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욕실 청결의 시작은 어디?

2017-04-01
글 여명테크 김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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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개 방, 2,143개의 창문, 1,252개의 벽난로, 67개의 층계에서 5,000명이 넘게 묵거나 출퇴근했다는 베르사유 궁전(Chateau de Versailles)에 딱 하나 없는 시설이 있었으니 화장실이었다. 지체 높은 이들은 전용 변기를 시종에게 맡기거나 직접 들고 다녔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루이 14세는 26개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전용 변기를 지니지 못한 이들은 궁전 앞 너른 정원을 화장실로 애용했다. 냄새는 고르게 퍼졌다. 휘황찬란한 건물, 멋진 정원에서 왕을 포함한 5,000여 명은 후각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정원 관리자는 오렌지 1,000그루를 심었건만 구린내 제거에 실패했다. 결국 정원 입구에 여기서는 용변금지 팻말을 붙였으니, 이름이 에티켓(Etiquette)이었다. 화장실에서 “예의범절”이라는 의미를 지닌 에티켓이 태어난 셈이다.

 

집이 아닌 곳에서 하룻밤 이상을 묵어야 하는 이에게 숙소는 짐을 안전하게 보관할 공간이자, 피로를 푸는 장소이며, 몸을 뽀얗게 하는 자리이고, 숙면으로 다음 날 일정을 기하는 처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볼일을 보는 역할이 있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주인과 직원은 열과 성을 다한다. 침구를 정리하고, 욕실을 청소한다. 쓰레기통을 치운다. 객실 안과 양변기 옆에 휴지통을 갖다 놓는다. 잠깐, 양변기 옆에 휴지통? 휴지가 쌓인 채로 밤을 보내면, 방 냄새가 퀴퀴해진다. 위생상에도 불결하고, 눈에 잘못(!) 띄기라도 하면 기분이 불쾌해진다. 원인 제공자는 고객인데, 불평은 주인장 몫이다. 이 불평등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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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묵은 하루 방값이 5,000원대인 베트남 호치민 시 남쪽 껀저섬 여인숙. 에어컨은 시원찮게 돌아도 양변기 옆에 휴지통은 없었다. 필리핀 일로일로 공항에서 밴으로 3시간을 달려가 잠을 청한, 태풍 하이옌으로 지붕이 날아간 숙소. 양변기 물은 시원찮게 내려가도 휴지통은 없었다.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에도 찾지 못했고, 몽골 울란바타르 호텔에서도 휴지통은 안보였다. 오직 한국에서만 양변기 옆 휴지통이 당연하듯이 자리 잡았다. 양변기 옆 휴지통을 없애자, 아니 세면대 옆으로 옮기자. 막힌다고? 일리는 있다. 절수형 양변기가 내부 배관을 53mm에서 45mm로 줄였다. 허나 대부분 막힘은 휴지가 아닌 이물질을 집어넣어서 생긴다. 휴지만 넣고 물을 내리면 평상시처럼 내려간다. (만약 그래도 막히면 하부 배관을 점검해야 한다.) 휴지통이 있던 자리에 휴지는 변기 안에 넣어달라고 앙증맞은 안내문을 하나 붙여 두자.

 

고객은 개운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숙소는 더 청결하게 객실을 준비할 수 있다. 양변기 옆 휴지통을 옮기고(없애고), 휴지는 변기안에 넣도록 안내하는 일. 숙박업소가 갖추어야 할 새 에티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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