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독립게임 에세이 – 공간을 채우는 예술, 게임 10

2019-10-03

10. 여러 명 : 협잡

Writer 아거게임즈 안민우 대표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Photo 유화가랑&Studio Sio

 


 

 

안녕하세요, 아거게임즈 대표 안민우입니다. 완연한 가을에 접어든 지도 꽤 된 것 같은데, 벌써 겨울이 성큼 눈앞에 있네요.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는 오손도손 모여 보드게임 한판이 딱인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특히 오늘 소개해드릴 게임은 정말 캠핑장이나 펜션 같은 데서 다 같이 플레이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은 게임들로 준비했습니다. 바로, 블러핑이 포함된 ‘협잡’ 류 게임이죠. 속된 말로 ‘말발’,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자면 현란한 언변술이 돋보이는 그런 보드게임입니다. 한번 시원하게 입 풀러 가보시죠.

 

 

특징 : 협잡

점점 여러 명이 즐길 게임의 끝판왕으로 가고 있네요. 저번 회차에서는 속고 속이는 재미가 메인인 블러핑 장르를 소개해 드렸었습니다. 이번 협잡 장르에서는 블러핑을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이에 더해 전략적인 운영을 하기 위한 장기적 이해관계를 잘 생각해야 하죠. 흔히 말하는 정치질을 잘하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게임 단판이 빨리 끝나기보다는 호흡이 다소 길고, 전체 게임을 운영해야 해 블러핑은 배경으로 빠져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보드게임은 플레이 도중 팀이 고착되지 않고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하며 게임의 변수를 만들어냅니다.

 

 

1. 보난자(Bonanja)

 

01_게임 소개

1997년에 나온 정말 유명한 게임이죠. 보난자(Bonanja)! 그렇지만 이름이 입에 착착 붙지 않아서인지, 게임 이름을 제대로 알고 오시는 분들이 적더라고요. 대부분 제 공간을 찾아와 ‘그 콩 파는 게임 주세요’라고 합니다.

 

보난자는 말 그대로 콩 카드를 손에 들고 일련의 규칙에 따라 잘 길러서 잘 팔면 되는, 일련의 경제활동이 담긴 게임입니다. 고스톱처럼 셋 컬렉션(Set Collection)이나 손패 관리(Hand Management)가 핵심 로직이긴 하지만… 실제로 보난자를 플레이해보면 시장통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거래’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한번 자세히 만나보시죠.

 


시장통 한복판에 떨어진 것 같은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임, ‘보난자(Bonanja)’

 

 

02_보난자 플레이 규칙 설명

구성은 간단합니다. 카드가 전부거든요. 무려 126장의 콩 카드와 7장의 ‘3번째 콩밭’ 카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콩밭 카드는 옆으로 빼두고, 콩 카드를 잘 섞어 모두에게 배분해줍니다. (이때, 보난자의 경우 인원수별로 규칙이 세팅되어있는 편이라 룰 북을 참조하시는 게 좋습니다!)

 

콩 카드는 숫자로 분류되어 각기 다른 이름과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데, 그 숫자가 해당 콩 카드의 전체 장 수입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희귀하다는 의미이므로 당연히 낮은 숫자 카드가 더 좋은 카드라고 볼 수 있죠. 콩 카드의 하단에는 카드를 몇 장 모아야 금화 1개~4개가 되는지 적혀 있는데, 카드 장 수가 적은 콩 종류는 조금만 모아도 금화 환전율이 좋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인원수에 따라 콩 카드를 5장씩 받고 시작하는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규칙은, 절대 손에 든 콩 카드의 순서를 바꾸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오른손잡이, 왼손잡이에 따라 카드를 손에 드는 방법이 다를 수 있겠지만 웬만하면 카드 전체가 보이는 맨 앞장을 기준으로 하면 혼선이 없습니다. 이 제약 때문에 보난자의 재미 요소인 카드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꼭 지켜주셔야 해요!

 

남은 카드는 중앙에 쌓아 덱을 만들고, 선 플레이어부터 게임을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는 본인의 차례마다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행동을 순서대로 이행하면 됩니다.

