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2015년 어머니와 묵은 유후인 료칸은 교통이 불편하고 다다미방에 요를 깔아야 했지만 빈방이 없었다. 료칸이 판 것은 방이 아니라 카이세키와 온천이 어우러진 하루의 경험이었다.
  • 2025년 방한 외국인은 1,894만 명으로 역대 최고지만 재방문율은 56.6%로 코로나 이전(58.3%)을 되찾지 못했다. 방한객이 가장 많이 한 활동은 식도락인데 한식은 아직 흩어진 개별 체험으로 남아 있다.
  • 지방 숙소가 한식과 지역 이야기를 하룻밤 상품으로 묶고 외국어 안내·카드 결제·영문 예약을 갖추면 다시 오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5년 여름이었다. 필자가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의 경영권을 옐로모바일에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수년간 "사업하는 바쁜 아들"이라는 핑계로 미뤄 둔 효도 여행이자 나에게 주는 짧은 휴식이었다.

어머니는 여행을 즐기시는 편은 아니지만 일식을 좋아하시고 관광보다 휴양을 좋아하셔서 일본 료칸을 택했다. 멀미를 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해 비행시간이 짧은 곳을 고르다 보니 목적지는 유후인의 한 료칸이 됐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아버지가 작고하신 뒤 처음 가는 가족여행이어서 큰맘 먹고 한 여행사를 통해 예약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한국어로 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가이드를 따라 낡은 소형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짐작되는 나이만큼이나 승차감이 좋지 않았다. 태백산맥 어딘가의 산장에 갈 때나 지나갈 법한 굽잇길을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인적 드문 산자락에서 우리를 맞은 것은 다소 낡았지만 관리가 잘된 전통 료칸과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었다. 일본인 특유의 조금 과장되지만 친절한 환영을 받으며 녹차를 마시고 멀미하신 어머니를 챙기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객실로 향하고 있었다.

방은 요를 꺼내 펴야 잘 수 있는 다다미방이었다. 아뿔싸. 침대가 아니면 잘 못 주무시는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효도 여행인데, 이 정도 값을 치른 숙소에서 침대 대신 요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불편한 교통에 생각보다 허름한 시설, 거기다 직접 요를 깔고 자야 하는 다다미방까지. 그때까지는 도대체 왜 이 값을 치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 이상한 건 그 료칸에 빈 객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이 기꺼이 이 값을 내고 료칸에 머문다는 뜻 아닌가.

그런데 이틀을 머무는 사이 조금씩 그 가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설 곳곳에는 외국인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언어로 된 표지판과 설명이 붙어 있었고, 오가며 만나는 직원들은 일본식 친절의 완성형을 보여 주는 듯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카이세키(会席, 코스로 나오는 일본 전통 정찬)를 객실로 직접 내오는 방식이었다. 나카이(仲居, 객실 담당 접객원)가 요리를 하나씩 방으로 들여왔고 우리가 먹는 사이 어느새 이불을 펴 두고 나갔다. 그걸 발견한 뒤 멀미로 지쳐 있던 어머니의 안색이 환해 보였던 건 몇 대째 이어 온 온천물 덕분만은 아니었으리라.

별것 아닌데 상품이 된다

유후인은 인구 1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온천 마을이다. 유후시(由布市) 관광동태조사에 따르면 유후인이 속한 유후시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24년 144만 명(연인원)으로 전년보다 40% 늘며 최고치를 새로 썼다[1]. 주민 500명 남짓이 사는 산속 합장마을 시라카와고는 시라카와촌 집계로 2024년 방문객 208만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1만 명이 외국인이었다[2]. 두 곳의 인기가 특별한 자원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시라카와고의 초가집들은 하회마을이나 낙안읍성보다 규모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상품이 된 이유가 있다. 왜 여기까지 와야 하는지 설명해 주는 이야기가 있었고, 외국인이 그 이야기를 읽고 먹고 자며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와 편의가 곳곳에 깔려 있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26년 방한객을 사상 최대인 2,200만 명으로 전망했다[3]. 그런데 프랑스는 이미 2024년에 외국인 관광객 1억 명을 받아 관광 수입 710억 유로를 올렸고[4] 스페인도 통계청(INE) 집계로 9,380만 명을 받아 1년 전보다 10.1% 늘었다[5]. 연 1억 명이 찾는 관광대국 프랑스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으리라. 우리보다 앞서 관광대국의 문턱을 넘은 나라들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넘게 이야기를 다듬어 왔다.

카이세키가 아닌 한식

한국은 지금 명실공히 문화 선진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로 시작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이제 콘텐츠를 넘어 의식주의 축인 패션과 음식, 그리고 한글과 한국어까지 넓어졌다.

