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SAY : 세계여행 중 만난 숙소

2017-11-01
글 사진 , 정민

아직 철이 덜든 30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와 1년 2개월간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비싼 시간과 비용을 치르고서야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금은 일상을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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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숙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그저 몸만 뉘여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배낭여행자부터, 숙소가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주장하는 허니무너까지 여행의 목적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숙소는 다양한 의미로 여행자에게 다가온다. 나는 아내와 함께 1년 2개월간 긴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 말인 즉 매일 고민하며 426일 밤을 보낼 숙소를 정하고 세계 이곳저곳의 숙소에 머물러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빠듯한 예산의 장기 배낭여행이라서 늘 저렴한 숙소를 찾아다녔기에 다양한 클래스의 숙소를 경험해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예산 배낭 여행자들의 숙소에 대한 목소리는 충분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들에게 게스트 하우스는 휴식처이자 놀이터이며, 사색의 공간이면서 사교의 장이고 스쳐 지나가는 곳이면서 동시에 영원히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숙소는 단순히 여행지를 즐기기 위해 짐을 풀고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었다. 여행자에게 숙소 역시 여행지를 대표하는 공간이기에 숙소의 만족도가 여행지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리 모든 사람이 극찬을 하는 아름다운 여행지라도 숙소 체크인 과정부터 삐걱거리고 잠자리 환경이 열악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의 불편함이 느껴졌고,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른 소박한 마을이라도 아늑한 숙소에 묵게 될 때면 평범한 골목길마저도 한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 그랬기에 기대되는 여행지를 가기 전에는 숙소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실망감이 생기지 않도록 숙소 선정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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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고르기 같은 숙소 예약

비록 잠깐 빌려 쓰는 방 한 칸에 불과할지라도 생활 여행자에게는 그날만큼은 나의 집이기에 숙소 선정은 항상 신중했고 여행 내내 최고의 고민거리였다. 숙소를 고를 때면 크게 가격, 위치, 청결도, 친절도, 시설 등을 고려하는데, 사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숙박비가 비쌀수록 위치가 좋고 시설도 훌륭하며 심지어 친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장기 여행자에게 여행 경비를 아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숙박비 절약이었기에 숙소 검색은 항상 최저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저렴하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숙박 선정 요인의 일부(또는 전부)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테면 위치가 좋으면 시설이 열악하거나, 깨끗하고 친절하면 도시 외곽에 있다거나 대충 이런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그것을 지키면서 다른 요소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유로 합리화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 숙소 선정의 핵심이었다.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그것. 나에게는 접근성이었고, 아내에게는 청결도였다. 고로 우리 부부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위치가 좋고 깨끗한 곳이어야 했는데, 앞서 말했듯이 저렴하면서 완벽한 곳은 없다. 그랬기에 숙소 선정을 할 때면 항상 위치는 좋지만 허름한 숙소와 깨끗하지만 외곽에 있는 숙소 간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숙소 선정의 더 중요한 문제는 사실 따로 있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 아무리 숙소 사진과 평점, 이용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고른 숙소라 하더라도 막상 도착해보면 실망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숙소 사진의 경우는 애당초 크게 신뢰를 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여행자들이 직접 남긴 후기를 통해 맹인모상 하듯이 숙소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봤지만 이 또한 실패 확률이 높았다. 청결도, 친절도의 기준은 너무도 주관적이었고, 그나마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위치에 대한 평가 역시 체력이 좋은 서양 여행자의 ‘걸어서 10분 거리’가 나에게는 ‘고통스러운 언덕길 30분 헤매기’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작성자 정보를 보고 동양인 30대 이상 커플 여행자의 후기를 참고하려고 노력했고, 20대 남성 서양 여행자의 코멘트는 믿고 거르는 후기였다. (그들은 어찌나 긍정적인지 여자 여행자들과 맥주만 있다면 어떤 숙소라도 대체로 만족했다.) 사실 여행 후기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숙소를 찾아다니면서 고르면 가장 좋겠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아 헤매는 일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성수기를 맞이한 여행지에 예약 없이 숙소를 찾아다니다가는 길에서 자거나 다시 버스를 타고 인근 도시로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성수기라면 당연히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하지만, 숙소마다 잔여 객실이 어느 정도 있는 상황이라면 미리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숙소 후보를 3~4곳 선정해 놓고 직접 방문해보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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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여행자들의 숙소

