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숙박업의 기본을 정의내릴 수 있나요?

2020-07-21

essay
숙박업을 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04. 숙박업의 기본을 정의내릴 수 있나요?


Writer 단순한 진심 공간지기 류하윤 & 최현우

Editor ONDA 이채은 매니저

안녕하세요, 단순한 진심입니다.

안녕하세요, 동해바다 앞에서 방 하나의 숙박 공간 ‘단순한 진심’을 운영하는 공간지기 하윤과 현우입니다. 이 글은 2년 전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글입니다. 단순한 진심을 준비하면서 가장 절실했던 글이기에, 우리의 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닿아서 싹 틔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연재 글에 관한 질문이나 의견, 혹은 단순한 진심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이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순한 진심에게 의견 남기기
홈페이지 : http://www.sincerity.kr/

숙박업의 기본

‘단순한 진심’을 준비하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어느 식당에서 백종원 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요식업의 기본이 안 되어있어.” 그 말을 듣고 난 후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숙박업의 기본은 무엇일까?”


또 기본이 무엇인지 묻기 전에, 매번 부르는 ‘숙박’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사전에 검색해보니, ‘잠잘 숙(宿)’에 ‘머무를 박(泊)’이라는 한자를 써서 ‘여관이나 주막에서 잠을 자고 머무른다’는 의미더군요.

아침 해가 잘 들어오는 단순한 진심의 손님방


우리는 숙박업의 기본을 정리하기 위해 정보를 검색하고 관련된 책들을 찾아봤습니다. 예를 들어 숙소 사장님들이 숙소를 시작한 이유, 계속하고 있는 이유, 숙소 운영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왜 숙소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등을 찾아본 것이지요.

또 한편으로는 손님들이 숙소에 무엇을 기대하고 찾아와서 무엇에 만족하고 감동하며, 혹은 무엇에 실망하고 아쉬워하는지를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상업 활동과 마찬가지로 숙소를 운영하고 싶다고 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찾아와주어야 숙소가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과 손님의 입장 모두를 살펴봤습니다.


“숙박업의 기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의 기록을 찾아보고, 고민하여, 직접 경험하면서 내린 결론은 아래의 세 가지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는 “숙박업의 기본은 무엇일까?”에 대한 단순한 진심의 답이며, 이 글을 읽으시는 숙소 사장님들께서도 각자만의 답을 찾아서 자신의 숙소에 적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 편안하고 깨끗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

당연한 사실이지만, 숙소의 첫 번째 기능은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숙소는 깊은 잠자리에 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손님이 다음 날 좋은 컨디션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숙면을 위해 수십 가지 종류의 베개를 갖춰놓고 손님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놓은 호텔도 있다고 합니다. 작은 숙소에서 다양한 종류의 베개를 구비하기는 힘들겠지만, ‘편안하고 깨끗한 잠자리’를 위해 자신의 숙소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손님방의 침구류

단순한 진심에서는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편안한 매트리스, 포근한 이불솜과 베개 솜, 그리고 촉감이 좋은 이불과 베개 커버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습니다. 실제 저희 공간을 이용해주신 손님들께서 제품 정보에 대해 따로 물어보실 정도로 지금까지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단순한 진심에 방문하셨던 손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요, 아래와 같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단순한 진심에서 제가 보냈던 시간과 두 분의 삶을 제법 천천히 오래도록 곱씹고 있어요. 편안했던 잠자리가 인상적이어서 얼마 전 단순한 진심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같은 매트리스로 제 침구를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참 잘 잡니다. 아침마다 허리가 뻐근하던 것도 사라지고, 무엇보다 좋은 건 누울 때마다 단순한 진심에서의 평온했던 날들이 기억나는 것이에요.


단순한 진심을 2년 동안 운영하면서 다양한 칭찬을 받아왔지만, 가장 듣기 좋은 말은 ‘잠을 잘 잤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다녀가신 또 다른 손님께서는 매번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는 탓에 항상 피곤함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푹 잤다’ 는 말을 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맞아, 여행 와서 잠을 잘 자는 건 정말 중요하지’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두 번째 노력으로는 깨끗한 잠자리를 위해 매번 새로운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전체 침구류를 교체하는 ‘당연한’ 일을 말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손님이 오실 때마다 침구류를 교체하는 당연한 일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관리해야 할 침대가 많아 바쁠 때는 돌돌이를 활용해 머리카락이나 보이는 먼지만 정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고 힘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청결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진심의 잠자리가 많은 손님으로부터 칭찬받을 수 있었던 또 한 가지의 이유는 햇볕과 바람에 바짝 말린 침구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빨래할 때 섬유 유연제를 사용하지 않고, 말릴 때는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볕이 좋은 날에 옥상에 올라가 침구류를 탈탈 털고 햇볕에 바짝 말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바스락거리는 자연스러운 촉감이 사람의 기분을 참 좋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옥상에 이불 말리고 있는 사진.


2)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일.