 

1) 손에 든 콩 카드의 맨 앞부터 1~2장 심기

2) 덱에서 2장을 앞면으로 펼쳐서 심기

3) 교환한 콩 심기

4) 콩 카드 새로 뽑아 맨 뒤로 보내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일단 내 차례 때 강제로 내 손에 든 맨 앞장의 콩 카드를 심기 위해 내 앞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다음 콩 카드는 심어도 되고 안 심어도 됩니다. 한 장은 강제고, 최대 한 장을 더 자율적으로 심을 수 있는 거죠.

콩 카드를 맘 편히 심을 수 없는 이유는, 한 명에게 할당된 콩밭이 총 2곳밖에 안 되므로 콩 2종류를 내려놓으면 더는 다른 콩을 심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종류도 따로따로 심을 수 있으며, 혹시 모를 불상사를 위해 게임 중 언제든지 금화 3원을 내면 ‘3번째 콩밭’ 카드를 살 수 있습니다) 만약 콩밭도 꽉 차 있는데 하필 맨 앞의 콩 카드가 다른 종류라면, 어쩔 수 없이 앞에 놓인 콩밭 중 하나를 갈아엎고 새로 심어야 합니다.

 

원래 게임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언제든지 본인의 콩밭에 심어진 콩을 갈아엎어 돈으로 환원할 수 있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콩 수량을 충분히 모아야 돈이 된다는 점입니다. 바로 위 사례처럼 꽉 찬 콩밭에 콩을 심어야 하는 경우가 올 때, 어쩔 수 없이 아직 돈이 되지 않는 콩을 엎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런 강제성 때문에 플레이어는 교환을 통해 효율적으로 카드를 쓰게 됩니다. 카드 교환 시에는 그 카드가 손 어디에 있든 사용할 수 있거든요.

 

 

보난자는 교환을 장려하기 위해 유저에게 이런 강제 상황을 계속 부여하고 있습니다. 내 손에 든 맨 앞 1~2장의 카드를 쓰고 나면 중앙 덱에서 2장을 펼쳐서 반드시 또 심어야만 합니다. 이때부터 교환이 가능해지죠. 내가 펼친 2장이 아무도 가져가지 않으려고 하는 폭탄이 될 수도, 모두 가져가고 싶어 하는 보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손에 있는 카드를 잘 활용하여 효율적인 거래를 해야 합니다. 모든 교환이 다 끝나면 교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각자 본인이 가져온 콩을 다 심습니다.

 

게임 중 언제든 팔고 싶은 콩이 있다면 팔아도 됩니다. 카드를 뒤집으면 금화 일러스트가 있는데 그건 그림 그대로 금화 1개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모은 콩 카드의 개수에 따라 금화를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카드를 뒤집어서 본인 앞으로 가져오라는 뜻이죠. 금화로 환원되지 않은 콩 카드는 모두 버려지므로 한 곳에 따로 모아놓습니다. 본인 차례가 끝나면 중앙 덱에서 새로 3장을 뽑아 손 패의 맨 뒤로 보내면서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겨주면 됩니다.

 

이렇게 시계방향으로 계속 차례를 진행하다가 중앙 카드 덱이 다 떨어지면 당황하지 말고 버려진 카드를 섞어서 새로 진행합니다. 그래서 편의상 한 덱이 떨어지기까지를 1년짜리 농사로 생각하라고 말씀드립니다. 3년 차 농사가 끝나게 되면 게임이 끝나죠. 그럼 당연히 돈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이깁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이 게임에서 중상모략이 활개 치고 멘탈이 터지기 시작하는 시점은 바로 이 멘트가 나오고부터입니다. ‘아, 지금은 줄 게 없는데 나중에 나오면 줄게!’ 바로 문서 없는 어음 거래의 시작이죠. 나중에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할 때쯤, 다른 사람이 좋은 딜을 제공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의리를 지킬 것인지, 현실의 유혹에 넘어갈 것인지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 선택은 게임 전체의 진행도에 따라 장기적으로 봐야 할지, 단기적으로 봐야 할지 그 시각차로 달라질 수도 있죠. 1년 차 농사 때는 카드 덱이 두터워서 되게 늦게 끝날 것 같지만, 카드 소모량이 꽤 되기 때문에 농사 2, 3년 차에 접어들면 생각보다 게임이 금방 끝나거든요. 인원이 많을수록 내 차례가 덜 돌아오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죠. 게임의 초반-중반-후반에 따라 신뢰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또한 전략으로 포함할 수 있을 것입니다.

