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독립게임 에세이 – 공간을 채우는 예술, 게임 09

2019-08-31

09. 여러 명 : 블러핑

Writer 아거게임즈 안민우 대표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Photo 유화가랑&Studio Sio

 


 

 

보통 여러분은 여럿이 모이면 어떤 걸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물론 다같이 대화를 나눠도 좋지만, 여섯 명만 되어도 셋-셋 혹은 둘-넷 갈라져 이야기하게 되지 않던가요? 무릇, 대화라는 것은 화자와 청자 간의 소통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모두가 놀면서 소통하게 된다면? 그리고 이를 돕는 도구를 우리 공간에 두고 찾아오는 사람과 즐길 수 있다면? 자, 오늘도 역시 얼굴 맞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길 만한 보드게임을 들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거게임즈 대표 안민우입니다. 드디어 독자분들께 ‘꽤 여럿이 모여 즐길 게임’을 소개해 드릴 시간이 왔군요. 앞으로 남은 3회에 걸쳐 이 다수 플레이 보드게임을 여러 개 소개할텐데, 저는 이 게임들을 통해 ‘보드게임이 PC, 콘솔, 모바일 등의 디지털 게임에 비해 가진 강점’을 여실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모니터가 아닌 상대 그 자체를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받아치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점이죠. 그래서 이 분야의 게임을 소개하려 할 때 다섯 명 이상의 그룹에서 플레이하기 좋고, 왁자지껄한 특색이 강한 게임으로만 골라 준비했습니다. 지금 바로, 그 첫 라인업을 만나보실까요?

 

 

특징 : 블러핑

게임하면 역시 블러핑이죠. 속고 속이는 재미, 우리가 너무 착하기 때문에 차마 게임에서밖에 할 수 없는 그것. 속임수. 바로 그 재미가 곧 게임이지 않겠습니까? 블러핑을 직역하자면 거짓말 혹은 허세라고 번역할 수 있겠으나, 게임에서의 블러핑은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묘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이게 사실, 분위기와 기세를 잡는 일종의 주도권 싸움이에요. 확신에 찬 거짓말로 당당하게 치고나가거나 혹은 한 수 더 앞을 내다보고 일부러 허점을 노출해서 방심하게 하는 등, 고도의 심리전을 기반으로 하거든요.

 

단순한 거짓말이 아닌 엄연한 허장성세 전략, 블러핑은 사실 장르라고 하기도 애매하죠. 모든 게임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플레이 스타일이기도 하거든요. 일전에 말씀드린 추론처럼 블러핑도 심리전에 속하는 보편적인 게임 요소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수많은 게임 중에서 특히 블러핑 요소가 강한 게임을 추려 선정하고, 접근성이 좋은 순서대로 나열해보았습니다.

 

 

1. 바퀴벌레 포커(Cockroach Poker)

 

01_게임 소개

블러핑 게임의 첫 라인업으로, 바퀴벌레 포커(Cockroach Poker)라는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제 공간에 찾아오신 5인 이상 손님들께 내보이길 좋아하는데, 수백 팀에게 테스트해 봐도 반응이 안 좋았던 적은 겨우 한 두어 번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플레이 인원이 많을수록 인원이 적을 때보다 분위기가 더 산만해지기 때문에, 그들 모두를 보드게임이라는 문화에 푹 빠뜨리려면 좀 더 공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럴 때 이 시간을 단축해주는 것이 바로, 바퀴벌레 포커와 같은 가볍고 빠른 아이스브레이킹 게임입니다. 한번 만나보시죠.

 

02_바퀴벌레 포커 플레이 규칙 설명

바퀴벌레 포커 구성품을 먼저 볼게요. 여덟 종류 벌레가 각 여덟 장씩 들어있는 총 64장의 카드는 모두…. 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생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똑같은 종류의 카드라도 각각 그려진 이미지와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바퀴벌레 포커를 하다가 멘탈이 털리기 시작하면 생물 종류를 헷갈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 플레이하실 땐 카드 배경 색상을 보거나 카드 상단의 아이콘을 보고 이를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대로 카드를 뒤집어 뒷면을 보면 모든 종류의 아이콘이 나와 있기 때문에, 손님들께 카드 뒷면을 통해 그 종류를 설명해 드리는 편입니다.