단순한 진심이 정리한 숙박업의 두 번째 기본은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일입니다. 이는 정리된 매뉴얼로는 알 수 없는 영역입니다.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희가 생각하는 바로는 손님이 숙소 운영자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기 전에 손님의 마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먼저 내어주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한 예로 비염 때문인지 코를 자주 훌쩍거리시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비염으로 인해 일상생활은 괜찮지만 자려고 누웠을 때 코가 막혀 잠에 쉬이 들지 못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물에 적신 수건 하나를 머리맡에 걸어놓은 일이 꽤 큰 도움이 되었기에, 머리맡에 걸어두시라는 뜻으로 손님께 꽉 짠 수건을 하나 내어드린 적이 있습니다. 수건 덕분에 잘 주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아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문자 한 통을 받았지요.



손님방의 레이스 천


또 어느 날은 손님께서 머무시는 객실 문에 큰 레이스 천을 달아놓았습니다. 바람이 잘 통하게 하기 위해서는 방문을 열어놓는 것이 좋은데, 그러면 공용공간에서 방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여 문을 닫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문에 레이스 천을 달아놓자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객실 내부에 있는 손님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더군요. 그다음부터는 다른 손님들께서도 문을 활짝 열어두곤 하셨습니다.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피는 일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조금 더 잘 헤아리기 위해서는 숙소 운영자인 우리가 손님의 입장이 되어보거나, 손님이었던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내가 만약 손님이라면 방문을 열어놓았을까?’, ‘나였어도 숙소 사장님과 자주 눈을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워서 닫아놓았을 거야’ 와 같은 생각이 자연스레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손님들은 제각기 다른 성격과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이 손님의 입장일 때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3) 즐거운 여행이 되도록 돕는 일

숙박업의 기본적인 일 중 세 번째로는 손님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는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있겠지요. 현지 주민과 여행객이 찾는 정보 격차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추천하는 걷기 좋은 길, 관광객은 잘 모르는 식당과 카페에 대한 정보를 잘 정리해서 제공하는 편이 좋습니다. 


주민들만 알고 있는 걷기 좋은 길

시골 동네 여행을 좋아하는 저희 둘에게는 버스 시간표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동해시를 여행하는 뚜벅이 손님들을 위해 주요 관광지로 이동하는 버스 시간표를 정리해서 함께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2박 3일이라는 짧은 여행에서 꽤 긴 시간을 허비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 체크인 하루 전에 보내드린 동해 여행안내서 보기


바닷가 피크닉 세트

단순한 진심 근처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는데요. 준비성이 철저한 손님들은 바닷가에서 사용할 돗자리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진심에서는 돗자리, 미니 캠핑 의자, 텀블러, 양산,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 바다에서 시간을 보낼 때 필요한 물건을 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몇몇 손님께서는 ‘준비해 주신 물품들 덕분에 바다에서 좋은 시간 보내다 왔다’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여행객에게는 이런 물건들이 더 좋은 여행을 누리는데 크게 기여를 하기도 합니다.

맺음말.

민박, 여관,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호텔, 펜션 등 다양한 종류의 숙박 형태를 통틀어 숙박업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많은 형태 중에서 우리는 우리를 어떤 단어로 부르는 게 좋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하는 일을 스스로 어떻게 정의 내릴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숙박업의 기본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항목을 잘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어느 숙소의 아침 식사
어느 숙소의 저녁 식사

최근 저희가 다녀온 숙소의 사장님께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숙소의 기본은 '깔끔한 침구류와 식사'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저녁 식사까지도 정성스럽게 내어주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차림을 보면 ‘아, 이 숙소는 끼니를 정말로 중요하게 여기시는구나’ 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간편식으로 간단하게 차리는 식사가 아니라 시간을 내어 정성스럽게 만든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숙소는 숙소의 기본이 ‘손님들끼리 즐길 수 있는 소소한 대화’일 수 있고, 또 다른 숙소는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숙소마다 정의하는 숙박업의 기본은 다르겠지만, 우리 숙소만의 기본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숙박업의 기본은 무엇인가요? 

자신이 하는 일을 어떻게 정의 내리고 있나요?  

자신의 숙소는 기본이 되어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단순한 진심의 네 번째 글, “숙박업의 기본을 정의내릴 수 있나요?”를 마칩니다. 글에 대한 질문이나 의견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섯 번째 질문, “당신이 책정한 숙박 가격에는 이유가 있나요?”와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단순한 진심에게 의견 남기기


[연재목차]

1. "꼭 숙박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2. "생각만 해도 행복한 공간을 상상할 수 있나요?"

3.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4. "숙박업의 기본을 정의내릴 수 있나요?"

5. "당신이 책정한 숙박 가격에는 이유가 있나요?"

6. "당신은 얼만큼의 쉼이 필요한가요?"

7. "당신의 한계를 알고 있나요?"

8. "어떤 인테리어를 생각하고 있나요?"

9. "어떻게 예약을 받는 게 좋을까요?"

10. "단순한 진심이 던진 질문들,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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