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PECIAL : 아티스트가 머무는 공간 01

2018-08-01

01. 소박한 가정집, 반나이 타쿠

글 핀즐 전하영 에디터(www.pinzle.net)

먼슬리 아트웍 핀즐
웹사이트 :
www.pinzle.net

핀즐은 국내 유일의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로,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와 작품을 선정하여 세상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삶과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공간을 일구어 가는 많은 분들께 영감을 드리고자 본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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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만으로도 묘한 환상을 갖게 하는 공간이 있다. 때로는 사색에 잠기게 하고 때로는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탄생하는 곳. 공방, 아틀리에, 스튜디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곳,

바로 예술가의 공간. 그곳에서라면 왠지 시간도 느리게 흐를 것만 같고 사소한 순간조차 영감이 될 것 같다.

 

현재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받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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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반나이 타쿠

 

도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반나이 타쿠는 화폭 위에 일상을 기록한다. 원래 상업광고의 콘티 작가였으나 작가보다 클라이언트의 판단이 제일 먼저 되는 것이 싫었던 그는 과감하게 그곳을 떠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의 세상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천천히 바닷가를 산책하고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는 소소한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간결한 선이 종종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따스한 색감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위안이 된다.

 

반나이 타쿠의 그림을 볼 때마다 떠올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코끝을 오래도록 맴도는 은은한 향기를. 그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길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도쿄 외곽의 도로는 마을버스만 간간이 지나다닐 뿐 한적했고 마을의 나무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심상하게 흔들렸다. 어쩐지 그림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이런 곳에 있다면 작업실 역시 그의 작품과 똑 닮아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 편안한 곳, 그것이 그의 공간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먼지가 타지 않게 헝겊을 덮어둔 텔레비전과 피아노, 서랍장이 눈에 띄었다. 창가의 화분에서는 식물들이 초록빛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의 집 창 밖으로 보이는 작은 화분들

소박한 촉감이 연상되는 서랍장과 헝겊들

좁은 작업실 한 켠을 차지한 진열장

 

오래된 물건을 볼 때면 마음이 울렁이곤 한다. 그 물건에 그만큼의 시간과 추억이 쌓여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실 한쪽에도 그런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사진기와 캠핑 도구들, 그리고 친구들의 작품들. 두 대의 사진기는 모양도 색깔도 비슷하지만, 제각기 다른 풍경을 담았을 것이다. 그가 렌즈 너머로 본 건 무엇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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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취미를 보여주는 오래된 사진기들

 

 

여러 가지 오브제로 채워진 한쪽 벽면은 유독 낯이 익었다. 나뭇잎 그림자가 어른어른 새겨진 집 그림이며 노란 서프보드가 파도를 가르는 조각품이 똑같은 풍경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다. 꼭 그림 속 풍경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고 생각하다 이내 순서를 바꾼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그림에 담아냈을 뿐이었다.

소품 하나하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세월을 담은 작은 액자

여행 기념으로 사온 장식품. 그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하나의 공간은 때로 하나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다. 반나이 타쿠의 작업실은 그의 일터인 동시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보금자리였다. 신발장 속 크고 작은 신발들이며 벽에 걸린 가방에서 아내와 두 아이의 존재감이 스며 나왔다.

오랜 친구 같은 부부의 모습

구깃구깃한 질감의 아트워크. 마치 막 세탁기에서 나온 듯하다.

같은 공간이라도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또 다른 곳처럼 느껴지듯, 집으로서의 공간은 작업실이라고 부를 때보다 따스한 느낌을 풍겼다.

 

깨끗하고 소박한 가족의 삶이 묻어난다.

반나이 타쿠의 책상

 

 

또 다른 가족, 고양이. 무기라는 이름의 이 노랗고 보드라운 녀석은 의자 밑과 탁자 위를 마음대로 누비고 다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반나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동그랗고 말간 눈을 마주치면 금세 무장 해제되는 기분이었다.

 

집안 곳곳을 채운 현대적인 일러스트들 가운데 정갈한 일본화 한 점이 눈에 띄었다. 그의 외할아버지의 작품이었다.

외할아버지 역시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반나이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었던 건 어쩌면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자식은 부모의 어깨에서 자란다.’는 말을 슬쩍 바꾸어 ‘예술가로서의 반나이 타쿠는 외할아버지의 어깨에서 자랐다’고 혼자 되뇌어 본다.

거실의 탁자는 무기의 놀이터이다.

외할아버지의 작품

 

 

모든 일상이 특별하고 특별함이 일상을 이룬다고 생각한다는 반나이 타쿠.

‘일상’으로 치부되는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에서, 그의 작품이나 공간이 차분하고 소박하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막연한 환상을 품게 하던 ‘예술가의 공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예쁘게 꾸며진 오브제가 아니라는 걸 배웠다. 그곳 역시 일상의 한 조각이자 삶의 현장이었으며 그 자체로 예술가의 분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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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이 타쿠의 대표작, ‘블루 스카이’

 

 

 

누구나 책과 영화를 즐기는 시대지만 그림은 여전히 멀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이때 창작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고서 작품을 접한다면,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로만 접할 때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핀즐은 그런 관점에서 매월 한 명의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현재 글로벌 아트씬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를 직접 찾아가 라이프스타일을 취재하고 이를 영상과 매거진으로 기록하며, 선정한 작품을 대형 아트웍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분야라 생각해서 혹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쉽게 즐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술을 더 가까이 선물하고픈 마음까지 담았습니다.

 

반나이 타쿠의 <블루 스카이>는 첫 번째로 소개한 작품입니다. 탁 트인 푸른 하늘과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림 밖에서는 들리지 않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요? 쉴 틈 없이 바쁜 세상, 잠시 멈춰 서서 <블루 스카이>가 어떤 말을 걸어오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재목차]

(도쿄 편)
2018. 08 소박한 가정집, 반나이 타쿠
2018. 09 가장 일본다운 다다미, 마치야마 코타로
2018. 10 거장의 작업실, 키우치 타츠로

(파리 편)
2018. 11 사랑을 담은, 세브린 아수
2018. 12 아늑한 보금자리, 뱅상 마에
2019. 01 힙 & 트렌디, 아카트레 스튜디오
2019. 02 딸과 함께 만든 놀이터, 톰 오구마

(베를린 편)
2019. 03 영감의 원천 베타니엔 미술관, 미켈라 피키
2019. 04 담배연기 자욱한, 기욤 카시마
2019. 05 베를린예술대학교, 카르멘 레이나
2019. 06 조형과 여백, 클레멘스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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