 

자, 사진의 좌측부터 보시면 카드 종류는 바퀴벌레, 방귀벌레(노린재라고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방귀벌레로 불러야 제맛이더라고요), 거미, 쥐, 두꺼비, 파리, 박쥐, 전갈. 이렇게 8종류의 벌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모든 카드를 잘 섞어서 각 플레이어에게 공평하게 나눠주세요. 만약 인원 수에 따라 나눠주다 남은 카드는 뒷면을 위로 하고 옆에 두시면 됩니다. 그다음 선 플레이어부터 손에 있는 패 중 한 장을 골라 아무에게나 뒷면으로 찔러주며 이 생물이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이때 재밌는 점은, 이 생물이 무엇인지 거짓말을 해도 되고, 사실대로 말해도 된다는 점이죠.

 

공격을 받은 플레이어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선 플레이어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말하고, 진위를 파악하는 것

2) 본인도 그 카드를 슬쩍 본 후, 다른 플레이어에게 다시 공격하는 것

 

만약 1번 액션을 선택했다면 간단합니다. 그냥 말 그대로 본인이 먼저 선 플레이어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선언한 후, 해당 카드를 뒤집어 진위를 파악하면 됩니다. 이때 총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누가 잘못했는지에 따라 해당 카드의 행방이 가려집니다. 편의상 선 플레이어를 ‘공격자’, 공격 받은 플레이어를 ‘방어자’라고 하겠습니다.

 

① 공격자 : 참 / 방어자 : 참
공격에 실패했으므로 공격자가 카드를 가져갑니다.

② 공격자 : 참 / 방어자 : 거짓
공격자를 믿지 못했으므로 수비자가 카드를 가져갑니다.

③ 공격자 : 거짓 / 방어자 : 참
공격에 성공했으므로 수비자가 카드를 가져갑니다.

④ 공격자 : 거짓 / 방어자 : 거짓
공격에 실패했으므로 공격자가 카드를 가져갑니다.

 

이렇게 가져간 카드는 벌점이 되니, 해당 플레이어는 이 카드를 본인 앞에 잘 보이도록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걸 다시 내 손 패로 들고 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게임이 무한궤도에 올라탈 것입니다.

 

만약 2번 액션을 선택했다면 받은 카드를 나만 살짝 보고, 본인이 새로운 공격자가 되어 다른 플레이어에게 이 카드를 다시 찔러주며 생물의 이름을 말하면 됩니다. 이때도 거짓말을 하든 진실을 이야기하든 물론 자유죠.

 

다만, 이전 플레이어는 답을 알고 있으니까 설마 그 사람에게 다시 이 카드를 주시지는 않겠죠? 바로 이 점 때문에 2번 액션을 통해 카드가 계속 무제한으로 돌지는 않아요. 받은 플레이어도 위와 똑같이 액션을 취사선택하면 되지만, 마지막으로 카드를 받는 사람은 나머지 사람들이 해당 카드를 봤기 때문에 더는 2번 액션을 할 수 없고, 1번 액션으로 진위만 맞출 수 있겠죠.

 

그러다가 누군가 본인 앞에 똑같은 종류의 카드 4장을 모으면, 그 플레이어를 꼴찌로 하며 게임이 종료됩니다.

 

 


가볍고 빠른 아이스브레이킹용 블러핑 보드게임, ‘바퀴벌레 포커(Cockroach Poker)’

 

 

03_게임 플레이 전략

게임이 정말 가볍죠? 바퀴벌레 포커의 가장 큰 특징은 차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 명이 하는 게임은 내 차례까지 돌아오는 시간이 느려진다는 태생적인 한계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퀴벌레 포커는 내 차례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가변적이라 쫄깃하죠. 게다가 카드 한 장에 대한 거짓말은 계속 중첩되기 때문에, 앞사람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하는 게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게임이 가벼울 수밖에 없겠죠?