 

 

04_비주얼

이 게임의 로직을 디자인한 사람은 우베 로젠버그라고, 제가 아그리콜라와 패치워크를 분석하며 ‘게임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한 디자이너입니다. 전략 게임을 잘 만드는 작가인 줄로만 알았는데, 첫 작품으로 이 유명한 보난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더랬죠. 이렇게 빵빵 터지는 파티게임을 만들다니요. 20년 전 게임인 만큼 당연히 요새 기준으로 비주얼이 약간 키치한 감성은 있지만, 그림이 정말 이 게임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살스럽고 촐싹댈수록 재밌는 게임이거든요. 콩 종류 하나하나마다 캐릭터화해서 모두 다르게 그려져 있으니 한번 게임 중간에 살펴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콩 종류 하나하나마다 캐릭터화해서 모두 다르게 그려져 있습니다.

 

 

2.아임 더 보스(I’m the Boss)

 

01_게임 소개

아마 협잡 장르 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은 게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번 하면 한동안 헤어나오질 못하죠. 그 가장 큰 이유는 아임 더 보스(I’m the Boss)란 협잡이 정말 A to Z, 협잡만이 전부인 그런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상당히 높고 게임 규칙은 상당히 거친 틀로서만 존재할 뿐이고요.

이 게임에서 우리는 뒷세계의 큰 손이 되어 세력가를 끼고 다양하고 큼지막한 거래를 쥐락펴락할 것입니다. 아임 더 보스는 보시는 것과 같이 구성품도 꽤 많은데요. 메인 보드판과 함께 A~F까지의 세력가 타일, 숫자 1~15까지의 거래 타일, 돈, 영향력 카드 98장, 게임 마커, 주사위 등이 있습니다.

 

협잡 장르 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은 게임, ‘아임 더 보스(I’m the Boss)’

 

 

02_아임더보스 플레이 규칙 설명

일단, 거래 타일을 맨 위에 1이 오도록 순서대로 정리해 가운데에 쌓아둡니다. 각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세력가 타일을 가져가고(3인일 때는 2개씩, 4~6인일 때는 1개씩) 남은 세력가는 메인 보드판 옆에 둡니다. 그리고 영향력 카드는 5장씩 받아 손에 든 후 나머지를 잘 섞어 중앙에 둡니다.

 

첫 플레이어는 게임 마커를 원하는 구역에 둔 후, 주사위를 굴려 나온 눈 수 만큼 시계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플레이어에게 두 가지 선택권이 생깁니다. 옮긴 구역에서 거래를 시작하거나, 영향력 카드 3장을 받고 차례를 넘길 수 있죠. (최대 손 패는 12장) 차례를 넘겨받은 다음 사람은 현재 마커가 있는 자리에서 본인이 거래를 개시해 버리거나, 방금과 같이 주사위를 굴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구역에서 거래를 시작할지 혹은 영향력 카드를 뽑을지 또 정할 수 있죠. 이렇게 전체 게임이 흘러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임더보스는 게임의 레이어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위처럼 거래를 열기에 좋은 구역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계속 카드를 수급하는 레이어와 실제로 거래 개시 후의 게임 진행 레이어죠. 이는 마치 던전에 입장하는 것과 같은데, 이 게임의 백미인 ‘거래 개시’가 무엇인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거래 개시는 한마디로, ‘난장판’입니다.

우선, 아임더보스라는 게임의 목표부터 이해해보죠. 게임이 끝난 뒤 돈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이깁니다. 그런데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개시된 거래에서 돈을 받아내는 것뿐입니다. 아까 우리가 주사위로 이동했던 구역에는, 해당 구역에서 거래를 연다면 어떤 세력가가 필요한지와 거래의 크기가 $ 마크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 마크 하나당 거래 타일에 적힌 숫자를 곱하면 해당 구역의 파이가 나오겠지요? 만약 해당 지역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거래 타일이 하나씩 뒤집혀 소모되므로, 거래 타일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데 그에 따라 $ 마크 하나당 부여되는 판돈도 커집니다.

