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서 사장까지 12

12. 그럼에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사랑합니다.

Writer 숙소발전소 운영총괄 CHLOE (https://brunch.co.kr/@merrychloemas)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숙소발전소 운영총괄 CHLOE

안녕하세요. 게스트하우스 운영 대행과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숙소발전소의 공동대표이자 운영총괄을 맡은 CHLOE(클로이)라고 합니다.

처음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숙박업계에 발을 들였고, 프랜차이즈 게스트하우스의 총괄 매니저와 숙소통합예약관리서비스 ONDA의 영업과 파트너 지원 업무를 통해 시야를 넓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집중해 그 세계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숙소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숙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온 경험과 여러 컨셉의 숙소를 운영해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쌓은 숙소 운영 노하우를 많은 분께 널리 널리 공유하고자 합니다.

 

 

Photo by Florinel Gorgan on Unsplash

 

 

내가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게스트하우스와 나는 처음부터 ‘일로 만난 사이’였다. 게스트하우스를 고객보다는 스태프로서 먼저 경험했고, 여행을 가서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한 경험보다는 일하다가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한 경험이 더 많다. 그 무엇이든,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면 좋아하던 마음이 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게스트하우스는 처음부터 일이었고, 그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꽤 오랜 시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순수한 애정 덕분에 그동안 본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 글을 쓰는 것도 그중 하나다.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가 꾸준히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것이었는데, 매거진 ON에 칼럼을 기고하는 이 경험을 통해 꾸준히 글 쓰는 연습을 했고, 결국 나의 버킷리스트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할 수 없다.

 

약 2주간 머물렀던 러시아 가족을 배웅하며.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건 나 자신이었고, 그 선택에 늘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사실 그 누구도 나에게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을 가지라고 등을 떠민 적은 없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사랑은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었고, 나는 최선을 다해 이 선택을 책임지고 싶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이제는 가끔 누군가에게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듣기도 한다. 나라는 사람의 수식어 중 하나가 ‘게스트하우스’가 된 만큼,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할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싫어지는 법칙’은 나에게도 유효했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마음은 어느새 애증으로 변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성장기와 침체기를 모두 겪으며 때로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애정이 샘솟기도, 때로는 게스트하우스의 ‘게’ 자만 들어도 치가 떨릴 만큼 싫기도 했다. 그런데도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내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내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쏟았던 일이었기 때문에도 그랬지만, 그저 게스트하우스가 가진 어떤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도대체 게스트하우스의 어떤 부분에 매료되어 이렇게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는 걸까. 의문에 대해 혼자서 답을 내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의 마지막이 바로 지금이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총 13편의 글을 쓰는 동안, 사실 나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이 글 덕분에 새로운 숙소를 운영하게 되기도 했고, 이 글 덕분에 새로운 분야(숙소 운영 관련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채널 런칭)에 도전하기도 했고, 운영 주체의 중심에서 잠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숙소 운영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여러 가지 변화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는 내가 왜 그토록 게스트하우스에 애정을 쏟았고, 심지어는 집착하기까지 했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운영에 치여 점점 잊혀 가던,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음의 여유 되찾기”

내가 운영에 참여했던 모든 숙소를 통틀어 딱 11번째, 그리고 위탁 운영했던 숙소로는 7번째인 숙소를 맡았을 때 즈음 나는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있어 혁신적인 무언가를 찾아내거나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늘 제자리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다. 늘 숙소 운영에 매여 휴식이 부족했음은 물론, 매출과 예약률을 상승시키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 관련 생각을 잠시라도 멈추고자 강제로 휴일을 정해 지키려고 노력했다. 숙소의 컨디션은 숙소 운영자의 컨디션과 같아서 내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자마자 숙소 곳곳에서도 자꾸만 빈틈이 늘어나 되려 괴로워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강제로라도 쉬지 않으면 숙소에도 계속 구멍이 많아져서 회복이 더 어려워질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집착에 가까웠던 숙소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숙소를 멀리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숙소를 운영하면서 규칙적인 휴식을 갖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휴식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일들을 통해 환기의 시간을 가지며, 애정을 가지고 숙소를 바라보기 위해 노력했었다.

 

 

screenshot 2

 

 

다시 내가 숙소에 애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공간들을 방문하면서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잘 운영되고 있는, 후기나 평가가 좋은 다른 숙소들을 방문하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면 카페, 음식점, 전시 등 문화/여가 활동을 하는 공간들을 방문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공간이 주는 힘이 중요한 장소들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직접 방문해서 경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숙소 운영에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의 좋은 점은 첫 번째, 새로운 곳의 공간 구성, 인테리어 등 좋은 사례를 보고 배워 나의 숙소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어,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뒤돌아보고 개선/보완하는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이왕이면 유사한 숙박 공간을 방문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 다른 업종이더라도 가능한 한 자주 좋은 공간들을 방문하여 즐거움과 배움을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애정으로 시도한 여러 가지 활동들”

