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하회탈,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11

11. 첫삽 뜨기

– 수개월의 고민을 거쳐, 드디어 첫 삽을 뜨다

 

Writer 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점(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329-18
객실타입 : 소형 트윈룸, 소형 더블룸, 일반 트윈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낙산공원, 흥인지문, DDP,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동묘 벼룩시장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DDP점(지점)
주소 :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74
객실타입 : 더블룸, 패밀리룸(3인, 4인, 6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장충체육관, 남산, 광희문, 청계천 등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SNS
홈페이지 : http://seouldalbit.com
인스타그램 : @seoul_dal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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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헤맴을 겪어내고 최종적으로 우리가 선택한 건물. 이를 관광숙박업으로 용도 변경하기 위해서는 규정에 맞게 설계 도면을 수정해야 했고, 그동안 시간은 자꾸 흘렀다. 도면 수정에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 건, 법 규정상 복도와 벽 두께, 문 너비 등 세세한 조항을 모두 맞추다 보니 설계도 자체가 우리가 처음에 구상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가 구상했던 사업장의 모습은 마치 테트리스처럼 ㄱ(기역)자 모양으로 만든 객실을 요리조리 짜 맞추듯 공간에 넣어, 전체 객실 수가 거의 30개에 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관광숙박업 규정에 따라 공간 한가운데에 폭 150cm의 복도를 뚫고, 객실 사이에 두께 30cm 이상의 벽체를 집어넣고, 모든 객실에 채광이 가능한 창문을 배치하다 보니 전체 객실 수는 19개로 팍 쪼그라들고야 말았다.

 

즉, 애초에 예상했던 수익성이 약 2/3로 줄어들었기에 고민이 깊어진 것.

 

가운데에 복도를 두어야 해서,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영업의 수익 계산기를 두드리기 전에, 더 중요한 다른 계산이 우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바로 임대차 계약상의 첫 번째 차임 지급일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 지난 회차 글에도 써놓았지만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특히 대대적인 인테리어 공사가 예정된 경우엔 차임 지급일을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처럼 설계와 용도변경 같은 행정절차가 걸려있다면 더욱더 그렇다.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지 2개월이 꼬박 흘러 용도변경 도면이 최종 확정되었고, 우리는 곧장 도면대로 시공해줄 업체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계약상 차임 지급일은 3개월 후부터였기에 우리에게는 단 1달이라는 시간만이 남아있었고, 이에 따라 마음은 계속 급해졌다. 지금이라면 디자이너에게 설계 용역을 맡길 때 시공 과정 감리를 함께 의뢰하고 전기/설비/목공 등 각 분야의 업자도 따로 섭외하여 조율했겠지만, 그 당시에는 그 역할을 총괄해줄 업체가 필요했다.

 

최근에는 시공 업체 정보 서칭이 좀 더 용이해지고 간단한 공사 의뢰 및 견적을 받아볼 수 있는 플랫폼도 어느 정도 확산했지만(관련 기사 :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849380),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소규모 시공 시장은 공급자 중심의 정보 비대칭이 만연하다. 시공 업체 정보 공유 O2O 서비스의 대표 주자인 ‘집닥’에서는 이러한 세태 속에서 소비자를 위한 출판 프로젝트까지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특히 시공 비용은 쉽게 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보통 시공비를 크게 자재비와 인건비 두 가지로 나누는데, 같은 내용의 공사에도 어떤 자재를 얼마나 쓰느냐, 어떤 전문성을 가진 인부 몇 명이 며칠 일하느냐에 따라 자재비와 인건비 모두 고무줄처럼 얼마든지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벽지를 도배한다고 쳤을 때도 실크 벽지인지 합지벽지인지, 방염 처리 여부, 벽지 아래에 보강용 부직포를 덧바르는지 아닌지 등에 따라 견적이 정말 판이해진다.

 

그렇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이고 원하는 가격대로 시공을 진행하려면 최대한 연줄을 끌어모아 많은 업체에 연락하고, 다양한 견적서를 받아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공사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의 연줄을 총동원하여 업체 7곳과 연락했다. 각 업체에 우리가 원하는 reference와 도면을 보냈고, 이에 따른 다양한 견적을 받았다. 어떤 업체는 구체적으로 콘셉트 사진과 수정 도면을 견적과 함께 보내는가 하면, 어떤 업체는 근거가 무엇인지 모를 견적서 1~2장만 보내기도 했다.