 

우리는 어마어마한 세력가이기 때문에 거래만 성사했다 하면 무조건 확정적으로 돈이 나옵니다. 다만, 그 거래 성사가 어려운 것이죠. 거래를 개시한 사람이 보스가 되어 거래의 전체 판돈을 나눠야 하거든요. 그다음 그 구역의 조건에 맞는 특정 세력가를 보유한 플레이어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하고요. 보스는 영향력을 늘리는 대신 거래를 개시했기 때문에 이득을 더 가져가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꼭 필요하니 이들에게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하겠죠? 이 딜레마만 해도 꽤 신경 쓰이는데, 이에 더해 정말 강력한 영향력 카드가 등장합니다. 이 영향력 카드는 거래 개시 후 누구든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게임은 점입가경입니다. 크게 5가지로 분류하는 영향력 카드의 능력을 보시면 이 룰을 바로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사촌 카드 : 세력가의 사촌을 모셔와서 마치 그 세력가를 대동한 양, 구역의 조건을 맞출 수 있습니다.

・ 여행 카드 : 세력가나 사촌 카드를 이번 거래에서 빠지도록 여행을 보내버립니다.

・ 고용 카드 : 3장을 모으면 상대의 세력가 타일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보스 카드 : 무려… 자신이 이 거래의 보스가 돼서 누구를 끼워줄지, 얼마를 배분할지 정합니다.

・ 정지 카드 : 여행-고용-보스 카드의 효과를 막습니다. (정지 카드로 정지 카드는 못 막아요!)

 

상당히 강력하죠?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세력가가 포함되고, 거래의 크기도 적당한 곳에서 거래를 개시하면 주도권을 가지고 협상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전부 정하는 보스니까요. 다만, 영향력 카드는 보스의 권한마저 뺏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그냥 거래가 아수라장이 되고 텐션은 우주 끝까지 올라갑니다.

이렇게 목이 쉬도록 진행하다가 누군가 10번째 거래 성사를 시키면, 거래 타일을 뒤집어 표시된 숫자가 나올 때마다 게임을 끝내야 합니다. 만약 직전 보스가 주사위를 굴려 해당 타일 뒤에 표기된 주사위 눈이 나오면 즉시 게임이 종료되고 돈이 가장 많은 사람이 이깁니다. 아니라면 게임을 계속 진행하면 됩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규칙서에는 세력가가 일개 ‘투자자’로, 대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촌 카드는 우리가 자주 쓰지도 않는 ‘일족’이라는 단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아임더보스는 직관적으로 규칙을 잘 이해해 이를 빠르게 생각 기반에 깔고 협잡 판에 끼어드는 게 핵심인 만큼, 가능한 한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게임 설명을 진행하는 것부터가 전략의 시작입니다.

 

그다음이 바로, 협잡의 정수가 필요한 때입니다. ‘영원한 아군과 적군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적시에 이해관계를 잘 따져 태세 전환을 해야 하죠.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판돈이 훅훅 늘어나기 때문에, 초반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인망과 덕을 미리 쌓는 전략 또한 좋은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아임더보스는 게임의 치명적인 딜레마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큰 거래를 혼자 먹을 수는 없다는 사실. 누군가는 거래에 끼워줘야 이 거래에 난동을 부리지 않습니다. 입을 늘릴수록 안전하겠지만, 보상이 적어져 오히려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입을 줄이면, 이 거래에 포함되지 않는 플레이어는 거래 파투를 유도할 것입니다.

 


‘영원한 아군과 적군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적시에 이해관계를 잘 따져 태세 전환을 해야 합니다.

 

위 딜레마를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게 만드는 영향력 카드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전황을 순식간에 바꾸거든요. 카드 패 개수는 본인의 힘과 직결되므로 잘 관리하며 다른 사람들과 보조도 적절히 맞춰야 합니다. 혼자 영향력 카드를 다 써버려서 방어도 못 하고, 실속도 못 챙기고, 세력가는 뺏기고 그러지 않게 조심하세요. 변형 룰이 아닌 기본 룰로 플레이한다면 보스가 바뀔 때마다 진행 순서도 바뀌어 카드 수급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한번 꼬이면 계속 꼬일 수도 있어요!

