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하회탈 -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01

2019-01-05

글 서울달빛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정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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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17년 2월 8일, 아직 영하의 날씨에 몸이 움츠러들었던 날.

하찮은 회사원은 사무실에 일찍 출근했다.

 

평소에도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페이 열정’ 자세를 견지하며, 근면과 성실이 미덕인 우리나라 노동 환경에 소심한 반항을 하고 있던 나였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일찍 출근하고 싶었다. 업무로 부산한 근무시간을 피하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밤새 잠을 설치고 꼭두새벽에 눈이 떠진 탓이 더 컸다. 정시 출근 시간 1시간 전, 이른 시간의 사무실은 적막했다. 무거운 적막을 배경으로 삼아 머릿속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낼까?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 온갖 고민으로 머릿속이 울렁거리는 동안, 하나둘 사람들이 출근했다. 그리고 30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그날 내가 맞닥뜨릴 가장 중요한 상대, 팀장님이 출근했다.

 

“어라, 오늘은 웬일로 일찍 왔네”

 

새삼스러운 인사를 받았다. 맨날 출근 시간 5분 전에 후다닥 들어오던 녀석이 일찍부터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 새삼스러울 만했다.

 

“아 네, 갑작스럽지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어색한 타이밍에 벌떡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띄웠다.

그리고, 하찮은 회사원은 품속에서 辭職書(사직서) 세 글자가 적힌 봉투를 꺼냈다.

 

 

회사를 나가자는 결정은 비교적 일찍 내렸지만 언제 어떻게 말을 꺼낼까, 하는 고민이 사실 더 힘들었다. (Photo By Nik MacMillan on Unsplash)

 

 

품속에서 꺼낸 사표라니, 이런 클리셰가 있나.

회사를 나가자는 결정은 비교적 일찍 내렸지만 언제 어떻게 말을 꺼낼까, 하는 고민이 사실 더 힘들었다.

그동안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했는데, 예를 들자면

 

상황 1: “에라! 이런 회사 그만둔다!”라고 버럭버럭하고 확 짐 싸서 정신 나간 놈처럼 나간다

상황 2: {경} “노비 탈출” {축} 현수막을 제작해 기습적으로 게시한다

상황 3: 회사 전체 구성원에게 ‘저 퇴사해요 ^0^’ 라며 유쾌하게 메일을 뿌린다

 

등등…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들과 여러 상황을 그리며 혼자 시나리오를 썼던 하찮은 회사원이었지만 수 없는 고민 끝에 한 행동은, 품속에서 꺼낸 사직서-클리셰 자체였다. 그러나 그 행동이 지독히 판에 박힌 행동이든 어떻든, 나는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고야 말았다. 그동안 머릿속으로 그린 모든 경우의 수는 그 순간부터 배제되었고 현실은 단 한 가지로 정해졌다.

나는 회사를 탈출한다.

 

 

운명의 날, 하찮은 회사원이 실제로 꺼냈던 ‘사직의 글’ 일부.

 

 

2014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약 3년 2개월 동안의 회사원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3년 2개월 동안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공간이자, 가장 자주 보는 사람들과 지냈던, 그리고 한때에는 내 삶을 온전히 여기서 보내겠노라 생각까지 했던 그곳, 회사.
이 탈출은 그저 잠시 힘들어서, 며칠간 고민하고 내뱉은 우발적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쇼생크 교도소 벽을 숟가락으로 한 줌씩 깎아내듯이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 계획은 2년 전, 2015년 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번듯한 직장에서 안정적인 수입과 함께 은퇴할 때까지 회사와 인생을 함께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나쁜 쪽으로. 청춘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 앞에서 아우성치지만, 막상 직장인이 되어도 회사에 밤낮 주말 없이 삶을 바쳐봤자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근근이 버티다 40대가 되면 자기 자리 하나 지키기도 어려운 서글픈 중년의 삶이 기다린다. 시쳇말로 헬(Hell) 같은 세상이다.

 

세상이 팍팍해질수록 더 안정적인 생활을 찾아 공공기관으로 흘러드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거꾸로 족쇄에 얽매이지 않고 한 번 사는 인생 살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직장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세간에는 퇴사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 출간되고 TV에는 사표를 내는 청춘의 모습이 당당하게 비치고 있다. 사회의 인식 또한 퇴사라는 행동이 그저 ‘더러워서 때려치운다!’는 식의 회피가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위한 탈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2017년 3월, 퇴사와 함께 회사원의 삶을 졸업하고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되었다. 든든한 동업자와 함께 점포는 이제 갓 확장을 시작했고, 직원은 이제 한 손의 손가락을 넘어섰고, 감사한 분들은 두 손으로 꼽기에 모자라고, 통장 잔액은…. 슬픈 쪽으로 노 코멘트.

퇴사 후 자영업을 하는 삶이란 낭만 따위 없이 쌓인 일거리에 치이며 손님과 거래처 상대에 정신없고 다달이 매출과 잔액을 걱정하는 입장이나, 어찌 되었든 족쇄가 풀린 자유 덕에 내 손으로 만드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이제부터 연재하게 될 하회탈-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는 2015년부터 내 사업을 구상하고 열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사업 운영자와 회사원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2017년 퇴사를 결행한 후 풋내기 사장님으로서의 여러 생각도 글로 풀어내려 한다.

회사에 다녔을 때보다 지금이 더 불규칙하고 바쁜 삶이긴 하지만,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내가 했던 것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햄보칼 수 없는 이 시대의 회사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첫째. 그리고 나 스스로 어떻게 사업을 준비하고 어떤 생각으로 선택하고 행동했는지 돌아보며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그다음이다.

 

그럼, 여러분,

하회탈 – 하찮은 회사원의 탈출기, 이제 시작합니다.

 

 

[연재목차]

2019.01 프롤로그
2019.02 눈 뜨다
2019.03 공상하다
2019.04 관찰하다
2019.05 구상하다
2019.06 만남
2019.07 설레다
2019.08 숨 고르기
2019.09 계산
2019.10 헤매다
2019.11 첫삽 뜨기
2019.12 만들어지다
2020.01 그랜드오픈
2020.02 에필로그 – 퇴사 과정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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