그중에서도 한식 열풍은 가히 놀랍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에서 방한객이 한국 여행을 고려하며 가장 많이 꼽은 활동은 식도락 관광(61.7%)이었고 실제로 가장 많이 한 활동도 식도락(81.6%)이었다[6]. 한식진흥원과 농림축산식품부가 해외 22개 도시 소비자 1만 1천 명을 조사한 '2025 한식 해외 소비자 조사'에서도 한식을 먹어 본 사람의 만족도는 94.2%였고 다시 먹겠다는 응답은 80.6%로 처음 80%를 넘었다[7].

그러나 지금 우리 관광에서 한식은 흩어진 개별 체험으로 남아 있다. 편의점의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을지로 노포의 치맥, 청담동의 양념갈비가 각자의 자리에 놓여 있을 뿐이다.

이것들이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면 어떨까.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낚싯배를 타고 우럭을 낚아 직접 떠 주는 회를 맛보고, 양평 어느 방앗간에서 갓 뽑은 가래떡을 잘라 그 자리에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 경험이 된다면 말이다. 꼭 그런 체험이 아니어도 좋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두어 시간 달려 닿는 가평, 김해국제공항에서 두어 시간 달려 닿는 남해의 펜션에서 카이세키까지는 아니어도 한식을 하나의 콘텐츠로 내놓을 수 있다면 그 경험은 하룻밤 수십만 원을 내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유후인의 료칸이 판 것도 방이 아니라 숙박과 식사, 온천이 어우러진 경험이자 이야기였다.

한옥 대청마루에서 논과 산을 내다보는 상 위에 생선구이와 반찬, 밥, 국, 막걸리를 차린 한식 상차림 그림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이것들을 더 가치 있는 이야기로 묶어 하나로 연결된 경험을 만드는 기획력이다. 그렇게 입힌 이야기를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즐길 수 있도록 외국어 설명서와 메뉴를 붙여야 한다. 한국인의 친절함은 이미 자랑거리가 되고 있고, 급격히 발전한 AI 번역 덕분에 외국인과 의사소통하는 것도 더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번 오고 마는 나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한 해 1,894만 명의 외국인을 받았다. 역대 최고이고 전년보다 15.7% 늘었다[8]. 같은 해 일본은 일본정부관광국(JNTO) 추계로 4,268만 명을 받았고[9] 일본 관광청 집계로 외국인 여행소비액은 9.5조 엔이었다[10].

하지만 그 격차보다 내 관심을 끄는 숫자는 재방문율이다.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재방문율은 2019년 58.3%에서 2024년 54.7%까지 떨어졌다가 2025년 56.6%로 조금 올랐지만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되찾지 못했다[6]. 오는 사람은 역대 최고로 늘었는데 다시 오는 비율은 코로나 전보다 낮은 것이다. 방한객의 76.8%는 여전히 서울을 찾는데, 2019년(76.4%)과 거의 같다[6].

이유는 우리 모두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이, K-팝이, K-드라마에 나오는 배경과 음식이 궁금해서 찾아왔지만 한국은 일본이나 프랑스만큼 관광 선진국으로 성숙하지 못했다. 육회를 'Six times'로 옮긴 메뉴판이 아직 남아 있는 나라와 카이세키를 방으로 들여오는 나라 중 어느 쪽에 다시 오고 싶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바가지를 잡으려면 단속보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글을 썼다. 우리 관광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고 본다. 수천, 수만 마일을 날아온 외국인에게 다시 안 볼 사람이라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바가지요금을 부르는 문화가 남아 있는 한, 지금의 호기심은 머지않아 싸늘하게 식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오는 나라가 되려면

언제까지 K-콘텐츠의 인기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외교부가 119개국을 조사한 결과 2023년 말 한류 팬은 약 2억 2,500만 명에 이르고[11],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류 콘텐츠를 꼽은 방한객도 40.1%로 가장 많다[6].

인천공항에서 양평이나 가평까지 차로 두 시간, 강릉도 서울역에서 KTX로 두 시간이면 닿는다. 김해국제공항과 양양국제공항까지 시야를 넓히면 외국인 관광객이 갈 수 있는 지방 소도시는 훨씬 많아진다. 땅덩이 넓은 미국 사람의 눈으로 보면 옆 동네 거리다. 그 거리 안에서 우리 문화를 녹여 하룻밤에 수십만 원도 기꺼이 낼 만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방마다 왜 여기까지 와야 하는지 설명해 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안내와 메뉴, 앱과 지도는 최소 세 개 언어로 매끄럽게 갖추고, 카드 결제가 안 돼서 손님이 바비큐를 주문하지 못하는 일도 없애야 한다. 카이세키처럼 방 안으로 서빙하지는 않더라도 숙소에서 렌터카 없이 갈 수 있는 거리에 한식을 경험할 곳이 있으면 된다. 지역 식당과 숙소가 서로의 상품이 되고, 조식과 석식을 객실 요금과 묶은 패키지가 있어도 좋을 것이다. 펜션이 방 대신 아침을 팔아야 하는 이유는 펜션 30년, 아침으로 건네주신 사장님표 김밥 한 줄에 따로 작성했다.

