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PECIAL : 아티스트가 머무는 공간 02

2018-09-02

02. 가장 일본다운 다다미, 마치야마 코타로

글 핀즐 전하영 에디터(www.pinzle.net)

먼슬리 아트웍 핀즐
웹사이트 :
www.pinzle.net

핀즐은 국내 유일의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로,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와 작품을 선정하여 세상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삶과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공간을 일구어 가는 많은 분들께 영감을 드리고자 본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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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만으로도 묘한 환상을 갖게 하는 공간이 있다. 때로는 사색에 잠기게 하고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탄생하는 곳. 공방, 아틀리에, 스튜디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곳,

바로 예술가의 공간. 그곳에서라면 왠지 시간도 느리게 흐를 것만 같고 사소한 순간조차 영감이 될 것 같다.

현재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받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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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기쁨이와 슬픔이가 빙봉을 따라 제한구역에 들어섰다가 점점 오묘한 형체로 변해가던 장면. 통통하고 부드럽던 피부가 각지고 딱딱해지더니 이내 평평한 점과 선으로 바뀌어버린 바로 그 장면 말이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마치야마 코타로의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또다시 그 장면이 떠오른다. 화려한 색감의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그의 세계에는 형태도 원근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도 마찬가지다. 작품에 대해 질문하는 감상자에게 그는 오히려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묻는다. 작가의 해석에 의존하기보다는 저마다의 관점으로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다소 모호하고 불친절해 보이지만 동시에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는 말랑한 여유. 그의 세계에는 딱딱한 틀 대신 그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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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한 시부야에서 전철로 십 분쯤 달리면 좁다란 도로 위로 나무 그늘이 길게 늘어지고 그 옆으로 개울이 흐르는 고요한 동네가 나온다. 외지인이 드문 타운하우스 동네를 꼭 닮은 세타가야, 바로 마치야마 코타로가 머무는 곳이다. 큼직한 강아지가 햇살 아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집들을 지나 그의 공간으로 향한다. 마침내 마주한 마치야마의 얼굴에는 반가움과 수줍음이 반씩 섞은 물감처럼 퍼져 있었다.

 

그의 공간은 넓지는 않지만, 다다미가 깨끗하게 깔려 있었다. 그곳에 앉는 대신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마치야마를 보며, 작품을 설명하기보다는 감상자들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아티스트의 자세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집안 곳곳에 대형 유화 작품이 세워져 있었다. 모니터 너머로는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한참 동안 그 앞에 서서 멍하니 들여다보았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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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야마 코타로는 유화와 일러스트를 병행하는 흔치 않은 아티스트다. 그의 작업실에선 상반된 종류의 도구들이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한쪽에는 초등학교 시절 미술 수업을 떠올리게 하는 붓이며 물감들이, 또 한쪽에는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한 전자기기들이. 붓의 물기를 닦기 위해 놓아둔 수건 위로 색색의 얼룩이 꽃처럼 알록달록하게 피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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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서로 다른 느낌을 풍기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화려한 색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유화와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드로잉. 한쪽 벽에는 물감이 색깔별로 갖춰져 있었다. 좋은 색은 좋은 물감에서부터 나온다고 믿는 마치야마 코타로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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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에 들어온 건 선반이었다. 어디서 방금 잘라오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로 느껴지는 나뭇결이 독특하긴 했지만 한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어렸을 적 그의 집 앞에는 그네를 매달아 두고 놀던 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그 나무가 썩어 베어내게 되자 부모님이 쓸 만한 부분을 따로 남겨두었고, 그의 유년 시절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무는 훗날 선반이 되어 공간 한쪽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마치야마 코타로의 공간은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취향과 영감을 주는 것들, 그리고 소중한 추억들로 이루어진 장소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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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과 영화를 즐기는 시대지만 그림은 여전히 멀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이때 창작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고서 작품을 접한다면,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로만 접할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핀즐은 그런 관점에서 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현재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가 라이프스타일을 취재하고 이를 영상과 매거진으로 기록하며, 선정한 작품을 대형 아트웍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분야라 생각해서 혹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쉽게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술을 더 가까이 선물하고픈 마음까지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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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야마 코타로의 <Empty>는 두 번째로 소개한 작품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색깔을 스케치북 뜯어내듯 과감하게 지워낸 여백이 돋보이는데요. 원래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하며 바라보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도 듭니다. 나라면 이 여백을 어떻게 채울까? 비움의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채움의 기술 아닐까요. 여러분이라면 이 공간을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채워보시겠어요?

 

 

[연재목차]

(도쿄 편)
2018. 08 소박한 가정집, 반나이 타쿠
2018. 09 가장 일본다운 다다미, 마치야마 코타로
2018. 10 거장의 작업실, 키우치 타츠로

(파리 편)
2018. 11 사랑을 담은, 세브린 아수
2018. 12 아늑한 보금자리, 뱅상 마에
2019. 01 힙 & 트렌디, 아카트레 스튜디오
2019. 02 딸과 함께 만든 놀이터, 톰 오구마

(베를린 편)
2019. 03 영감의 원천 베타니엔 미술관, 미켈라 피키
2019. 04 담배연기 자욱한, 기욤 카시마
2019. 05 베를린예술대학교, 카르멘 레이나
2019. 06 조형과 여백, 클레멘스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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