 

저 또한 처음에 바퀴벌레 포커를 플레이할 때 한번 앞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을 헤아려 봤지만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어디에 어떤 거짓말이 섞였는지는 모르니까요. 그러다 괜히 한번 멘탈이 꼬이면 그대로 쭉 당하기만 하더라고요.

 

만약 바퀴벌레 포커를 더 재밌게 즐기고 싶다면 게임 종료 조건을 조금 바꾸는 게 좋습니다. 꼴찌 조건을 ‘똑같은 종류 카드 4장 혹은 모든 종류의 카드 1장씩 8장 모으기’로 바꾸는 것이죠. 또, 여러 명이 오다 보니 아무래도 손님들이 순위를 내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그럴 때는 게임을 마친 후 제일 적게 카드를 가져간 사람일수록 1등이라고 말씀해드립니다. 그럼 자연스레 1등 견제도 하게 되고, 발언권도 골고루 돌아가더라고요.

 

04_비주얼

사실 비주얼에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지만, 저는 익살스러운 그림체가 좋더군요. 다들 일부러 심술궂게 표정을 지은 것만 같고, 아이가 그린 것처럼 삐죽삐죽해서 귀엽지 않나요? 무엇보다 그런 장난스러움이 이 게임의 분위기하고 완벽하게 맞아들어간달까요. 또한, 게임이 작기 때문에 구매해서 들고 다니기에도, 어디 비치해놓기에도 좋은 게임입니다.

 

 

 


플레이하실 땐 카드 배경 색상을 보거나 카드 상단의 아이콘을 보고 이를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블러프 (Bluff)

 

01_게임 소개

다음 게임은 ‘블러프’입니다. 이름부터 오늘 장르에 정확히 들어맞게 강력하죠? 무엇보다 이 게임은 주사위와 그걸 돌릴 수 있는 컵으로 구성되어서 큰 사운드 효과가 게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합니다. 제 공간에서 누군가 블러프를 하고 있으면, 특히 블러프를 안 해본 분은 이 광경을 되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런 게임이에요. 클루에 이어 제가 청소년기에 두 번째로 많이 한 게임인데, 당시에 정말 하하호호 즐겁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지금도 플레이할 때 빵빵 터지지만 뭐랄까, ‘치열한 블러핑’의 향연이랄까요.

 

02_블러프 플레이 규칙 설명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 베팅 판에는 빨간 주사위를 잘 올려놓은 후, 각 플레이어는 각각 컵 한 개씩과 노란 주사위 다섯 개씩을 가지고 갑니다. 그다음 자신의 컵에 노란 주사위를 넣고 잘 섞은 후, 탁자에 주사위가 든 컵을 그대로 엎어놓으면 됩니다.

 

이때, 야바위에 대한 익숙함 때문인지 엎어놓은 상태로 책상에서 떼지 않고 좌우로 흔들어 섞는 분들이 많죠. 물론 블러프가 야바위 감성은 충분하지만, 힘을 어지간히 세게 주지 않는 이상 잘 안 섞여서 재미가 없더라고요. 컵을 들어서 손으로 막아 잘 섞은 뒤, 바닥에 착 내려놓으시면 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반대편을 잘 가리고 컵을 살짝 들어 본인의 주사위 눈을 봅니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를 보며 전체를 잘 유추하셔야 합니다. 곧, 선 플레이어가 베팅 판에서 빨간 주사위를 움직여 베팅을 시작합니다. 빨간 주사위의 눈은 베팅하려는 주사위 눈을 한정하고, 베팅 판의 숫자는 내가 베팅하려는 주사위 눈을 가진 주사위의 총 개수를 의미합니다. 뭔가 복잡하죠?

 

만일, 내가 빨간 주사위로 숫자 6을 베팅하며 말판의 9라고 적힌 칸에 놓았다면, ‘우리가 현재 가진 전체 주사위에서 숫자 6이 보이는 주사위가 9개 이상은 있을 것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우리가 가진 주사위의 눈이 1부터 5까지 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남은 1개의 면에는 ‘별’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별은 어떤 숫자도 모두 가능한 만능 조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베팅할 때 베팅 판을 잘 보시면 주황색으로 별이 그려진 칸이 있는데, 그곳은 별 ‘만’ 베팅하는 곳입니다. 한 칸 차이라도 베팅 숫자가 위로 올라갈수록 주사위 개수의 격차 또한 커지기 때문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코어 규칙이 되죠. 개인적으로 블러프의 규칙 중에 가장 센스있는 규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별’과 ‘별 전용칸’.

