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하회탈,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09

2019-09-01

09. 계산

– 사업성이 있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다.

 

Writer 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점(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329-18
객실타입 : 소형 트윈룸, 소형 더블룸, 일반 트윈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낙산공원, 흥인지문, DDP,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동묘 벼룩시장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DDP점(지점)
주소 :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74
객실타입 : 더블룸, 패밀리룸(3인, 4인, 6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장충체육관, 남산, 광희문, 청계천 등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SNS
홈페이지 : http://seouldalbit.com
인스타그램 : @seoul_dal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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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건물을 찾았다. 동대문 시장 골목에 있는 상업용 건물로 2층과 3층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고, 탁 트인 100여 평의 대지. 우리가 생각한 객실의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캔버스와 같은 열린 곳.

 

중개업자로부터 보증금 및 임대료 조건은 전해 들었으니 우선 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에, 이 공간에서 우리가 몇 개의 객실을 얼마나 만들어 낼 수 있을지부터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팀 3인방 모두, 숙박업이나 관광업은 물론 건축 쪽에는 지식이 거의 없었다. 나는 공학을 전공했지만, 소재 공학이라 공간과는 거리가 멀었고 P 군은 경영학을 전공한 예비 회사원이었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H 군도 자기 손으로 DIY 인테리어 시공을 한 경험은 있지만,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경험은 일천했다.

 

그렇다고 어떠한 사전 준비도 없이 덜컥 공간을 계약할 수는 없었기에, 우리 나름대로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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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 업체별 객실 구성과 가격. 벌써 4년이 지나 박 터지고 있는 현재의 시장 가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어떤 컨셉이어야 할까?

우리가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동대문은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고, 그중에서도 아시아권 위주의 손님들이 방문한다. 우리는 타깃층의 니즈를 조사하기 위해 신촌과 인사동의 카페에서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간단히 얘기를 걸고, 음료도 사주며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홍콩 여행객에게 말을 걸어 간단하게 얘기를 나누고, 우리가 궁금한 점에 대한 답을 직접 들었다. 조사 대상은 많지 않았지만, 그들이 공통으로 ‘편안한 잠자리’, ‘개인 공간’, ‘좋은 위치’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쇼핑 여행이 많아서 올 때보다 갈 때 짐이 더 많다는, 몰랐던 점도 함께 발견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숙소 객실 구성은 도미토리보다는 개별 객실 위주로, 파티 공간보다는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구성하되, 어느 정도 짐 보관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며야겠다고 생각했다(참고로 이런 컨셉은 쇼핑하는 아시아 관광객 위주인 동대문에만 적용된다).

 

 

 

 

어떤 객실 위주로 구성할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권 여행객은 낯선 사람과 섞이는 도미토리를 지양하는 편이니, 개인 1인실을 두거나 소규모 그룹이 많으므로 2인실을 위주로 구성하자.

그중에서도 혼자 여행하는 사람보다는 소규모 그룹으로 다니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고 공간 효율로도 2인실이 좋아 보이니 2인실을 더 많이 두자. 그렇지만 단체 관광도 대비해 4인실 등 다인실을 적절히 섞자.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객실 구성을 마쳤다.

 

 

 

 

객실은 어느 정도 커야 할까?

H 군의 숙소 운영 경험상 객실은 아주 클 필요가 없었지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네다섯 군데 다시 답사하기로 했다. 본 연재 칼럼 4편(https://brunch.co.kr/@backgo/4) 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미 동대문 근처의 숙소들을 돌아볼 때 어느 정도 객실은 봐 두긴 했었다.

 

이번엔 숙소를 둘러보지만 말고 실제로 그 객실에서 잠을 자보자고 결정한 후, 직장인을 포함해 모두의 시간이 넉넉한 금요일로 숙박 예약을 잡았다. 크기는 대략 5~6평 정도의 화장실이 딸린 아담한 3인용 객실. 이곳에서 20대 중후반의 청년 셋이 방 하나에 옹기종기 모여 줄자로 방 크기를 재보고 구석구석을 뜯어보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가로세로 길이는 XX 미터, 화장실 크기는 1평 남짓. 3인실이 이 정도 크기니 2인실은 3~4평이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평수로 따지면 좁게 느껴지지만, 침대 2개를 배치하고 단기로 3~4박 묵는 짐을 놓는 상황에서는 그리 작게 느껴지지는 않는 정도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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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하면서도 조금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초기 구상은 이 정도 수준에서 이뤄졌다.