 

이때 처음으로 절실하게 느꼈던 점은, 같은 도면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세부 디테일을 어떻게 공사할지, 어떤 자재를 쓸지에 따라 시공 비용 견적이 크게는 1.5배 이상 차이 났다는 것. 단순히 견적이 저렴하다고 싼 업체를 선택하기에는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불투명할 것 같고, 그렇다고 비싼 업체의 손을 들어주자니 왠지 호구 잡히는 것 같은 기분이고. 시공 업체 선택의 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접하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견적서.

 

 

우선 우리는 기존 견적 수준에서 우리 예산을 크게 초과하는 업체와 너무 저렴하게 부른 업체를 걸러냈고, 여러 차례의 미팅을 거쳐 후보 업체를 5개, 3개, 마지막엔 2개로 점차 줄여나갔다. 그 과정에서 세부적인 디테일-어떤 색감을 입힐지, 벽체는 어떤 소재로 할지, 단열공사는 어찌할지, 마감은 무엇으로 할지 등의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사실 시중의 많은 업체는 이런 미팅 과정조차 없이 일단 계약부터 하고 세부사항을 논의하자고 할 텐데, 물론 도면과 견적을 다루는 모든 과정에서 업체의 노동력이 들어가기에 이러한 반응이 당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의뢰하는 사람 또한 시공에 수천만 원에서 억대가 넘는 비용을 들이는데 당연히 세부사항을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이렇듯 자세히 내용을 검토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결국 첫 번째 차임 지급일이 다가왔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시공업체를 선정 중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공사 기간까지 고려한다면 두어 달의 차임이 더 나갈 것 같았다.

 

결국 우리 3인의 운영자는 긴급히 추가 자금 수혈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투자를 결정해준 사람은 동업자 중 한 명의 또래 친구였다. 합류를 결정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간 짧지만 우리 3명은 4~5개월을 함께 준비해오면서 쌓인 시간과 경험이 있는데, 과연 처음 보는 사람과 우리가 잘 섞일 수 있을까? 특히 가장 중요하면서 민감한 사항일 수 있는 ‘지분과 영업 수익 배분’은 어떻게 정해야 하지? 일은 어디서부터 얼마나 설명해야 할까?…

 

이런 여러 가지 상념이 무색하게 새로 합류한 이는 다행히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이었고, 수익 배분 비율도 동업자 4명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당한 수준으로 책정해 새로운 동업계약서를 체결했다.

 

추후 언젠가 다른 글에서라도 꼭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지만 만약 누군가와 함께 사업을 할 때는 동업자와 친하든, 친하지 않든 꼭 중요한 사항은 문서화해놓는 것이 좋다. 다소 민감한 문제일지라도 모두 터놓고 말해 문서화해야,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동상이몽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으며 동업자 간 논의할 때에도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투자 수혈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시공 업체는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처음 7곳이었던 후보는 예산과 시공 능력의 문제 등으로 점차 줄여나가, 약 1개월 반이 지난 시점엔 마지막 두 곳의 후보만이 남았다. 한 곳은 아주 저렴한 가격의 견적을 부르는 대신 1인 사장님이 허슬(hustle, 치열하게 살다)하며 운영하는 동네 업체였고, 나머지 한 곳은 견적이 조금 높으나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가진, 디자인과 시공에서 꽤 능력 있는 업체였다.

 

이제 4인 동업자로 늘어난 우리는 치열한 논의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조금은 아쉬울 가능성도 있지만 예산 관리를 위해 비용이 적게 드는 첫 번째 업체를 선택했고, 아쉽게 선택지에서 제외된 두 번째 업체에 마지막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우리가 그들을 선택에서 제외했음을 통보하자, 놀랍게도 20% 가까이 차이 나는 견적을 맞춰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것이 아닌가!

 

이 시점에 다시 또 한 번, ‘역시 인테리어는 비용이 불투명하고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또 한편으로는 갑자기 견적을 확 깎는다기에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왜 갑자기 이러지, 공사 비용을 조금만 받는다고 하고 중간에 돈이 모자란다고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했다. 역시나 나중에 돈이 더 들긴 했지만…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드디어 시공의 첫 삽을 떴다.

 

동업자들과 첫 만남 후 6개월, 동대문에서 매물을 마주하고 임대차 계약을 맺은 지 4개월 만이었다.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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