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를 보러 파리로 떠나는 20대,
은퇴 후 시간과 자금 여유가 생긴 50대의 장기 여행,
그리고 경제 성장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
트립닷컴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3E(Event+Travel, Elderly, Emerging Markets)' 전략이 주목하는 세 가지 트렌드입니다.
지난 5월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Envision.2025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트립닷컴 그룹은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사업 확장 계획과 함께 약 1억 달러(한화 약 1,350억 원) 규모의 '여행 혁신 펀드(Travel Innovation Fund)' 출범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물론 AI 전략도요!
트립닷컴이 제시한 '3E' 전략의 첫 번째 축은 Event+Travel입니다. 젊은 세대들이 콘서트, 쇼, 스포츠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 일정에 맞춰 여행을 계획한다는 트렌드에 주목한 것인데요.
최근 글로벌 여행 시장에서 이른바 '덕질 여행'이나 '이벤트 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어요. 단순히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페스티벌 등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죠. 특히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문화 활동 욕구가 폭발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트립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이러한 이벤트 상품을 전 세계적으로 약 1,000개 이상 판매했고, 단순히 이벤트 티켓뿐만 아니라 항공권, 숙소, 어트랙션 등의 교차 판매도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여행 상품과 달리 높은 충성도와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품군이라는 점에서 OTA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어요.
실제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나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UEFA 유로 2024 같은 대형 이벤트 기간에는 해당 도시의 숙박료가 평소의 3~5배까지 치솟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런 프리미엄을 감수하고서라도 여행을 떠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트립닷컴의 분석이에요.
두 번째 Elderly 부문은 조기 은퇴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들의 구매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전략입니다. 이는 글로벌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여행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니어 시장을 겨냥한 것이에요.
모니카 샤오(Monica Xiao) 숙박 부문 CEO는 "아태지역 여행객 중 가족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며 "가족 여행객들은 숙박과 더불어 애프터눈 티, 식사 등 F&B와 스파, 스포츠 프로그램 등 부대시설 이용률이 높은 편으로, 다른 여행객들에 비해 평균 지출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니어 여행객들의 여행 패턴이 기존 젊은 층과 크게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편의성과 서비스 품질을 중시하며, 비수기에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어 호텔이나 항공사 입장에서는 매출 평준화에 기여하는 고마운 고객층이에요. 또한 한 번의 여행에서 더 오래 머무르고 더 많은 액티비티를 즐기는 경향이 있어 객단가 상승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합니다.
한 펭(Han Feng)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트립닷컴은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진행했다"며 구체적인 성과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일례로 호주관광청과 함께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영국, 미국, 한국, 태국, 호주, 일본 등 9개 국가에서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캠페인 노출 수는 1억 5,000만 건, 호주 여행 예약률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어요.
세 번째는 Emerging Markets 전략으로,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경제 발전 속도가 빠른 신흥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트립닷컴이 발표한 1억 달러 규모의 '여행 혁신 펀드'는 두 가지 주요 분야에 투자됩니다. '목적지 경험 혁신' 부문에서는 디지털 축제, 다이닝 경험과 몰입형 이벤트 등 새로운 형태의 여행 콘텐츠를 개발해 덜 알려진 목적지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문화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에요.
또한 새롭게 신설되는 '관광 혁신상(Tourism Innovation Awards)'을 통해 지속가능성, 기술, 문화유산, 자연 경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개인과 조직에 총 약 140만 달러 상당(약 16억 원)의 상금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제임스 량(James Liang) 트립닷컴 공동 창립자 겸 회장은 "과거의 여행은 소비였다면, 이제는 참여와 환원이다"라며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 독특한 경험을 위한 혁신이 여행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립닷컴 측이 공개한 성과 지표들을 살펴보면, 트립닷컴 그룹은 지난해 거래액 1,70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비자 정책 완화로 인바운드 부문의 성장률은 세자릿수를 나타냈고요.
메가 세일을 통해 호텔 파트너사들에게 돌아간 수익은 1억 3,600만 달러에 달했고, 트립 플러스(Trip Plus) 로열티 프로그램에 참여한 호텔들의 예약 전환율은 40% 이상 상승했다고 집계했다고 밝혔습니다.
AI 기술 투자 부문에서 모니카 샤오 숙박 부문 CEO는 "AI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소비자가 구체적으로 원하는 조건에 맞는 숙소를 현지어로 추천해 주면서 숙박시설 파트너사들의 판매 효율성을 높이고, 교차 판매 증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최근 에어비앤비가 발표한 전략과는 대조적인 행보입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많은 사람이 대부분 '미래에 AI가 무엇을 할까'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AI가 못하는 게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한다"며 "AI가 여행지에서 마사지를 해주거나 식사를 준비해 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요. 그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와 체험의 세계가 크게 열릴 것"이라며 인간 중심의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트립닷컴의 AI 중심 전략과 에어비앤비의 '인간다움' 강조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억 달러 규모의 혁신 펀드를 통해 기술 혁신에 베팅하는 트립닷컴과, "AI는 하나의 기술일 뿐"이라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 확장에 주력하는 에어비앤비의 대조적인 행보가 향후 여행 산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