우리나라 사회의 특성 때문인지 짧은 일정으로 알차게 명소를 돌아보는 여행이 보편화되어 있다 보니 블로그나 여행 커뮤니티에 주로 추천되는 숙소는 명소와 가까운 위치에 깨끗하고 조용한 개인실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장기 여행자에게는 넘쳐나는 것은 시간이오, 아쉬운 것은 돈이기에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저렴한 여행자 숙소에서는 여행 경비 절감을 위해 모여든 장기 여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여행자들 간의 정보 공유가 활발한 일본, 이스라엘 여행자들이 많은 숙소는 그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런 숙소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공동 주방이 있기 마련이고, 서로 여행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로비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이런 숙소들을 보통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백패커스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설령 호텔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더라도 배낭 여행자 숙소로 통칭된다. 깔끔한 로비와 화장실이 딸린 방에 새하얀 시트의 더블 침대가 떠오르는 호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여행자 숙소는 입구에서부터 시끌벅적하다.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항상 정신없이 분주한 리셉션 데스크, 온갖 정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지저분한 게시판, 로비에 있는 푹 꺼진 소파 위에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누워 책을 보는 여행자가 있고 최신 팝이 들린다면 여행자 숙소를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직원의 알려준 방으로 들어가면 이층 침대들과 짐 보관을 위한 캐비닛이 빼곡히 자리 잡은 사이로 배낭과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으며, 공동욕실에는 얼룩덜룩하게 때가 묻은 샤워 커튼 너머로 누군가 버리고 간 샴푸가 보인다. 공동 주방에는 코팅이 다 벗겨진 프라이팬과 찌그러진 알루미늄 냄비로 열심히 파스타를 만들고 있는 여행자가 보이고, 그의 옆에 있는 냉장고를 열면 이름이 적혀있는 비닐봉지에 담긴 식재료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이런 여행자 숙소에서는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불문하고 누구나 여행이라는 공감대로 친구가 될 수 있다. 여럿이서 같이 사용하는 다인실의 침대 맡에서, 공용 주방의 싱크대에서, 로비의 소파에서 낯선이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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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 같았던 숙소

여행자들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여행자 숙소를 떠올리면 페루의 쿠스코에서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가 떠오른다. 20대 대학생인 나탈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쿠스코 구시가지가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언덕 위에 있는 3층 집이었다. 그 중의 1층을 나탈리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여느 호스텔처럼 리셉션이 있는 로비와 공동주방, 게스트룸이 분리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관에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놓고 매끈한 나무바닥을 맨발로 느끼며 들어서면 기억자 모양의 소파가 놓인 거실에 모여 앉아 깔깔거리고 있는 게스트들 틈에서 나탈리가 손을 흔들며 반긴다. 소파 뒤쪽의 커다란 식탁을 지나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이 있고, 집을 가로지르는 짧은 복도를 두고 좌우로 게스트룸이 있다. 기껏해야 10명 남짓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호스텔이었기에 게스트들은 방에 머물기보다는 늘 거실에 모여 수다를 떨거나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마치 어릴적 친구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분위기의 호스텔에서는 국적과 나이를 넘어 금세 모두 친구가 되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도 금세 오랜 친구인 것처럼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호스티스 나탈리의 역할이 컸었다. 대게의 숙소 주인들은 만남과 헤어짐이 익숙해서인지 게스트와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탈리는 마치 자신도 게스트인 것처럼 여행자들 사이에 어울리며 마음을 열었고 여행자들은 그 모습에 편안함을 느꼈다. 아침식사 후에 각자 외출 준비를 할 동안 나탈리는 집안 청소를 하고, 정리가 마무리되면 다 같이 쿠스코 시내로 나섰다. 쿠스코에 오랜 기간 살았던 나탈리의 안내로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는 시골 장터와 로컬 식당을 다니기도 하고 함께 피어싱이나 타투를 하러 가는 여행자도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같이 장을 봐서 저녁 식사 시간에는 여행자마다 각자의 나라 음식을 만들어 나누고 함께 술을 마시면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우리 부부가 만든 불고기와 파전은 항상 인기 만점이었고, 병뚜껑 멀리 보내기 복불복 게임은 모두를 긴장시키는 설거지 내기가 되었다. 이렇게 작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숙소에 머물 때면 낯선 여행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랫동안 살던 동네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페루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인 쿠스코에는 큰 규모의 시설 좋은 숙소도 있고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한인 숙소도 있다. 그러나 비록 언덕 위에 있어서 숨을 헐떡이며 가야 하는 위치이고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던 낡은 건물이었지만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갔었던 듯한 기분이 드는 그곳을 잊을 수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닌 친구로서 마음 열어준 나탈리와 헤어지던 날, 주적주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택시를 사라질 때까지 우리를 향해 눈시울을 붉히며 손을 흔들어 주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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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away from home

