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하회탈,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10

2019-10-04

10. 헤매다

– 무엇을 어찌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Writer 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점(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329-18
객실타입 : 소형 트윈룸, 소형 더블룸, 일반 트윈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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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DDP점(지점)
주소 :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74
객실타입 : 더블룸, 패밀리룸(3인, 4인, 6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장충체육관, 남산, 광희문, 청계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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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리의 첫 터전을 결정했고, 임대차 계약 작성을 위해 부동산 중개소를 찾았다. 직장인이 쉽게 쥐기 힘든 큰돈이 오가는 계약. 그것보다도 더 큰 자금을 들여 건물을 전체적으로 손보고, 최소 5년을 장사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계약 시 여러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 위해 나름 다방면으로 조사하고 주변에 의견을 구했다.

 

하지만 이 또한 지금 와서 돌아보면 어설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우리에게 절대 유리하지 않은 조항들이 많았다. 임대차계약서는 임대인(건축주)과 임차인(세입자) 간 혹시라도 분쟁이나 오해가 생길 시 이를 해결하는 기준이 되고,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사업자가 터전을 잡고 장사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계약서다. 상가 임대차 계약을 통해 내 가게 오픈을 꿈꾸는 분들께 실무적인 팁 몇 가지를 정리해 말씀드려보겠다.

 

 

1)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법은 변호사에게, 건축은 건축사에게.

임대차 계약 시 기준이 되는 상가 임대차 보호법은 일단 꼼꼼히 읽어두고, 중요한 조항들을 따로 숙지해놓으면 좋다. 국가법령정보센터(http://www.law.go.kr/법령/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법령 전문이 공개되어 있으니, 보증금 회수,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 회수 등 주요한 부분은 읽어두자.

하지만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애매한 부분이나 실제적인 부분에 대한 법적 조언은 변호사에게 구해야 정확하다.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정보는 부정확하거나 본인의 경우와 다를 수 있으니 꼭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법조인 상담을 굉장히 어렵고 먼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전화상담 회당 5만 원 이하의 상담을 제공하는 웹 기반 법률상담 서비스도 많아졌고,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상 이 또한 기대 이상으로 매우 꼼꼼했고 유사 판례까지 찾아줄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주었다. 관할 지역이 달라도 법률 상담은 받을 수 있으니 꼭 찾자. (예: 서울 종로구청 무료법률상담 페이지 http://www.jongno.go.kr/Main.do?menuNo=1800)

 

일반적인 요식업은 해당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건물을 용도 변경하거나 큰 수선이 필요한 경우 건축사에게 상담을 받자. 보통 건축사는 해당 관할구역의 공무원과 협조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기에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건축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2) 기본 마인드 셋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지금 만난 건물이 내 구상에 딱 맞는 것 같고, 중개인은 지금 다른 임차인 후보들이 줄을 섰다고 보채고, 건축주는 언제 계약하느냐고 성화일 수 있지만 절대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전 편에도 적어둔 대로 세상에 부동산은 많다. 너무 오랜 시간을 두면 정말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으나, 건물을 볼 때는 최소 2~3주 정도 시간을 두고 상세하게 따져보자.

 

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 등본도 떼어보고, 주변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슬쩍 평판도 물어보고, 혹시나 특이사항(시설 수리가 필요하거나, 용도변경이 필요하다거나)이 있다면 사전에 충분히 조사해서 따져보아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수천만 원의 돈이 오가고, 한번 발붙이면 수년간 유지되는 계약이다. 덜컥 계약했다가 꼬여버리면 모두가 피곤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3) 계약서에 쓰인 용어 하나하나를 뽀개자.

임대차계약서는 크게 계약서 기본 양식에 적힌 조항과 특약사항으로 나뉜다. 이때, 사용되는 용어 하나하나를 따져보며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임대차계약서 초안을 중개인에게 받아서, 며칠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일반적으로 중개인들은 건축주에게 호의적이고, 빨리 계약을 성사시켜야 중개 보수료를 받기에 갖은 회유를 하며 그 자리에서 도장을 찍자고 하겠지만 그 자리에서 갑은 당장 돈을 쥐고 있는 당신이다.

 

임대차계약서에서 보통 주의하여 봐야 하는 부분을 정리하면,

 

▪ 임대 대상물이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주소나, 면적이나, 사용하는 층의 범위가 정확한가? 오래된 건물의 경우 옥상 등에 증축 구조물이 붙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용도변경 등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 등기부 등본은 꼭! 직접 인터넷등기소에서 떼어보자. 간혹 때 지난 등본을 들이미는 사람도 있다. 등본상 근저당권이 있다면 액수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확인해보자. 또한 건물의 소유주가 여럿인 경우 혹 분쟁이 발생했을 때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 임대인은 직접 만나보았나? 가능하다면 주민등록번호를 가리더라도 신분증 사본으로 본인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자기도 세입자이면서, 임대인의 인감증명서나 위임장으로 행세를 해서 사기 치는 경우도 있다.

