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하회탈 –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06

2019-06-11

Writer 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점(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329-18
객실타입 : 소형 트윈룸, 소형 더블룸, 일반 트윈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낙산공원, 흥인지문, DDP,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동묘 벼룩시장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DDP점(지점)
주소 :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74
객실타입 : 더블룸, 패밀리룸(3인, 4인, 6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장충체육관, 남산, 광희문, 청계천 등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SNS
홈페이지 : http://seouldalbit.com
인스타그램 : @seoul_dalbit

 

 

06. 만남

– 사업을 함께 할 동업자와의 첫 만남

 

 

Photo by Helloquence on Unsplash

 

 

2015년 5월 말의 평일, 종로의 한 한식집에서 약속이 잡혔다. 이전 호에서 상술하였듯, 친구의 후배는 이미 2014년부터 서울역 근처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이자 숙박업의 시장성을 발견해, 본격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열어보고자 하는 행동가였다.

딱 숙박업에 뛰어들려던 나에게, 마침 친구의 후배가 이미 비슷한 숙소를 운영하고 있고, 때맞춰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던 인연이라니. 이는 과연 우연일까, 필연일까? 소소하게 B&B 숙소를 운영하는 정도에서 갑자기 일이 커지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만나도 손해 볼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만나게 될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보다 한 살 어린데, 벌써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고 있으니 집에 돈깨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여행에 큰 뜻이 있는 사람인가?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식당에 들어섰다. 좋은 사람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니 뿌듯하다며, 그날의 자리는 주선하는 친구가 통 크게 한턱냈다. 고맙게도.

 

식당에서 처음 만난 그의 첫인상은- 후줄근했다. 편한 브이넥 티셔츠에 반바지, 그리고 크록스 신발. 5월 말이라 초여름의 더운 기운이 올라오는 때라지만 초면에 이렇게 편한 복장이라니. 이제 와서 돌아보면 서로 대등한 관계끼리 만나는 자리에 별 의미 없는 격식을 따지는 것밖에 안되었지만, 그때에는 흠칫했다. 나는 한창 회사원으로서 의례와 격식을 따지던 때였으니.

 

우리는 서로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2년 차 회사원. 무난하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 생활을 시작하다 약간의 일탈을 꿈꾸는 평범한 사회인. 그저 그뿐, 나를 소개할 만한 말이 마땅치 않았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풀어놓았던 온갖 학점이나 스펙이나 대외활동은 실제 사업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나는 그저 내 손으로 어떤 물건 하나 팔아본 적 없는 풋내기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2014년 언젠가, 일본에 1개월 장기 여행을 갔을 때 일본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을 소개받았다. 유휴 공간을 여행객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는 공유 플랫폼이란 말에 호기심이 일었고, 한 숙소를 정해 숙박했다. 그 숙소는 도쿄의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4명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숙소. 재미있게도, 4명이 각자의 자취 공간을 각각 에어비앤비에 리스팅한 뒤 예약을 받는다. 예약이 들어오는 숙소의 주인은, 그날은 다른 친구의 방에 가서 하루 숙식한다. 3명의 방이 다 나가면, 나머지 나가지 않은 한 명의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잔다. 만일 4명 모두의 방이 나가는 날에는…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그 경험이 그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호텔업이나 숙박업에 대한 전문성도, 경험도 적은 4명의 대학생이 자기 숙소를 리스팅하여 관광객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생긴 매출은 도쿄의 비싼 임대료는 물론 생활비와 학비에도 보탬이 된다니. 전문성이 적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 그런데도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그를 흥분케 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에어비앤비 창업을 준비했다. 내가 지레짐작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는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다. 우선 예금과 이런저런 모아놓은 돈, 휴학하면 반환받는 등록금까지도 끌어모아 예산 수준을 결정했다.

우선 부동산 매물을 탐색했다. 지역은, 흔히 생각하는 관광지-인사동, 명동, 남산 등 이 아닌 교통의 요지인 ‘서울역’을 잡았다. 그 어떤 관광지로 향하더라도, 서울역은 공항에서 서울로 오는 관광객이 반드시 거쳐 가는 지점이기에.

