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하회탈,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04

2019-04-08

Writer 서울달빛게스트하우스 정승호

Editor ONDA 소모라 매니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동대문점(본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329-18
객실타입 : 소형 트윈룸, 소형 더블룸, 일반 트윈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낙산공원, 흥인지문, DDP, 창신동 문구완구시장, 동묘 벼룩시장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DDP점(지점)
주소 : 서울시 중구 장충동 2가 74
객실타입 : 더블룸, 패밀리룸(3인, 4인, 6인)
부대시설 : 공용 거실 및 부엌, 옥상 정원
주변 관광지 : 장충체육관, 남산, 광희문, 청계천 등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SNS
홈페이지 : http://seouldalbit.com
인스타그램 : @seoul_dalbit

 

 

04. 공상하다

– 실제로 돈이 흘러다니는 현장을 목도하다

 

 

Photo by Ryoji Iwata on Unsplash

 

야, 재밌는 일 같이 해보지 않을래?

 

학부 시절 1년 반 동안 동남아시아를 선두로 해 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동아시아 등 전세계를 순회하며 수많은 국가를 여행하고 돌아온 대학 동기.

 

요즘에야 각종 플랫폼 서비스와 모바일의 발달 덕분에 nomad(유목민)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있지만, 2000년대 중반 당시에는 이러한 여행이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다. 일주일 개별 자유 여행을 가려고 해도, 관광지 정보나 숙소를 찾으려면 한참 동안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묻거나 론리플래닛(lonely planet) 등의 여행서적을 뒤적거려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친구가 비범함을 드러낸 곳은 여행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신선하면서도 당돌한 방식이다. 가족 및 친지들에게 여행의 목적을 설명하고 주된 밑천을 구한 것에 더해, 여행 중 실시간으로 여행기를 쓰는 조건으로 출판사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거기다 무려 주변 지인들에게도 펀딩을 받았다!

 

 

당시 친구가 투자를 모집하면서 했던 PT. 기초적인 형태의 크라우드 펀딩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내 친구는 주변 지인을 한 사람씩 찾아다니며 ‘나의 미래와 값진 경험에 투자하라!’는 내용의 PT를 했다. 딱히 금전적 수익도 없고 물질적 리워드라면 여행 후에 출간하는 책 몇 부가 끝인 프로젝트였지만, 그 발상 자체만으로도 이 PT는 지인들 사이에 꽤나 화제가 되었다. 물론 일부는 개인의 여행에 무슨 투자냐, 또 다른 이름의 구걸 아니냐 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반면 좋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 중 하나였고, 당시에 학생으로서는 거금인 10만 원을 쾌척했다. 비록 내 손에 떨어지는 건 없을지라도 친한 친구의 당찬 계획을 응원하는 취지, 그리고 세계 일주를 간접 체험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지금 돌아보면, 이는 기초적인 형태의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이 친구는 그렇게 당돌하면서도 추진력 있는 사람이었고, 그가 세계일주를 끝내고 와서도 나와 가끔 만날 때마다 계속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기에 내 머릿속에 사업을 구상하는 파트너로서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일단 내가 창업하고자 하는 것이 외국인 대상 숙박인데, 그는 1년 반 동안 온 세계를 다니며 수많은 형태의 여행과 숙박을 경험하지 않았겠는가!

 

생각난 김에 바로 ‘재밌는 일 같이 해보지 않을래?’라며 그에게 뜬금없는 연락을 던졌고, 이 연락을 통해 우리는 2015년 5월의 어느 주말, 동대문에서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 짧은 안부를 묻고서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 동대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2~3km 떨어진 숙소까지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온다.

▪ 이곳에는 숙박업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

▪ 나는 특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업, 그중에서도 중저가에다 친근한 분위기인 게스트하우스 혹은 호스텔을 하고 싶다.

 

친구 또한 내 얘기를 듣자 같이 설렜고, 이 일을 함께 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 본인이 세계를 돌면서 실제로 호스텔에서 많이 묵어보기도 했고, 숙박업이 그에겐 숱한 경험을 한 분야였기 때문에 더욱 자신 있어 보였다.

 

일단, 우리가 이왕 동대문에서 만났으니 그 김에 이 엄청난 수요의 정체부터 우리의 두 눈과 귀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무작정 동대문 지역의 숙박 시설을 하나씩 방문하며 직접 조사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먼저 동대문시장과 흥인지문을 중심으로, 그리고 그 주변 반경 1~2km 안에 있는 숙소 6~7개 정도. 우리가 목표로 하는 중저가 숙박업소인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텔, 그리고 그보다 한 티어 높은 레지던스형 숙소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정한 후에는 방문했을 때 딱 원하고 알맞는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 시에 질문할 나름의 스크립트도 짰다.

 

“친구가 OO 국가 사람인데, 다음 주 주말에 한국에 방문하려 한다”
“동대문 근처에서 묵을 곳을 찾고 있는데, 방이 있나”
“이 숙소에는 어떤 타입의 객실이 있고 가격은 얼마인가”
“어느 나라 손님들이 주로 오시나”
“가능하면 방도 한 번 볼 수 있나”

 

이렇게 미리 스크립트를 짜고 숙소를 방문하니 원하는 정보를 조금 더 수월하게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처음 방문한 호스텔에서는 질문을 던질 때 서로 쭈뼛거리며 어색했지만, 다른 숙소 방문을 거듭할수록 능숙해지며 자연스럽게 원하는 데이터를 얻고 가능한 경우에는 객실도 확인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흘러, 우리는 약 7곳의 숙소 답사를 마쳤다.

 

 

외교 갈등으로 인해 2017년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2015년 당시에는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있었다. 2018년에는 다시 부활했다!

 

 

 

그리고,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체감했다.

 

백이면 백, 모든 숙소가 주말에는 방이 없거나 한 두 개 간신히 남아있을 뿐이었다. 단지 객실수가 적은 호스텔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심지어 10개 층에 50객실이 넘는 대형 레지던스 숙소까지 말이다.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레지던스… 숙박업소의 형태와 관계없이, 1박에 4만 원부터 10만 원까지 천차만별인 가격에도 전혀 상관없이, 어느 숙소던 방이 없어서 못 파는 사정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동대문 거리마다 가득한 외국인들이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어, 일본어와 중국어. 그리고 대로에는 단체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전세버스들이 줄지어 즐비하게 서있었다. 실제 숙소에도 자주 오는 고객 국적을 확인해보니 동대문 지역에는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쇼핑을 목적으로 오는 아시아권 관광객이 많이들 온다고 했다.

 

아, 이건 되는 시장이다.

관광 숙박업이 가진 가능성을 직접 눈과 귀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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