 

플레이 순서는 선 플레이어부터 시계방향으로 진행하고, 다음 플레이어는 포커의 Raise처럼 이 베팅을 받아서 더 올려버릴지, 포커의 Die처럼 챌린지를 걸지 선택할 수 있죠. 만약 베팅을 받아 수치를 올린다면 빨간 주사위를 시계방향으로 전진해, 이전 사람보다 위험하게 만들어야겠죠? 그러다가 다음 사람이 ‘블러프!’라고 외치며 챌린지를 걸 수 있고요.

 

누군가의 챌린지로 베팅이 멈추면, 즉시 모든 플레이어는 주사위 눈을 공개하고 진위파악을 합니다. 이런 경우 세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며, 그에 따라 가혹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편의상 베팅한 플레이어를 공격자, 챌린지한 플레이어를 방어자라고 하겠습니다.

 

1) 공격자의 베팅 숫자보다 실제 해당 눈의 주사위가 많을 경우 : 공격자가 베팅을 안전하게 잘한 것이므로 방어자가 해당 주사위 개수의 차이만큼 본인의 주사위를 잃습니다.

2) 공격자의 베팅 숫자와 실제 해당 눈의 주사위가 동일한 개수일 경우 : 공격자가 베팅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므로 방어자를 포함한 다른 플레이어 모두가 주사위 1개를 잃습니다.

3) 공격자의 베팅 숫자보다 실제 해당 눈의 주사위가 작을 경우 : 방어자가 위험한 베팅을 잘 막아낸 것이므로 공격자가 해당 주사위 개수의 차이만큼 본인의 주사위를 잃습니다.

 

이렇게 판정하고, 챌린지의 승자가 새로운 판을 시작합니다. 주사위를 다시 굴리고 계속 반복하면 되죠. 그러다가 누군가 주사위가 다 떨어지면 게임이 종료됩니다.

 

03_게임 플레이 전략

플레이하다 보면 정말 ‘별’이 매력적이거나, 짜증 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베팅이 위험해질수록 별 ‘만’ 베팅하면 개수가 줄어들고, 내가 좀 들고 있다면 가능할 법 해 보이거든요. 이런 오묘한 줄타기에 더해 가장 재미있는 포인트는 바로 블러핑이 순차적인 베팅 구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공격자와 방어자 둘만 피를 본다는 점입니다. (공격자가 베팅으로 숫자를 정확히 맞출 확률은 낮아요) 그래서 나까지만 잘 넘어가면 그대로 정보를 누설해버리거나, 그걸 악용하여 거짓으로 누설하거나 아주 그냥 난장판이 됩니다.

 

게다가 내 목숨인 주사위 개수는 곧 자신의 독자적인 정보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스노볼링도 심한 편입니다. 베팅한 주사위와 실제 주사위 개수만큼 목숨이 버려지므로 자칫하다간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는데 말이죠. 자칫 목숨이 확 줄어 금방 죽으면 옆에서 무한 대기해야 하니까, 게임에 푹 빠져서 흥을 돋울 수 없다면… 괜히 옆에서 카카오톡만 하지 않도록 너무 무리한 베팅은 자제하시길 추천합니다. 정말 포커와 비슷한 느낌의 블러핑이 쓰이는 게임입니다. 계속 Raise-숫자를 올릴 수 있고 Die-흐름을 꺾고 패를 까 볼 수 있죠.