 

 

04_비주얼

이 또한 1994년 발매작으로, 상당히 오래된 게임입니다. 제 공간에는 독일어판 구버전도 있는데 그림체가 캐리커처 느낌으로 익살맞아 보난자와 비슷합니다. 아임더보스 영문판이 한글판 버전과 같은데, 디자인 또한 트렌드에 맞게 개편되듯 색감도 강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임더보스는 다양한 색을 쓰면서 풍부한 느낌을 주어, 플레이어들이 말을 많이 해야 할 것만 같은 정서를 잘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스도 큼지막하고, 게임을 막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 형형색색이라 단체 펜션이나 파티룸, 게스트하우스 등의 공간에 비치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3.차이나타운(China Town)

 

01_게임 소개

보드게임 차이나타운. 말 그대로 미국에서 차이나타운을 개척해나가는 화교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둬야 하는 게임입니다. 다소 독특한 테마죠? 오늘 소개해드릴 협잡 장르 중에서 가장 규칙이 어려운 녀석이기도 합니다. 게임은 6라운드로 구성되고, 각 라운드는 6개의 페이즈(phase, 단계)로 나누어져 있죠. 게임이 한눈에 확 들어오진 않습니다만, 풍부한 구성물에 체계적인 규칙까지. 그래서인지 차이나타운은 교환하는 맛, 협상하는 맛이 다른 게임보다 더 납니다. 단순하지 않아서요. 게다가 차이나타운에서는 모든 것이 거래 가능합니다. 심지어 돈마저도요.

 


미국에서 차이나타운을 개척해나가는 화교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둬야 하는 게임, ‘차이나타운(China Town)’

 

 

02_차이나타운 플레이 규칙 설명

보드게임 차이나타운은 게임판부터가 심상치 않은데, 6개 구역으로 나뉘어 1번부터 85번까지 숫자가 매겨진 건물이 있습니다. 도로명 주소라기보다는 구역명 주소가 되겠군요. 이 번호는 각각 가게 입점이 가능한 건물을 의미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본인이 원하는 색깔의 표시 마커 30개, 라운드별 스펙이 적힌 참조 카드, $50,000를 받습니다. 가게 타일은 주머니 속에 잘 섞어 놓고, 빌딩 카드도 잘 섞어 한쪽에 둡니다. 년도 마커는 6개의 라운드를 표시하는데, 그중 첫 시작점인 1965년에 올려놓습니다. 각 라운드는 1년을 의미하죠.

가장 최근에 차이나타운에 다녀온 사람이 선 플레이어가 되며, 시계방향으로 진행합니다. 한 라운드는 아래의 6개 페이즈로 구성되고, 각 페이즈를 선 플레이어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1) 빌딩 카드 분배 : 모든 플레이어는 선 플레이어부터 차례대로 라운드 별 참조 카드에 명시된 수만큼 빌딩 카드를 뽑은 뒤, 또 참조 카드에 명시된 수만큼 원하는 빌딩 카드를 선택하여 남깁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남은 빌딩 카드를 반납하면 선택한 빌딩 카드들을 동시에 공개한 후 해당 위치에 본인의 마커를 두고, 사용한 빌딩 카드는 이제 게임에서 제외합니다.

 

2) 가게 타일 뽑기 : 이 또한 모든 플레이어가 차례대로 참조 카드에 명시된 수만큼 가게 타일을 뽑고, 모두가 동시에 뒤집어 공개한 뒤 거래를 시작합니다.

 

3) 거래 : 거래는 순서 없이 동시에 진행하며, 건물, 땅, 가게, 돈, 가게를 지은 건물 등 게임 내의 모든 재화를 거래할 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더이상 할 거래가 없다고 판단하면, 거래 페이즈가 종료됩니다.

 

4) 가게 타일 배치 : 선 플레이어부터 시계방향으로 가게 타일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본인 소유의 빈 건물에 가게를 배치하면 되고, 똑같은 가게가 인접할 경우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대각선 연결은 인접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본인 차례에 꼭 가게를 배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5) 수익 받기 : 각자 소유의 개업한 가게에서 수익을 받습니다. 이 수익 산정방식도 굉장히 독특하고 복잡한데, 먼저 숫자 1~6으로 표기된 해당 분야의 가게 규모와 완성/미완성으로 분류하는 현 가게 상태 두 가지를 조합하여 산출합니다. 이는 참조 카드의 뒷면에 표로 나와 있습니다. 완성 상태의 기준은 해당 가게 타일에 적힌 숫자 이상으로 똑같은 가게를 인접시켰다면 완성으로 간주합니다. 똑같은 가게 개수를 인접시켰더라도 해당 가게가 완성 상태라면 더 큰 보상을 얻습니다. 따라서 숫자 6의 가게는 완성하기 힘들지만, 보상은 훨씬 크죠. 한번 지은 가게는 매 라운드 수익을 발생시키므로 인접 완성을 고려하여 매 라운드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년도 마커 이동 : 위 일련의 과정을 끝내면 1년이 지나갔으므로, 년도 마커를 한 칸 전진시킵니다.