숙소 운영의 매너리즘에 벗어나고자 시도했던 여러 가지 활동들은 다시 숙소에 대한 애정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첫 번째로 시도한 것은 ‘숙소 운영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개설’이었다. 숙소 운영 관련 정보들은 사실 온라인에서 몇 번의 검색과 클릭만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영상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특히 숙소를 이용한 고객들의 후기는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반면 운영자의 입장에서 운영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츠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이전에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매달 1회씩 무료 교육을 열었는데, 당시 신청자 숫자를 통해 해당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오프라인 교육은 지정된 장소와 시간 때문에 참석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만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또, 유튜브 채널 자체의 성장과 급격한 사용자 증가로도 영상 콘텐츠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래서 유튜브에 숙소 운영을 하며 쌓아온 노하우나 객관적인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전달하는 등, 숙소와 관련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했다. 이렇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과정은 내가 숙소 운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다시 한번 습득하고, 그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사례들을 되돌아보며 숙소 운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담’이라는 숙소 운영 콘텐츠를 담는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두 번째로 한 것은 ‘공용공간 활용의 새로운 시도’였다. 그동안 숙소의 모든 공간은 객실을 예약한 고객들만을 위해 운영해왔다. 성공적인 숙소 운영의 첫 번째 조건은 투숙객의 만족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실제 숙박하는 고객들의 경험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숙소에서 공용공간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경우가 허다했고, 공용공간을 투숙객에게만 한정 짓는 것은 숙소 운영에 여러 가지 위협이 되었다.

 

공간은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활기를 띠고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때 당시 숙소의 공용공간은 사람들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정도의 공간이었고, 공용공간이 죽자 숙소의 분위기도 따라서 침울해지기도 했다.

 

공간을 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공간에 대한 목적이나 타깃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 공간을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숙소의 공용 공간은 투숙객의 휴식 공간, 조식 공간, 정보를 얻는 공간, 교류하는 공간 등의 목적이 있지만, 이런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 공간은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1년 중 제대로 이용되는 날이 많지 않은 공용 공간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간 운영 목적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 조그마한 변화는 바로 공용 공간을 투숙객 이외의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꿔 운영하는 것이었다. 보통 호텔에는 레스토랑, 카페, 연회장, 회의장 등 투숙객이 아닌 사람들도 이용 가능한 공간과 시설들이 많다. 이처럼 게스트하우스도 작지만 버려진 공간들을 살려 누구나 이용할 기회를 제공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숙소의 공용공간, 옥상을 활용한 여행자 프로그램을 열었다. @문래동

숙소의 빈 공간을 활용한 시도, ‘문래옥상프로젝트’

 

 

우리가 운영하는 숙소에는 꽤 훌륭한 옥상이 있었다. 이 옥상을 1년 내내 빨래터로만 이용하기에는 너무 아쉬웠고, 그래서 옥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누구나 참여하기 쉬운 여행 프로그램을 개최하여 투숙객, 비 투숙객 할 것 없이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실제로 이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함께 프로그램을 즐기기도 했다. 이로써 숙소의 공용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동안 빠져있던 매너리즘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 발견, 현재 진행형

게스트하우스의 공용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그동안 한국 음식 만들기, 시즌 파티, 투어, 영화/스포츠 관람 등의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이 시도를 숙소만의 특색이라고 할 정도로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꿔도 공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오픈하고 경험하도록 만들 수 있고, 이러한 행위가 공간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운영 동력을 길러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스트하우스의 매력 발견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벌써 게스트하우스를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 숙소 운영이라는 커리어에서 가장 큰 목표였던 ‘나의 숙소 운영하기’를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진짜 게스트하우스의 사장이 되는 그날까지 게스트하우스와 함께해보려고 한다.

 

큰 범위에서 보면 게스트하우스는 잠자리 혹은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공간이라는 넓은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면 게스트하우스는 아직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공간은 누가, 그리고 무엇으로 채우냐에 따라 계속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기도 하고, 외면받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게스트하우스도 공간이기에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은 게스트하우스를 더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고, 게스트하우스에 재미난 상상들을 더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숙박문화가 생겨나고, 사라지고, 변화해온 것과 같이 앞으로도 숙박문화는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1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국내에 게스트하우스, 셰어하우스, 비앤비, 코-리빙 등등 숙박과 관련된 다양한 숙소 형태와 문화가 자리 잡은 것처럼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숙박 형태가 생겨날지 기대가 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새로운 형태의 숙박문화, 새로운 형식의 숙박 형태’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려고 한다.

 

숙박문화가 다양하게 변화해 나가는 흐름 속에서 나도 계속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며,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연재목차]

(게스트하우스의 사람 이야기)
01. 프롤로그 +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입니다.
02.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하루, 밀착취재 25시간.
03. 게스트하우스에는 왜 ‘게스태프’가 생겼을까?
04. 게스트하우스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 사람.

(게스트하우스의 운영 이야기)
05. 게스트하우스 사장님들의 고민
06. 세상에는 좋은 게스트하우스도 많고, 나쁜 게스트하우스도 많다.
07. 운영이 잘 되는 숙소에는 ‘그것’이 있다.
08.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

(게스트하우스의 창업 이야기)
09.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일까, 서비스업일까, 부동산업일까.
10.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DNA
11. 될 사람은 된다? 잘 될 숙소는 된다!
12. 그럼에도 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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