우리에게는 세계 어디서든 통하는 한식이 있다. 그 한식을 K-드라마에서나 보던 나라의 하룻밤에 얹는 순간 우리 숙박 상품은 방을 빌려주는 임대업을 넘어 한국의 하루를 체험하는 문화 상품이 된다. 펜션의 하룻밤도 한식과 그 지방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경험이 될 수 있고, 그 경험이 손님에게 다시 올 이유가 되어 줄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2019년 자료로 인구감소지역에서 정주인구 1명이 줄어 생기는 소비를 관광객 41.7명이 메운다고 분석했다[12]. 행정안전부가 2026년 10월 재지정한 인구감소지역 92곳이 관광으로 살아날 여지가 여기에 있다[13].

나는 온다에서 고객인 숙박업주 사장님들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예약을 채우실 수 있도록 홈페이지(부킹엔진)를 영문화하고 해외 결제 모듈을 붙이고 있다. 챗GPT와 제미나이가 그 홈페이지를 잘 추천하도록 하는 작업도 함께 한다. AI가 숙소를 고르는 기준은 AI가 내 숙소를 추천하게 만드는 법에 따로 정리했다. 발 빠른 사장님들은 벌써 우리를 재촉하며 외국인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시다. 다만 영문 홈페이지만큼 펜션을 즐길 거리가 충분히 준비되셨는지는 미지수다. 지금 시작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연간 1,894만 명이라는 숫자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다. 지방이 살고, 한국을 찾아온 손님이 다시 돌아오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일본을 이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시 오는 나라가 되자는 이야기다. 우리는 할 수 있고, 우리 숙박업주 사장님들이 해 주실 수 있다.

참고자료

  1. 由布市 商工観光課, "令和6年由布市観光動態調査結果について" (2025.5.23) · city.yufu.oita.jp
  2. 週刊女性PRIME, "インバウンド加熱で観光客が押し寄せる世界遺産・白川郷 “日中関係悪化”の影響を担当者に聞いた" (2026.3.1) · jprime.jp
  3. 아시아경제, "“외국인 늘었지만 씀씀이 줄었다” 방한관광 2200만명 전망의 변수" (2026.6.10) · view.asiae.co.kr
  4. Journal de l'économie, "Tourisme : la France attire 100 millions de visiteurs en 2024" (2025.1.23) · journaldeleconomie.fr
  5. 스페인 통계청(INE), "Estadística de Movimientos Turísticos en Fronteras (FRONTUR)" (2025.2.3) · ine.es
  6.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 최종 보고서" (2026.5.26) · know.tour.go.kr
  7. 한식진흥원, "2025 한식 해외 소비자 조사" (2026.1.6) · hansik.or.kr
  8. 한국관광공사, "2025년 12월 한국관광통계 공표" (2026.1.30) · datalab.visitkorea.or.kr
  9. トラベルボイス, "【図解】訪日外国人数、2025年は年間4200万人超え" (2026.1.21) · travelvoice.jp
  10. トラベルボイス, "インバウンド旅行消費額、2025年は16%増の9.5兆円で過去最高" (2026.1.22) · travelvoice.jp
  11. Sayhikorean, "전 세계 한류 팬 2억 명 돌파···글로벌 대중문화로" (2024.3.17) · sayhikorean.com
  12.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인구감소지역 관광객 유입의 경제효과 분석 연구" (2022.12.13) · kcti.re.kr
  13. 머니투데이, "5년새 또 줄었다, 인구감소지역 3곳 추가" (2026.10.8) · mt.co.kr

자주 묻는 질문

료칸은 비싼데도 왜 예약이 차나요?
방만 파는 것이 아니라 카이세키 같은 식사와 온천, 객실 서비스가 어우러진 하루의 경험을 팔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여러 언어로 된 안내와 편의도 곳곳에 갖춰져 있습니다.
방한 외국인 재방문율은 얼마나 되나요?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2019년 58.3%에서 2024년 54.7%까지 떨어졌다가 2025년 56.6%로 조금 올랐습니다. 방한객은 역대 최고로 늘었지만 다시 오는 비율은 아직 코로나 이전보다 낮고, 방한객의 76.8%가 서울을 찾을 만큼 방문지도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지방 숙소는 외국인 관광객을 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그 지역에 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야기, 최소 세 개 언어로 된 안내와 메뉴, 카드 결제, 렌터카 없이 갈 수 있는 거리의 한식 경험이 필요합니다. 조식과 석식을 객실 요금과 묶은 패키지와 외국인이 예약할 수 있는 영문 홈페이지도 함께 갖추면 좋습니다.