 

04_비주얼

오늘 소개해드릴 게임 중에 단연 박스도 무지 크고, 구성품이 이것저것 많습니다. 카드를 들고 하는 게 아니라 주사위를 돌리는 활동성도 있고요.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색감이나, 구성품, 박스아트의 통일성이 좋아서 패키징이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박스가 검은 배경에 노란 포인트처럼 구성되어 있어 하나쯤 공간에 두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사운드 효과가 게임 분위기 조성에 한몫하는 ‘블러프(Bluff)’

 

 

 

3. 레지스탕스:쿠(Resistance:Coup)

 

01_게임 소개

오늘 소개해 드릴 마지막 게임은, 레지스탕스:쿠라는 게임입니다. 심리적인 난도가 가장 높다고 생각되지만, 게임에서 직접적으로 쓰이는 구성품은(기본판 기준) 카드 15장, 코인 50개가 전부입니다. 간결의 극치를 달리는 구성품이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단출한 구성으로 최대의 심도를 끌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규칙 또한 간결하지만, 고민을 많이 하게 하고 매력적이죠. 어떤 게임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02_레지스탕스:쿠 플레이 규칙 설명

15장의 카드에는 공작-암살자-사령관-외교관-귀부인, 총 5개 캐릭터가 각 3장씩 들어있습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15장의 모든 카드를 섞어서 각 플레이어에게 2장씩 나누어 주고, 남은 카드는 테이블 중앙에 잘 정리해둡니다. 손 패의 카드는 이 게임에서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중요한 정보인 만큼, 잘 확인하고 옆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손에서 테이블로 내려놓는 것이 편해요. 이제 코인 2개씩과 요약표를 받아 게임을 진행하면 됩니다.

 

선 플레이어부터 시계방향으로 시작하고, 본인의 차례가 되면 자유 액션 3개와 캐릭터별 액션 중 1개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내 요약표를 보면 쉬워요!)

 

[자유 액션]

  • 코인 1개 받기 : 중앙은행에서 받아오면 되며,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 코인 2개 받기 : 중앙은행에서 받아오면 되지만, 누군가 공작이 있다면 2원을 못 받게 할 수 있습니다.
  • 코인 7개를 사용하여 ‘쿠’ 사용하기 : 코인 7개를 사용해서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지목당한 상대방은 본인 캐릭터 2장 중에 한 장을 선택해서 공개하고 버려야 하며, 1장 밖에 없다면 해당 카드가 버려지고 즉시 그 플레이어는 탈락하게 됩니다.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캐릭터별 액션]

  • 공작 : 은행에서 코인 3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코인 2개를 받는 자유 액션을 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 암살자 : 코인 3개를 사용해서 상대방을 공격합니다. 다만 지목당한 플레이어가 귀부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코인을 사용한 채, 공격이 실패합니다.
  • 사령관 : 플레이어 한 명을 지목하여 코인 2개를 뺏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목당한 플레이어가 사령관이나 외교관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코인을 사용한 채, 갈취에 실패합니다.
  • 외교관 : 테이블 중앙의 남은 카드 덱에서 즉시 2장을 뽑아 봅니다. 그리고 본인의 현재 손패와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개수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본인에게 암살자를 사용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 귀부인 : 아무 능력이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 본인에게 암살자를 사용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즉, 위 능력들을 잘 사용하여 모든 플레이어를 탈락시키고 혼자 살아남으면 이깁니다. 여기까지는 그저 그런 카드 게임이죠. 그러나 레지스탕스:쿠가 마성을 뿜어내는 것은 위 액션을 이해하고부터입니다. 왜냐하면, 캐릭터별 액션을 ‘굳이 캐릭터를 손에 들고 있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거짓말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과정에서 블러프처럼 진위파악을 위한 ‘챌린지’를 할 수 있고요.

 

누군가 캐릭터 능력을 사용했을 때, 그 사람이 해당 캐릭터가 없는 데도 쓴 것 같다면 ‘잠깐!’이라고 외치고 챌린지를 걸면 됩니다. 이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입니다.

 

1) 카드 사용자 – 참 : 챌린저가 진위파악에 실패했으므로 본인의 캐릭터 카드 1장을 잃으며 전체 공개합니다.

2) 카드 사용자 – 거짓 : 챌린저가 진위파악에 성공했으므로 카드 사용자가 본인의 캐릭터 카드 1장을 잃으며 전체 공개합니다.

