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하회탈 –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12

12. 만들어지다

– 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가게, 여전히 고민할 것은 많았다.

 

Writer 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점(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329-18
객실타입 : 소형 트윈룸, 소형 더블룸, 일반 트윈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낙산공원, 흥인지문, DDP,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동묘 벼룩시장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DDP점(지점)
주소 :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74
객실타입 : 더블룸, 패밀리룸(3인, 4인, 6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장충체육관, 남산, 광희문, 청계천 등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SNS

홈페이지 : http://seouldalbit.com
인스타그램 : @seoul_dal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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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삽을 뜨고 드디어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동업자들과 첫 만남에서 ‘해봅시다. 껄껄’하며 악수를 나눈 지 6개월, 동대문에서 딱 적당한 건물을 만나 임대차 계약을 맺은 지 4개월 만이었다.

 

개인적으로, 그전까지 접했던 인테리어 공사라고는 동네의 중소 업체에 맡겨 벽지를 조금 손보거나, 세면대 수도 설비를 개선하거나 하는 정도였고 이렇게나 꽤 큰 규모의 공사는 처음이었기에 사뭇 설렜다. 거기다 지난 회차 글에서 서술한 것처럼 숙소 인테리어 설계 과정과 업체 선정 과정에서 워낙 우여곡절이 많았으니 더욱 그럴 만했다.

 

도면을 수정하고 업체를 낙찰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일단 첫 삽을 뜨고 나니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도면에 그려진 대로 조적이 쌓여 올라갔고, 설비 작업으로 화장실의 위치가 잡혔고, 목공 작업으로 바닥과 벽면, 천장이 만들어졌다. 세부적인 마감 작업과 가구 설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도면상에서 그림으로만 존재했던 상상 속의 객실이 현실로 하나둘 나타나니 벅차올랐다.

 

사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현장 작업을 직접 지켜보고 작업이 제대로 되어가는지 그때그때 바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당시엔 아직 회사원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일 늦은 저녁, 퇴근 후 작업이 다 끝난 현장에 들러 보는 정도였다. 대신 동업자 동료들이 평일 낮의 귀한 시간을 할애해가며 현장에서 작업을 지켜봐 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인테리어 공사 과정 지켜보기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 발주한 의뢰인이 공사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당초 자신이 기획한 적재적소에 시설이 잘 배치되는지 확인할 의무도 있음은 물론 다소 차갑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작업자가 제대로 작업하는지 감독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언급했다시피 가게, 그리고 숙소 등을 만드는 시공 비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자재비와 인건비다. 그중에서도 인건비는 몇 명이 며칠 작업하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요소이다. 그러므로 내가 의뢰인이라면 실제 현장에서 작업하는 인부가 몇 명인지, 전날과 대비해서 제대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자재는 알맞은 곳에 적절하게 들어가고 있는지 지켜보는 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작업 진행도를 체크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현장을 감독하는 소장에게 주어진다. 그래도 발주한 의뢰인이 꾸준히 현장에 나와서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씩 챙겨주며 어떻게 작업 되어 가는지, 어디에 어떤 자재를 써서 무엇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보자.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를 만들어줌과 동시에 사후 비용을 확인하고 결제할 때에도 더욱 확실한 신뢰 관계 속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기초 목공/조적/설비 공사에도 지켜보는 눈은 필요하다고 보나, 특히 가게의 인상을 결정하는 마감 과정에서 벽지나 페인트를 도장할 때는 의뢰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내가 원하던 색상과 소재의 마감재가 들어가는지, 벽지와 바닥을 바를 때 풀은 넉넉하게 바르는지(우리는 이걸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 나중에 벽지가 뜨고 떨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화장실 타일의 구배가 잘 되어서 물을 쓰면 배수가 잘되는지 등 세세히 신경 써서 체크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던 휑한 공간(왼쪽)이, 목공과 조적 작업을 거치니 꽤 그럴듯한 복도와 객실 공간이 되었다(오른쪽).

 

 

시설 외적인 부분을 자리잡아 가다

시설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중, 시설 공사 외적으로도 고민하여 결정할 부분은 여전히 많았다. 우리 동업자 팀은 각자의 일정 때문에 바쁜 사람들이었지만 수시로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나눴고,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1개월에 1회 이상은 시간을 정하여 직접 만나서 주요 안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

 

 

– 디자인

인테리어 시설 디자인 외에도, 우리 게스트하우스 로고와 홈페이지 등 마케팅에 기본적으로 사용할 리소스의 디자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 팀 모두 미적 감각이나 역량은 일천했으므로 디자인은 처음부터 아웃소싱을 결정했다. 동업자 중 한 명의 지인이 꽤나 실력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그에게 로고와 홈페이지 밑그림 디자인, 그리고 시설 완성 후 사진 촬영과 보정 작업까지 패키지로 의뢰했다. 단가는 다소 높았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잘 나왔었던 터라 지금 돌아보아도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의뢰인과 작업자를 연결해주는 여러 가지 플랫폼(숨고, 크몽 등)이 잘 발달한 덕분에, 혹시 주변 지인 네트워크 중 디자인 역량을 구하기 어렵더라도 아웃소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지 않아 이를 활용해보면 좋겠다.