여행이 끝난 후에도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 숙소는 어떤 숙소일까? 쿠스코의 게스트하우스처럼 친구의 집처럼 분위기가 좋았던 곳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더 기억에 남았던 곳은 부모님이 계신 고향집 같은 느낌의 숙소였다. 돈 내고 자는 곳을 어찌 감히 부모님 댁에 비유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스리랑카 엘라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정말 시골집의 분위기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스리랑카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여행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대형 호텔 체인이나 고급 숙박업소보다 홈스테이 형태의 작은 숙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런 홈스테이 숙소는 과거 우리나라의 민박 같은 분위기로 대가족이 살던 집에서 출가한 자식들의 방을 여행자를 위해 내어주고 경우가 많다. (지금쯤이면 에어비엔비로 올라올 듯) 집의 규모에 따라 방이 여러 개인 경우도 있지만, 스리랑카 엘라에서 머물렀던 집은 사랑채 한 칸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빨랫줄이 늘어져 있는 넓은 마당을 둔 노란색 단층 주택에는 은행에서 35년 동안 근무하시고 정년 퇴임하신 할아버지와 경찰 행정 업무를 하시다가 지금은 쉬고 계신 할머니가 살고 계셨다. 큰 아들 역시 마을 근처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고, 수도인 콜롬보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막내 아들이 숙박 예약 사이트를 관리해주고 있었다. 노부부를 닮은 단정한 노란색 집의 입구에는 두 분이 앉아서 차를 즐겨 마시는 테라스와 대표적인 불교 국가답게 불상을 모신 기도실이 있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거실과 식탁이 있어서 숙소라는 느낌보다는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에 더 가까워 보였다.

 

사실은 그냥 저렴한 숙소를 찾던 중에 생긴 지 얼마되지 않아서 이용자 후기조차 없는 홈스테이를 발견했고, 아직 손님이 많이 다녀가지 않은 숙소라면 친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했었던 곳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에서 내려 커다란 배낭을 앞 뒤로 메고서 숙소에 도착했을 때, 노부부는 정원 테라스에서 일어나 마당으로 나오시며 마치 오랫동안 객지에 나가 있던 가족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이전에 어떤 숙소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한 환영과 차 대접을 받으면서 즉흥적으로 예약한 기간보다 더 머물고 싶다고 말을 했고,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마을에서 일주일간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탁에 나란히 앉아 같이 식사를 하고 해가 높아지면 함께 빨래를 널며 수다를 떨고, 비가 내리는 나른한 오후에는 테라스에서 차를 나누면서 잠시나마 집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동네의 유명하다는 사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할머니께서 소개해주신 동네 꼬마의 길안내로 가벼운 등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렇게 여행 중에 잠시 시골집에 온 듯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타지에 있는 아들과 시집 간 딸과 손자들이 모두 모여 집이 북적이게 되었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명절이라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온 가족이 모인 것이었고 손님이었던 우리 부부도 덩달아 명절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스리랑카 사람들의 명절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이방인인 우리와 늘 웃으면서 일상을 함께 나누려고 하시는 모습에서 우리를 잠시나마 가족으로 받아주겠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머무는 내내 마치 고향집에 온 기분이 들었다. 떠나는 날, 아침 일찍 기차를 타러 나서는 우리 손을 꼭 잡고 불상 앞에서 기도를 해주시며 혹시나 가는 길에 배가 고플까 봐 도시락까지 싸서 쥐어주시는 모습에 하마터면 메고 있던 배낭을 다시 내려놓을 뻔했다. 비록 깨끗한 욕실, 포근한 침구가 아니더라도, 널찍한 방과 전망 좋은 테라스가 없더라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배려를 느낄 수 있었던 그 곳이 오랫동안 기억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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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이 꿈꾸는 숙소

친구의 집 같은 로비와 고향집 같은 게스트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이 꿈꾸는 여행자 숙소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상 속의 게스트하우스에는 자신이 여행 중에 바라 왔던 숙소의 모든 모습들이 투영되리라. 친절한 리셉션, 깨끗한 공용 공간, 모든 게스트들이 친구가 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자유로운 영혼 들의 틈에서 늘 여행하고 있는 듯 설레는 일상.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숙소는 존재하기 쉽지 않다. 늦은 시간에도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드는 일행들, 궁색한 배낭 여행자들의 소지품을 훔치는 절도범, 돈을 지불한 손님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지저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세상 어느 곳이나 몇몇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로 인해 호스트는 여행자의 친구라는 역할보다는 인색한 숙박업소 주인이 되고, 밝고 자유분방한 여행자 숙소는 엄격한 규칙으로 운영되는 인간미 없는 숙박업소로 전락하게 된다. 여행자 숙소는 단순히 잠을 자고 쉬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여행자들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는 공간이라는 인식과 여행지 조사에 앞서 여행자가 지켜야 할 매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행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숙소는 최신 시설이 아니라 게스트들의 성숙한 여행 문화와 그곳만의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호스트의 노력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좋은 숙소에서 매너 있는 사람들과 머무는 경험은 여행자에게 훌륭한 잠자리 이상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주거 공간에 대한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 자체가 일상처럼 느껴지다 보니 숙소의 만족도가 삶의 질을 좌우하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와서 여행했던 때를 멍하니 떠올리면 아름다운 경치와 놀라운 문화유산보다 만족스러웠던 숙소가 먼저 생각나는 곳이 있다. 그럴 때면 ‘음. 그때 거기서 좀 잘 살았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내 여행을 풍족하게 해주어 여행지의 아름다운 기억을 잘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준 그 숙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여행자가 꿈꾸는 숙소는 좋은 위치와 최신 시설이 아니라 마음이 쉴 수 있는 곳, 머무는 사람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언젠가는 나도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그런 여행자 숙소를 운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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