 

 

그가 에어비앤비 입지로 정한 서울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

 

 

 

카페에 죽치고 앉아, 근처 모든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다. 과장 조금 보태서 하루에 30통씩은 전화했다고 한다. 얼마 안 가 연락이 왔다. 소개 받은 곳은 아주 낡은 연립 주거공간. 시설은 낡았지만 고칠 만하고, 서울역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가장 중요한 건 보증금과 임대료가 파격적으로 낮았다. 낮은 임대료는 비용 절감은 물론, 소비자 제공 가격도 낮게 책정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부동산을 정한 이후에는 수리 보수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안 그래도 모자란 예산을 아끼고자 직접 DIY로 수리를 시작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인테리어 공사였다. 각종 블로그와 집 꾸미기 웹사이트를 뒤져가며 아이디어를 얻고, 동영상들을 보며 공법을 독학했다. 을지로와 방산시장을 온종일 탐방하며 각종 자재를 사 모았다. 공사에 돌입해서는 직접 천장을 부수고, 전선들을 만지고, 바닥과 벽을 칠했다. 일손이 부족하면 친구들에게 밥 한 끼씩 사주고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직접 하면 개고생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은 전문 업자에게 보수를 쥐여주고 마무리 공사를 맡겼다. 업자들의 품삯은 적지 않았지만, 훨씬 빠르고, 쉽고, 솜씨 좋게 결과를 뽑아냈다. 이를 통해 그는 적당한 보수를 주고 아웃소싱 맡기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동시에 공사에 드는 자재비와 인건비, 그리고 건물 임대료를 계속 내야 했기에 그의 예산이 점점 바닥나고 있었다. 수중에 있는 자금이 부족해졌다. 아직 학생 신분이라 은행권에서는 자금 융통이 어려웠다. 제2금융권, 흔히 얘기하는 캐피털 업체에서 돈을 빌렸다(이 부분에서 나는 살짝 충격을 받았다). 연 20~30%가 너무나 높은 이율이지만 시뮬레이션으로 예상되는 매출 수준을 볼 때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았다.

 

 

그의 에어비앤비 숙소 사진

 

 

 

우여곡절을 거쳐, 예산을 빠듯하게 다 사용하고 공사를 마쳐 오픈했다. 하지만 오픈 초기의 암흑기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숙박업은 소위 말하는 ‘오픈 빨’이 없는 업종이다. 사업장의 위치는 중요하지만, 그건 교통 편의성의 문제이지 주변의 유동인구는 중요하지 않다. 모텔이나 여관과 달리, 예약 베이스의 업이라 주변 유동인구가 유입되는 일이 드물다. 온라인 예약이 주 매출원이기에 일정 기간 인지도와 리뷰가 쌓여야 신규 고객이 유입된다. 보통, 사람들이 여행할 때에는 위치가 좋고 아무리 가격이 괜찮아도 리뷰가 하나도 없는 곳보다는 어느 정도 리뷰가 축적된 숙소를 선호하지 않는가.

 

새로 오픈한 새내기 숙소에 초기 암흑기는 가혹했다. 예약이 들어오는 추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 기일은 지각없이 꼬박꼬박 다가왔다. 연 20%가 넘는 이자가 목을 조여왔고, 급하게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 투잡을 뛰었다. 숙소 운영과 병행하며 부채를 틀어막았다. 그렇게 3개월 정도의 힘든 시간을 보내자, 좋은 위치와 합리적 가격에 힘입어 천만 다행히도 점점 예약이 들어오고 좋은 리뷰가 쌓였다. 어느 정도 수익이 쌓이자마자 제2금융권 부채를 제1금융권으로 전환했다. 이때, 그는 자기 능력 밖의 부채를 떠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체감했다.

 

그래도 힘든 시기가 그나마 3개월 정도로 길지 않았던 데에는, 따로 디자이너에게 보수를 쥐여주며 찍은 감각적 사진과 적극적인 가격정책이 한몫했다. 지금은 각종 예쁜 사진들이 에어비앤비에 넘쳐나지만, 2014년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초창기였으니 시각적 차별화가 가능했다. 그리고, 호스트를 친근하게 소개하고 숙소 주변 관광지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소개 페이지도 한몫했다.

 

 


친근한 인사와 상세한 소개, 따뜻한 느낌의 사진들이 있는 그의 에어비앤비 호스트 페이지

 

 

 

숙박업의 경우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상호작용은 정형화된 플랫폼(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에어비앤비 등)에서 이뤄진다. 이렇게 형식이 고정되고 소비자가 얻는 정보가 한정적인 상황에서는 시각적 어필이 중요하다.

이제 우여곡절은 얼추 다 지났고, 몇 달간 운영한 경험으로 숙박업의 이치를 어렴풋이 알았다. 숙박업은 확실히 잠재력이 큰 업종이다. 지금의 B&B 숙소 수준을 넘어, 이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렇게 그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어찌 보면 무모한 내용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계속 생각을 곱씹었다. 처음 느꼈던 ‘후줄근하다’는 인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집에 돈깨나 있어서 숙박업을 재미로 하는 것도, 여행에 큰 꿈을 품은 것도 아니었다. 철저히 이를 사업 관점으로 접근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감각이 있었다. 돈을 벌 줄 알았다.

 

그를 만난 지 30분, 나는 5천만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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