 

▪ 임대차 목적은 특약에서라도 명시하자. 혹시라도 계약 기간 전에 건물 상태에 이상이 생길 경우, 임대차 목적으로 건물 사용이 불가함을 증빙하면 건물을 임대 목적대로 사용/수익할 수 없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적어진다. 물론 계약 기간 중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는 건 다른 이야기.

 

▪ 인테리어 공사를 할 경우 차임 무상 기간을 특약에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면 날짜를 명시해도 좋다. 그러나 만약 용도변경을 하거나 건축주의 건물 수선과 맞물리면 시점이 꼬일 수 있다. 사전에 꼼꼼한 계획과 상담을 통해 이를 유리한 시점으로 명시할 수 있도록 잘 계획하자.

 

이전 임차인과의 공과금 정산은 보통 중개인이 알아서 해주지만, ‘보증금 잔금일’과 같이 공과금 정산 기일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 해당 지역의 재개발 이슈를 고려하자.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계약을 채 못 채울 가능성도 있다.

 

간혹 일부 건축주가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특정 서류를 작성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제소 전 화해조서가 있는데, 분쟁이 있을 수 있는 사항에 대해 사전에 임대인/임차인 양측이 합의하여 조서를 적고, 법원에서 확인을 받아 법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문서다. 이런 때에도 마찬가지로 문서 초안을 확보해 상담을 받아 충분히 따져보고 도장 찍자.

 

 

물론, 위에 적어놓은 사항들은 그간의 경험에서 배운 것들이고… 우리의 첫 계약은 저렇게 꼼꼼하지도 못했고 대담하지도 못했다. 나름으로 열심히 검토한다고 했으나, 부동산 중개소에 앉아 한두 시간 들여다보는 것으로는 계약서 자체를 다 따져보지 못했고, 돌아보면 부족한 부분이 꽤 있다. 특히 용도 변경과 인테리어 공사를 빨리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X개월 뒤에 임대료를 내겠다고 못 박았던 것이 패착이었던 부분.

 

 

아무튼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기존에 주택/근린생활시설이던 건물을 관광숙박시설-호스텔로 용도 변경하도록 건축사에게 요청했고, 용도 변경에 필요한 도면 작성을 위해 디자이너를 물색했다. 동업자의 지인, 지인의 지인, 고등학교 동창, 대학 동기의 지인까지 샅샅이 뒤졌다.

최근에는 그나마 다양한 서비스들이 생기면서 디자이너/업자들에 대한 접근성이 조금 나아졌지만, 우리나라 인테리어 시장은 다분히 정보 비대칭적이라 괜찮은 업자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함에도 그 과정은 힘들었다.

 

 

설계 당시 제공했던 레퍼런스들. 주로 따뜻하고 포근한, 친근한 이미지를 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 디자이너를 만나게 되어 우리의 컨셉과 레퍼런스를 전달했다. 당시 디자인에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구글 이미지 검색, 실제로 다녀왔던 숙소 중에 좋았던 곳, 또는 서울 시내에 괜찮아 보이는 숙소에 직접 투숙해보면서(!) 최대한 수집해 건넸는데, 결과적으로는 꽤 괜찮은 디자인이 나왔다.

 

입구, 공용공간, 객실 등 각 파트별로 수십 장의 레퍼런스를 건넨 후 몇 번의 미팅을 거쳐, 첫 번째 도면과 3D 투시도도 완성되었다. 우리가 원했던 색깔과 컨셉이 잘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자! 이제 디자인이 되었으니 이거 가지고 공사하면 되겠지? ^0^

 

 

첫 번째로 받았던 3D 도면. 처음 보았을 때 잔뜩 설렜던 마음이 3년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었을 줄이야. 일단 이렇게 꽤 큰 규모의 공사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아는 업자도 딱히 없었고, 디자이너와 시공을 따로 하기로 한 것도 악수(惡手)였다. 여러분은 꼭, 디자인과 시공이 동시에 가능한 사람을 물색하시라.

 

이제는 인테리어 시공업체를 찾기 위해 온갖 인맥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가 있는 사무소 입장에서 우리는 그리 큰 공사가 아니었고, 응대는 젠틀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초짜의 설움이라 해야 하나. 도면 초안은 진작에 나왔는데 업체를 물색하면서 시간은 자꾸 지연되고, 임대차 계약서상 첫 월세 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터진다.

 

 

실제 나온 결과물. 중간에 몇 번의 수정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만들어졌다.

바로, 우리가 수익성을 생각하며 테트리스처럼 짜 넣었던 객실 배치가 용도 변경을 진행하면서 반려 당했던 것. 큰 생각 없이 배치했던 객실들 사이사이의 벽 두께, 복도 너비 등 여기저기서 문제가 있었다. 도면 초안을 가지고 통과시켜주겠다며 호언장담했던, 아마추어다운 건축사는 바로 해약했고 숙박업 쪽으로 잔뼈가 굵은 다른 건축사에게 찾아갔다. 객실 배치, 소방, 안전, 여러 가지 법적 부분을 따지기 시작했고…

 

시간은 자꾸 흘러갔고 임대료 날짜는 자꾸 다가왔다.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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