 

 

 

가격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

먼 옛날이라면 직접 발품을 팔아야 가격을 알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정보화 시대 아니던가! 숙박 예약 에이전시 웹사이트에서 근처 지역에 있는 비슷한 수준의 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들의 평점과 리뷰, 가격대를 조사했고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에서 우리 숙소의 가격을 설정하기로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컨셉과 객실의 구성, 크기 등은 구상이 잡혔다. 이제 전보다 구체적인 계획, 즉 본격적인 수익성을 짜야 했다. 우리의 터전으로 잡은 동대문의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

 

물론 건물 계약 전에는 도면을 줄 리도 만무했지만, 일단 이곳이 30년 가까이 오랜 시간을 거친 건물이라 보유한 도면 자체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줄자로 전체 공간의 크기를 쟀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한 객실 크기를 가늠했다. 건물의 형태가 직사각형에 가까워서 전체 크기를 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화장실을 합해 객실당 4~5평이니 가로세로 4m씩의 공간은 필요하겠군.

 

머릿속에서 가상의 방을 만들고 화장실을 할당했다. 테트리스처럼 방과 화장실과 공용 공간을 배치했다.

 

전체 공간을 쪼개면 XX 개의 객실이 나오겠고, 평일과 주말 가격을 X 만 원으로 설정하면 매출이 이만큼이겠네! 거기서 임대료, 대략적인 인건비, 공과금, 조식과 소모품비를 빼면…

 

정말 괜찮은 장사다. 수지타산이 아주 좋다. 적당히만 운영된다면, 세 명이 만족스러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이는 정말 rough 한 예측 모델이었고 아쉽게도 지금 우리의 숙소는 그 당시에 우리가 예상했던 수익 수준까지 내지는 못하지만, 재밌는 것은 우리가 비용 수준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점이다. 단지 우리가 수익 예측에 실패했던 원인이 있다면 바로 객실 개수와 객단가 때문이었다. 객실의 크기와 벽 두께, 복도 폭까지 규정되는 건축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탓도 있었고,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한 숙박업 시장은 우리의 나이브한 객단가 예측을 불허했다.

 

지금은 그동안의 데이터를 가지고 좀 더 정교하고 현실적인 수익 계산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초기에 만들었던 예측 모델에서 숫자만 좀 바뀌었다뿐이지 그 모습은 거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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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과 수익성을 예상하는 데에 사용했던 엑셀 양식.

 

 

이렇게 두드려본 숫자에 따라 꽤 만족스러운 수익성이 예상되었기에 우리는 동대문의 건물로 터전을 정했다.

 

계약은 동대문 상가의 한 허름한 중개사무소에서 진행됐다. 그 자리에서 임대인-건물주님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우리 모두 적잖이 놀랐다. 건물주가 동대문 시장 골목에서 장사하시던 문구 완구 도매상이었던 것! 가끔 시장 골목 돌아다니면 ‘이렇게 애쓰는 자영업자분들 참 고달프겠다’는 일종의 동정심을 가졌었는데 모두 섣부른 판단이었다. 건물을, 그것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니.

 

2015년 8월의 더운 여름날, 임대차 계약서를 썼다. 큰돈이 오가는 일이기에 꼼꼼히, 천천히, 차근차근 내용을 살펴보며 계약서를 살폈다.

 

만일 벌어질 수 있는 사태를 상상해보고, 우리가 영업을 준비하는 기간도 감안하고…

 

계약서를 썼던 그 순간을 지금 돌아본다면 시간을 좀 더 두고 여러 가지 안전 조항을 넣었다면 더욱더 좋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아마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필요하거나 걱정되는 사항이 있다면 당당히 요구하고, 협상하고,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계약서 특약사항에 반드시 넣자. 임대차 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동등한 조건에서 임대 대상물을 빌리는 계약이므로, 어느 한쪽이 양보하거나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만약 계약이 틀어진다면 다시 협상하거나, 정 안 되면 다른 부동산을 또 찾아보면 된다. 마음이 급해서, 혹은 중개사의 ‘원래 그런 거고 사람끼리 하는 건데 다 좋게좋게 돼요~’하는 사탕발림에 넘어가지는 말자.

 

세상은 넓고 건물은 많다.

 

적잖은 계약금을 입금하고, 임대차 계약을 마쳤다!

 

자! 이제 건물을 임대했으니 이걸 가지고 공사하면 되겠지…? 라는 쉬운 생각이 우리가 겪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이런 큰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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