 

로고 디자인을 의뢰할 때 디자이너에게 보냈던 구상들. “달빛”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며 끄적댄 습작들이다.

디자이너가 완성한, 깔끔한 로고.

 

 

 

– 디테일 확정

시설 공사로 인해 객실이나 복도, 공용공간 등 큼직한 아웃라인은 정해졌지만, 아직 세부적인 비주얼을 채워줄 비품이나 장식을 위한 소품을 결정하는 일이 남았고 가격 정책이나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세부적인 컨셉도 확정해야 했다.

 

우리 팀은 여러 차례의 모임을 통해 하나씩 이러한 세부사항들을 결정했는데, 지금 돌아봐도 재밌는 점은 우리가 서울 시내의 주목할 만한 타 게스트하우스 단체 객실을 예약하고 직접 방문해 1박 합숙을 하며 어깨너머로 그 업체의 운영 방식을 경험하고, 디테일을 살펴 우리가 나아갈 방향도 결정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준비 기간에 대략 4~5개의 숙소를 선정해 돌면서 각 숙소의 디테일과 장단점을 배우고, 이를 우리 숙소에 적용해 보았다.

 

우리 팀이 합숙하며 어깨 너머로 운영과 디테일을 배웠던 서울 시내의 다른 숙소들.

 

이 과정에서 우리 게스트하우스의 컨셉은 어떻게 설정할지, 고객이 어떤 느낌을 받도록 공간을 구성할지, 구획이 나뉜 객실에 더블룸(대형 침대 1개 : 주로 커플 타깃)과 트윈룸(싱글 침대 2개 : 주로 2인 그룹 타깃)을 어떤 비율로 배분할지, 공용공간에 비치할 전자기기와 소품 및 비품은 어떤 것이 필요할지를 생각하고 결정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직원 선발 규모와 운영 시스템도 이때 결정했는데 먼저 체크인-체크아웃 시간을 설정한 뒤 근무 직원은 3교대(평일 낮 근무-평일 밤 근무-주말 근무)로 하여 근무 시간을 나누기로 했다.

 

이 모든 단계를 겪을 때마다 타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그 이전에 관련한 경험이 전무했던 터라, 방문을 통해 실제 운영하는 사업장을 체험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조식 준비나 세탁, 청소 등에 필요한 기기와 비품을 발견하고 우리 계획에 포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창업 시에는 최대한 많은 부분의 디테일을 미리 고민해야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는 정도를 줄이고 적절한 해결책을 빨리 내놓을 수 있다. 특히 여러 명이 팀을 꾸려 함께 준비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만약 동업자끼리 제대로 된 의사소통 없이 그냥 시간만 흘려보낸다면 ‘누군가 다른 팀원이 해주겠거니’ 하는 책임 회피 성향이 드러나기에, 되도록 서로 최대한 자주 만나서 안건을 내어놓고 디테일한 부분을 파고 들어가 하나하나 결정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최선이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탐방 방문하면서 적었던 관찰 일지.

합숙하면서 가게의 세부사항을 회의했던 기록.

 

 

 

우리 숙소의 가치관 정립하기

큰 규모의 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했던 나는 회사원으로서의 습관과 경험이 남아있어서인지, 이 시기 숙소를 만들어나가면서 소위 ‘기업 이념’과 ‘경영 원칙’ 같은 가치관 성립에도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서로 인간적인 신뢰를 잃지 않는다.”,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선제적으로 찾아 대응한다.”, “사심으로 과실만을 탐하지 말고 서로 진정성을 가지고 대한다.” 등 우리가 지켜야 할 공통된 가치관을 찾고 정립했다. 마치 병영 생활 행동강령처럼 말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 아예 의미 없는 시도는 아니었지만, 가게를 운영한 지 3년여가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기업의 가치관과 정신은 명문화한다고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영자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단단히 뿌리를 내린다. 운영자가 가치관을 늘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이를 행동과 습관으로써 보여주면, 그것이 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자연스럽게 상품과 서비스와 기업 운영에서 드러나며, 고객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렇게 디테일한 디자인과 세부적인 운영 요소들을 결정하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어느새 시공업체가 약속했던 6주간의 시간이 지나 준공 시점이 다가왔다. 객실은 완성됐고, 영업 허가 절차도 착착 진행되었다. 이제 우리가 계획한 소품과 비품만 비치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약 8개월이 흘러 그랜드 오픈 날짜가 다가왔다.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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