ‘모두에게 동일한 요금을 받는 것이 맞을까’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율 요금제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단순한 진심="">의 가격 정책을 지지해 주리라 생각했습니다.</단순한></단순한>
<단순한 진심="">은 손님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객실 요금을 책정해보기도 하고, 숙박 가격을 손님에게 맡겨보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보고, 우리에게 적절한 방식을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숙소 운영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숙소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아 나가는 과정일 뿐입니다.</단순한>
이렇게 단순한 진심의 다섯 번째 글, “당신이 책정한 숙박 가격에는 이유가 있나요?”를 마칩니다. 글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여섯 번째 질문, "당신은 얼만큼의 쉼이 필요한가요?"와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한 진심에게 의견 남기기
[연재목차]
1. "꼭 숙박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2. "생각만 해도 행복한 공간을 상상할 수 있나요?"
3.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4. "숙박업의 기본을 정의내릴 수 있나요?"
5. "당신이 책정한 숙박 가격에는 이유가 있나요?"
6. "당신은 얼만큼의 쉼이 필요한가요?"
7. "당신의 한계를 알고 있나요?"
8. "어떤 인테리어를 생각하고 있나요?"
9. "어떻게 예약을 받는 게 좋을까요?"
10. "단순한 진심이 던진 질문들,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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