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PECIAL : 아티스트가 머무는 공간 06

2019-01-02

06. 딸과 함께 만든 놀이터, 톰 오구마

글 핀즐 전하영 에디터(www.pinzle.net)

먼슬리 아트웍 핀즐
웹사이트 :
www.pinzle.net

핀즐은 국내 유일의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로,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와 작품을 선정하여 세상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삶과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공간을 일구어 가는 많은 분들께 영감을 드리고자 본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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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만으로도 묘한 환상을 갖게 하는 공간이 있다. 때로는 사색에 잠기게 하고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탄생하는 곳. 공방, 아틀리에, 스튜디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곳, 바로 예술가의 공간. 그곳에서라면 왠지 시간도 느리게 흐를 것만 같고 사소한 순간조차 영감이 될 것 같다. 현재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받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파리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톰 오구마(Tom Haugomat)는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그야말로 21세기에 딱 어울리는 아티스트다. 앙사드 앙굴렘 미술학교, 라 푸드리에르와 더불어 프랑스 최고의 예술 학교라 불리는 고블랭에서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를 공부한 후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 중인 그는 인물들의 이목구비가 따로 표현되지 않아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그림체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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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톰 오구마는 여전히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창밖을 향해 고개를 들면 하늘이 눈앞으로 성큼 내려오고, 거실 한쪽의 나무계단 위로는 작지만 아늑한 다락방이 비스듬한 지붕을 따라 나 있는 건물 꼭대기 층. 그곳이 그의 집이었다.

 


 

 

그곳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어린아이의 흔적이 가장 눈에 띄었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의자,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나란히 걸어둔 삐뚤빼뚤 크레파스 그림, 빨간 지붕에 노란 벽이 화사한 장난감 집. 집안 곳곳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 어린 딸의 존재감은 톰 오구마의 일상에서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했다.

 


 

 

펜과 종이만 있으면 행복하다는 그에게 딸과 함께 그림 그리는 시간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에게 이런저런 장난을 치느라 정신없던 두 사람은 하얀 종이 앞에서 이내 진지해졌다. 각종 마커와 펜으로 가득해 보물 상자나 다름없을 필통도 딸 앞에서는 활짝 열려 있었다.

 

어린 딸도 작은 손으로 펜을 집어 들었다. 통통한 뺨과 두 눈에 가득하던 웃음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림 속에 푹 빠져든 모습이 제 아빠를 똑 닮아 있었다. 엽서 크기만한 종이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조금씩 물들어 갔다. 같은 공간에 나란히 앉아서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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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하는 모습마저 닮은 부녀의 모습 맞은편으로는 회백색 벽난로가 보였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인테리어지만 노끈이며 테이프, 장난감, 색색의 종이상자 같은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어 벽난로라기보다는 작은 창고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런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제 용도대로만 사용하는 대신 필요에 따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줄 아는 모습이 진짜 아티스트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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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내밀한 공간인 만큼 그 공간에 사는 사람과 가장 닮아 있는 곳, 집. 지금까지 우리가 작품을 통해 만나 온 톰 오구마는 자신만의 감각적인 스타일을 개척해 나가는 아티스트였다면, 그만의 공간인 집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딸과 함께 즐기는 아빠였다. 그런 점에서 그의 집은 그가 딸과 함께 만들어가는 놀이터이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낭만의 도시 파리, 그 속에 있는 톰 오구마의 집에서 자라난 딸은 훗날 또 어떤 사람이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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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과 영화를 즐기는 시대지만 그림은 여전히 멀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이때 창작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고서 작품을 접한다면,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로만 접할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핀즐은 그런 관점에서 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현재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가 라이프스타일을 취재하고 이를 영상과 매거진으로 기록하며, 선정한 작품을 대형 아트웍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분야라 생각해서 혹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쉽게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술을 더 가까이 선물하고픈 마음까지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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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ve>는 톰 오구마 특유의 화풍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독특하게도 일반적으로 동굴, 하면 떠올리는 ‘바깥에서 들여다본 안쪽의 모습’이 아니라 ‘안쪽에서 내다본 바깥의 풍경’을 다루고 있죠. 어쩌면 그림 속 여행객에게 더 두려운 공간은 컴컴한 동굴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선명하지만 너무 거대하고, 풍경이 계속 울퉁불퉁한 입구에 가려 어떻게 펼쳐져 있을지 짐작할 수조차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삶이라는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만 머무를 수 없는 법이죠. 여행객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요. 여러분은 이 작품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읽어내셨나요?

 

[연재목차]

(도쿄 편)
2018. 08 소박한 가정집, 반나이 타쿠
2018. 09 가장 일본다운 다다미, 마치야마 코타로
2018. 10 거장의 작업실, 키우치 타츠로

(파리 편)
2018. 11 사랑을 담은, 세브린 아수
2018. 12 아늑한 보금자리, 뱅상 마에
2019. 01 딸과 함께 만든 놀이터, 톰 오구마
2019. 02 힙 & 트렌디, 아카트레 스튜디오

(베를린 편)
2019. 03 영감의 원천 베타니엔 미술관, 미켈라 피키
2019. 04 담배연기 자욱한, 기욤 카시마
2019. 05 베를린예술대학교, 카르멘 레이나
2019. 06 조형과 여백, 클레멘스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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