 

위처럼 진행하다가 1970년이 될 때, 즉 6라운드가 종료되면 게임이 끝납니다. 당연히 마지막 정산을 받은 뒤 돈이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참조 카드에 인원수별, 라운드별로 세세하게 다 밸런싱이 되어 나옵니다. 빨간 글씨와 검은 글씨로 구분된 UI가 보기 편한 편은 아니지만, 한번 이를 이해하고 나면 라운드 진행은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참조 카드에 따라 빌딩 카드와 가게 타일을 받기 때문에 라운드마다 전략을 잘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동일한 가게 타일은 해당 가게에 적힌 숫자보다 3개씩 더 들어있기 때문에, 전체 판에 나온 가게 타일 수를 반드시 알아야 호갱이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완성을 못 하는 가게인데 그것도 모르고 비싸게 사면 큰 타격이니까요.

 

따라서, 이전의 두 게임보다 훨씬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합니다. 정말 땅장사를 벌이는 느낌이랄까요? 소유한 가게를 건물에 얹어놓고 팔아버려도 되고, 다른 플레이어 사이에 낀 땅이 빌딩 카드 뽑기에서 뜨면, 둘 사이에서 가격을 경쟁 붙여도 됩니다. 잘 짜인 룰과 세팅 값 안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죠. 차이나타운은 결국 내 기대이익을 빠르게 계산해서 협상을 잘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게임이 재밌어지는 포인트는 3년 차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맵이 채워지고 가게 구도가 정해지면서, 서로 크리티컬한 건물 좌표나 가게가 보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선 플레이어부터 가게나 땅을 배치하곤 하는데요. 상대의 행동이 내 플레이에 영향이 큰 만큼, 강제로 주의 집중되어 나오는 그 리액션이 진정한 재미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 저는 게임 진행을 변형하는데, 모두 빌딩 카드를 고른 뒤 동시에 공개하는 것이 아닌 선 플레이어부터 공개하게 해 플레이어들이 심장 졸이게 만듭니다.

 


 

 

04_비주얼

무엇보다 차이나타운은 1960년대 뉴욕 중국 이민자들의 차이나타운 형성 과정을 게임의 컨셉으로 잘 끌어와 이식했다는 것이 정말 감탄을 자아냅니다. (물론 이렇게 피를 튀기는 협잡을 하지는 않았겠죠…) 차이나타운을 플레이하다 보면 정말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저를 발견하곤 하거든요. 그런 몰입감이 게임의 비주얼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구성품의 종류와 수량이 많은 데다, 플레이할수록 점점 맵이 채워지기 때문에 마치 전략 게임 같은 느낌도 들죠. 색감이 연해서 보기도 편하니, 게임이 다 끝난 뒤 꼭 사진 한번 남기세요!

 

 

Fine.

보난자부터 아임더보스, 차이나타운까지, 이로써 5년간 수천 명의 손님을 대하며 반응이 가장 좋았던 다인용 협잡 보드게임 커리큘럼을 적어봤습니다. 빵빵 터지는 게임이지만, 사람과 분위기를 꽤 타기 때문에 높은 텐션으로 소개해주시면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자세한 규칙은 게임별 공식 규칙서를 각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보드라이프, Boardgamegeek)에서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회차에는 대망의 ‘마피아’류 게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IMG_2107

 

멋진 사진 찍어주신 감사한 사진 작가님

@studiosio
http://studiosio.co.kr/

 

[연재목차]

2019.01 소개 紹介
2019.02 두 명 : 추상전략
2019.03 두 명 : 심리전
2019.04 두 명 : 카드
2019.05 특별편 : 빅게임
2019.06 서너 명 : 배치
2019.07 서너 명 : 추론
2019.08 서너 명 : 카드
2019.09 여러 명 : 블러핑
2019.10 여러 명 : 협상
2019.11 여러 명 : 마피아
2019.12 소회 所懷

 

 

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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