 

간단하죠? 그러나 진위파악 시, 1번의 경우 때문에 작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카드 사용자 입장에서는 진실을 말했지만, 이를 인증하기 위해 패를 공개해버리게 되는 거죠. 그 패는 블러핑할 수 있는 여지를 잃어버리게 되고요.

 

이러한 디메리트를 상쇄하기 위해 블러프에서는 ‘참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개한 패’는 중앙 덱으로 들어가 섞이며, 해당 카드 사용자는 새로운 카드를 하나 뽑습니다. 물론 아까 그 카드가 나올 수도 있죠. 이 때문에 외교관 캐릭터 능력과 별개로 카드는 계속 순환하고, 손에 좋은 조합이 있다고 한들 금방 깨집니다. 게임이 끊임없이 다채롭고 긴장감 있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IMG_2138

 

 

03_게임 플레이 전략

규칙이 간단한데도 생각할 것이 많죠? 이러한 심도에도 거짓말을 잘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게 중요하죠. 챌린지하는 과정이 직관적이고 빨라서, 틈을 보이면 바로바로 들어오거든요. 챌린지가 걸린 이상, 무조건 본인 아니면 상대가 한 장 버릴 텐데, 블러프처럼 이 게임 또한 카드가 목숨이자 정보량이기 때문에 신중해야겠죠.

 

누군가는 이 신중한 심리를 이용해서 제 마음대로 액션을 혼용해서 써서 이득을 얻을 것입니다. 진실은 중요할 때 활용하면 되니까요. 이렇게 정신없게 돌아가는 한판은 금세 끝나고, 재밌어서 여러 판 할 테니까 전체적인 플레이 콘셉을 잡다가 중요할 때 비틀어주는 것도 재미겠죠. 플레이를 빌드업하는 재미랄까요.

 

특히 이 게임은 동일 캐릭터가 3장밖에 없어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계속 정보가 공개돼 카운팅 하는 맛이 있습니다. (바퀴벌레 포커도 전체 카드 수가 정해져 있어서 카운팅할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는 없는 에피타이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드가 한 장씩 공개될 때마다 판도가 훅훅 바뀌며 빌드업하는 재미를 돋워주죠. 살아남은 사람으로서는 죽으면서도 중요한 정보를 주고 가는 상대방이 고맙더라고요. 아, 덕분에 제 거짓말이 들통나면 야속하고요.

 

04_비주얼

레지스탕스:쿠의 아트워크 퀄리티는 뭐, 말할 것도 없이 디테일하고 훌륭합니다. 휴대하기 좋은 크기의 작은 패키지도 은박으로 반짝거려서 특이하고요. 여기서 독특한 포인트는 바로 테마인데, 게임의 배경과 의복을 잘 보시면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분명 세계관 속 배경은 최첨단을 달리지만, 의복은 고전적이죠. 이렇게 이질적이고 독특한 배합의 SF 세계가 특징이랄까요. 여러모로 레지스탕스:쿠는 보는 재미가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단출한 구성으로 최대의 심도를 끌어내는 ‘레지스탕스:쿠(Resistance:Coup)’

 

 

 

Fine.

바퀴벌레 포커부터 블러프, 레지스탕스:쿠까지, 이로써 5년간 수천 명의 손님을 대하며 반응이 가장 좋았던 다인용 블러핑 게임 커리큘럼을 적어봤습니다. 앞으로 2회차 더, 본격적으로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빵빵 터지는 게임을 소개해 드릴 예정이므로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세한 규칙은 게임별 공식 규칙서를 각 출판사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보드라이프, Boardgamegeek)에서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회차에는 5~6인 보드게임 등 여러 명 플레이가 가능한 ‘협잡’ 게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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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진 찍어주신 감사한 사진 작가님

@siostudio
http://studiosio.co.kr/

 

[연재목차]

2019.01 소개 紹介
2019.02 두 명 : 추상전략
2019.03 두 명 : 심리전
2019.04 두 명 : 카드
2019.05 특별편 : 빅게임
2019.06 서너 명 : 배치
2019.07 서너 명 : 추론
2019.08 서너 명 : 카드
2019.09 여러 명 : 블러핑
2019.10 여러 명 : 협상
2019.11 여러 명 : 마피아
2019.12 소회 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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